전 세계 흥행한 영화 ‘소림축구’ 중국에서만 금지된 이유

박숙자
2024년 02월 26일 오후 12:17 업데이트: 2024년 02월 26일 오후 4:33

‘소림축구’는 홍콩 코미디 영화의 황제 저우싱츠(周星馳·주성치)의 첫 번째 단독 연출작으로, 3년에 걸쳐 완성됐다.

영화는 개봉 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여러 차례 재방영됐는데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독 중국에서만 상영이 금지돼 그 배경이 주목된다.

2001년 개봉한 ‘소림축구’는 주성치가 ‘희극지왕(喜劇之王)’ 이후 스타일을 바꾸어 만든 특수효과 코미디 영화로, 주성치가 주연은 물론 각본과 감독까지 맡았다.

각각 야구와 축구를 소재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인 ‘미래영웅 아이언리거’(야구)와 ‘캡틴 츠바사’(축구)를 참고해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소림축구’는 개봉 후 아시아뿐 아니라 서방 국가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통계에 따르면 이 영화의 글로벌 박스오피스 총액은 약 5000만 달러(66조5500억원)로,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 영화는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스포츠 영화 25편에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는 중국 영화로는 최초로 168만5758유로(약 24억 2700만원)라는 최고 흥행 실적을 세웠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헝가리,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서 가장 많이 재방영된 주성치의 영화이기도 하다.

‘소림축구’는 개봉 다음 해인 2002년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05년 홍콩영화금상협회로부터 ‘최고의 중국어 영화 100편’에 선정됐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상영 허가가 나지 않아 개봉되지 못했다. ‘소림’과 ‘축구’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소림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영화 제목을 바꿀 것을 중국 당국이 요구했지만, 주성치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널리 퍼졌다.

중국 당국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이 영화가 본토에서 개봉되지 않은 것은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다. 중국 국가영화국의 승인을 받기 전에 홍콩에서 개봉해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소림축구’의 중국 본토 상영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제작사인 홍콩 ‘스타 오버시즈’와 ‘유니버스 엔터테인먼트’의 본토 내 영화 사업도 중단시켰다.

중국 당국이 코미디 영화 한 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을 두고 중화권에서는 이 영화가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중국 당국의 ‘금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속 빌런에 해당하는 ‘마귀축구단’이 소림축구단과의 결승전에서 소림축구단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뇌물을 주고, 자기네 축구팀 전원을 약물 도핑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중국 평론가 리닝은 “영화 ‘소림축구’는 중국 축구계의 승부조작 스캔들을 연상케 하고, 더 나아가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성과를 앞세워 약물 도핑을 벌여온 중국 스포츠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 영화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