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따르고 신을 기리다…크리스틴 발레 얀

로레인 페리에(Lorraine Ferrier)
2023년 12월 27일 오전 9:19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7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현실주의 화가 크리스틴 발레 얀(24)은 신앙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작품을 그릴 때는 물론, 일상에서도 그녀는 모든 일을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자신의 예술이 신념과 무관하게 모든 이를 감화시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화가 크리스틴 발레 얀 | Epochtimes

예술계에 갓 입문한 크리스틴은 쿠바계 출신의 화가다. 그녀는 거장들의 다양한 예술 기법을 탐구하며 작품 마다 공 들여 신성을 녹여낸다.

신앙에 기반한 예술

독실한 크리스천 예술가인 크리스틴은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통해 하느님이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생각은 내려놓고,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는 것이 창작의 핵심이라고 확신한다.

쿠바의 유산

‘피어나다’(2020), 크리스틴 발레 얀. 패널에 유채 | 크리스틴 발레 얀 제공

크리스틴은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다. 예술가를 꿈꿨던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녀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한 부모는 그녀가 예술가의 길을 걷도록 격려했다.

자연과 가까이 생활하면서 그녀는 예술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 특히 그녀는 조부모와 자주 만나며 그들이 쿠바에 거주하던 때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했다.

그녀의 조부모는 카스트로의 공산주의 정권에 반대했다. 가난과 독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1960년대에 쿠바인들을 미국 마이애미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유의 비행에 등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녀의 할아버지는 반공주의자로 간주돼 강제 노동 수용소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몇 년 동안 노예 생활을 했다. 끔찍한 환경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강제로 땅을 일구어야 했다. 가족들은 그가 어디에 있는지,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그녀의 할머니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이후 할아버지는 석방됐고, 가족들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크리스틴은 이러한 가족들의 희생과 노력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공산주의 정권하에서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사소한 것에도 깊은 감사를 느끼며 자랐다.

진정한 예술을 배우다

‘세 개의 흰 모란’(2021), 크리스틴 발레 얀. 패널에 유채 | 크리스틴 발레 얀 제공

크리스틴은 난해한 현대 미술이 주류가 돼 버린 미술계에서 전통 예술을 배울 곳을 찾았다. 전통 유화를 가르치는 곳을 찾던 그녀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오크스 스튜디오’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배움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은빛 잔을 곁들인 살구’(2020), 크리스틴 발레 얀. 패널에 유채 | 크리스틴 발레 얀 제공

오크스 스튜디오에 다니면서 크리스틴은 색의 조화, 그림에 공간감을 주는 법 등을 배워 많은 습작을 완성했다. 그녀의 첫 정물화인 ‘은빛 잔을 곁들인 살구’는 습작이지만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살구 껍질과 은빛 잔에 빛이 반사되는 것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크리스틴은 주로 ‘시간의 흐름’을 정물화의 주제로 사용했다. 삶의 덧없음, 죽음의 필연성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꽃이나 사물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녀의 작품은 전통 기법으로 그려져 현대 미술과는 차원이 다른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작품의 가치를 알아본 이들은 그녀에게 종종 그림 제작을 의뢰하기도 한다.

옛 거장을 모사하다

‘에로스와 프시케’(1899)의 일부, 윌리엄-아돌프 부게로.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크리스틴은 특정한 화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통 예술을 그렸던 옛 거장들의 특징과 심미안을 닮으려 노력했다. 특히 그녀는 19세기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화가 윌리엄-아돌프 부게로(1825~1905)가 인물의 피부를 묘사하는 것을 흠모했다. 이는 2021년 그녀의 ‘23살의 자화상’ 작품에 모사된다.

‘23세의 자화상’(2021), 크리스틴 발레 얀. 패널에 유채 | 크리스틴 발레 얀 제공

이 작품은 그녀가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그린 자화상이다. 작품에서 그녀는 자신이 아직 배우면서 성장하는 어린 예술가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림 속 그녀는 화장이나 장신구를 하지 않고, 머리에 흰색 스카프만 착용한 채 한쪽을 응시하고 있다. 어두운 의상과 배경으로는 그녀가 머물러 있는 시간이나 장소를 짐작할 수 없다. 순백의 스카프만이 빛을 내며 그녀의 순결을 암시한다.

인간의 경험 그리기

크리스틴은 현재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거주한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예술을 통해 신앙을 잘 드러내고 영화롭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녀는 구약성경 전도서에서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녀는 전도서에서 인생을 ‘연기’처럼 묘사하고 있음을 알았다. 연기는 실체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크리스틴이 전도서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신앙은 거래가 아님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그녀는 “믿음이 있다고 해서 고통과 슬픔, 아픔이 없는 완벽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영원한 것, 현세 너머의 것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며 신에 대한 믿음을 표했다.

‘안으로 들어가다’(2022), 크리스틴 발레 얀. 패널에 유채 | 크리스틴 발레 얀 제공

크리스틴은 곧 열릴 첫 개인전을 위해 전도서에 기반한 작품을 그리고 있다. 개인전에 전시될 작품 중 첫 번째 그림인 ‘안으로 들어가다’에는 살짝 고개를 돌린 여성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어딘가 안으로 들어가는 여성의 모습처럼 크리스틴은 관객들 역시 전시장에 들어서며 전도서에 담긴 교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첫 작품으로 택했다.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정면을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이다. 전도서에서 지혜를 얻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관객들을 나타낸다.

신앙을 바탕으로 감동을 전하다

크리스틴은 신앙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작품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 경험의 본질이 되기를 희망한다. 작품 속에 묘사한 신성과 메시지를 통해 우리 모두의 인생이 이번이 끝이 아님을 알고, 위로와 사랑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로레인 페리에는 영국 런던 교외에 거주하며 에포크 타임스에 미술과 장인 정신에 대해 글을 씁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