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수출 회복 일시적, 깨진 독에 물 붓기 된 中 증시 부양책

강우찬
2024년 02월 11일 오후 9:29 업데이트: 2024년 02월 11일 오후 9:29

중국 증시가 폭락한 후 중국공산당(중공) 당국은 시장 개입을 실시해 지난달 25일 오후부터 주가가 큰 폭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상승은 불과 이틀 반 만에 끝났다. 1월 마지막 주의 첫 거래일이었던 29일, 주가는 다시 전면적으로 하락했다. 같은 주 금요일이었던 이달 2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27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고, 5일에는 다시 27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일 중국인들은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 공식계정에 몰려들어 게시물 내용과 무관하게 중국 증시에 대한 댓글을 남기며 경제에 대한 실망과 절망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마침 이날 미국 대사관은 기린 보호에 관한 게시물을 올린 까닭에, 일각에서는 이를 ‘기린 혁명’이라고 비꼬고 있다. 영국 BBC는 “미 대사관 웨이보가 중국 주식 투자자들의 통곡의 벽이 됐다”고 보도했다. 미 대사관 웨이보의 댓글이 삭제되자 중국 투자자들은 인도 대사관 웨이보로 몰려갔다.

중국인 투자자들은 당국의 무능을 비난했지만,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이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공은 실제로 경제와 증시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투자자와 시장의 반응이 부정적인 이유에 관해 대만의 유명 경제학자 우자룽(吳嘉隆)은 “신뢰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잃어버린 신뢰, 동시다발적 위기…약발 안 먹혀”

우자룽은 “금융시장은 과거 경제 성과와 데이터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미래 전망을 반영한다”며 “증시는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데이터가 좋지 않더라도, 모두가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신뢰가 생기고 시장은 상승해 악재가 사라진다”며 “하지만 신뢰가 없으면 긍정적인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다들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해, 시장은 상승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꼭 경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자룽은 “문제는 중공 당국의 구제책이 단기적 효과에 그치며 시장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오히려 구제책이 나오자 미래에 대한 실망감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주식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인도 대사관 웨이보 계정에 몰려가 신세 한탄을 한 일이 이러한 절망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우자룽은 중국의 위기가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그동안 중공 당국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고용·부동산·디플레이션 등 실물 경제에서의 위기는 물론 금융 분야에서도 위기가 산적하다.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개발업체 부채, 국유기업의 부채 외에도 매년 뭉칫돈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이다.

우자룽은 “이런 위기가 신뢰의 위기로 발전하고 있는데, 일단 신뢰를 잃으면 시장을 통제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진다. 그런 가운데, 여러 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닥치면서 각개격파마저도 가능하지 않다”며 점점 중공 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들고 어떤 구제책도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기술적인 방법으로 증시를 구할 시점은 지났다”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려면 증시를 평가하는 세 가지 축을 모두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가지 축은 ▲이익에 대한 기대감 ▲자금(금리 포함) ▲시장의 감정적 반응과 시장 심리이다.

우자룽은 “예를 들어, 자금을 풀어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으면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신뢰를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 전망이 어둡고 핵심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으면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 전망(기대), 자금, 신뢰를 동시에 활성화해 증시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 신뢰의 회복을 막는 걸림돌은 무엇일까. 우자룽은 “중공은 GDP 성장률을 5.2%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소비자와 기업이 전혀 체감할 수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실은 쇠퇴하고 있으며 성장률이 5.2%가 아니라 3% 미만, 혹은 마이너스 성장일 가능성도 있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라며 “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게 돼버린 시장의 심리가 기저에 깔린 근본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중국 수출 반등? 세부 들여다보면 다르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주필인 스산(石山)은 중국 당국이 4분기 수출 감소세가 멈추고 반등을 이뤄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부분을 살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스산은 “경제지표만 보면, 중국은 4분기에 수출 감소세가 멈추고 12월 2%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미국 수출이 감소하고, 유럽 수출도 감소하고, 아시아 지역 수출도 감소했다. 수출이 성장한 곳은 러시아로 한 달 만에 4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앞으로도 그렇게 중국산 제품을 많이 수입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최소한 46%라는 엄청난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중국의 수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현재 세계는 어느 한 지역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경제가 튼튼해 중국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유럽이나 아시아는 충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