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속 중국경제 ④] 중국 ‘외국인 투자 1위’의 허상

왕허
2021년 11월 18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18일

2일, 링크드인(LinkedIn)에 이어 야후(Yahoo)도 “점점 더 도전적인 중국의 비즈니스 및 법률 환경을 감안해” 중국 철수를 선언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많은 다국적 기업이 잇달아 중국을 떠나고 있다.

한국 삼성중공업은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있는 조선소를 철수했고, 일본 도시바(Toshiba)는 다롄(大連) 공장을 철수하기로 했다. 또한 스웨덴 에릭슨은 난징(南京) 연구개발센터를 협력파트너사인 티에토에브리(TietoEVRY)에 넘겼고, 일본 파나소닉도 상하이 배터리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미국 IBM은 중국 내 연구소를 전면 폐쇄했으며, 독일의 전자설비업체인 한닝(Hanning)도 선전(深圳)에서 철수하고 제품라인을 인도 공장으로 옮겼다.

한편 10월 20일 중국 상무부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어나는 등 중국의 투자 유치 구조가 지속적으로 최적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1~9월 FDI(은행·증권·보험은 제외) 금액은 8595억 1000만 위안(약 158조 9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FDI는 전년보다 42% 감소한 8590억 달러(약 1015조 4240억원)로 15년 이래 가장 낮았다. 반면 중국의 FDI는 이런 흐름과 반대로 1630억 달러(약 192조 715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최대 외자 유입국이 됐다는 의미다.

10월 12일, 상무부는 ‘제14차 5개년(2021~2025년) 외자 이용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자신만만하게 거대 목표를 세웠다. 바로 14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FDI 실제 유치 누적액 7000억 달러(약 827조 1900억원)를 달성하고, 2025년까지 하이테크 산업의 외자 흡수 비율을 3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13차 5개년 계획의 목표는 6989억 달러(약 825조 8902억원)였다.

대규모 외자 기업들이 잇달아 중국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중공 당국은 FDI가 고속으로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FDI 데이터는 중공이 쥐고 있기 때문에 필자는 그 진실성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그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중국의 FDI 규모가 과대평가됐다

중공 당국은 공식 통계에서 ‘누적 FDI’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표에 외국인 투자 기업의 운영 중단과 자산 감가상각 및 자금 회수 등은 반영되지 않는다.

중공은 FDI 저량(貯量, stoc), 즉 해외에서 유입돼 쌓인 FDI 금액은 통계를 내지 않기 때문에 ‘누적 FDI’는 분명 중국의 FDI 저량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FDI 유입액에서 유출액 등을 뺀 순유입액을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실제 FDI 규모는 발표된 것보다 훨씬 적다.

일례로 전문가들은 2003년 말까지 중국의 FDI 저량을 약 2500억 달러(약 295조 3000억원)로 추산한다. 이는 같은 기간의 FDI 금액 5014억 달러(약 592조 2537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2004년 12월 7일 황하이(黃海) 당시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중국이 FDI 유치 절대량에서 최근 2년 연속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중국의 FDI 저량은 과대평가됐다며 ‘중국의 1인당 FDI 저량 사용은 세계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중국은 장기적으로 외자 이용 규모를 확대하는 정책 목표를 견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도 중공은 외자를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중국의 실제 ‘누적 FDI’는 2조 5000억 달러(약 2952조 5000억원)가 넘는다. 그런데 실제 저량은 얼마나 될까?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중공 당국이 발표한 ‘누적 FDI’보다 훨씬 적은 건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저량 수치야말로 중국 FDI의 실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반영할 것이다.

둘째, ‘가짜 외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가짜 외자’는 국내 자본이 비공식 경로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뒤 외자로 둔갑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주로 홍콩, 버진 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사모아 등 역외금융센터(자유항)를 우회해 중국 본토로 들어가는 ‘가짜 외자’는 거래 과정이 불투명해 자금 유입 규모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국제자유항과 역외금융센터는 자금 이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고 고객 정보도 기밀로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가짜 외자’ 규모는 상기 지역을 중개지로 해서 투자 명목으로 들어오는 것만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가짜 외자는 줄곧 골칫거리였다. 일찍이 1995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 투자의 약 20%가 국내 기업인의 ‘우회투자(round-tripping)’에 속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2004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우회투자’는 대외적으로 발표한 FDI 유치 규모의 26~54%(평균은 약 40%)를 차지한다. 즉 중국의 우회투자 규모는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는 것이다. 중국 내 학자들은 중국에서 매년 실제로 이용하는 외국 자본의 약 3분의 1은 국내 자본이 해외로 나갔다가 돌아온 ‘가짜 외자’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재미 중국 경제학자 청샤오눙(程曉農) 박사도 2013년에 발표한 칼럼에서 이 문제를 짚은 바 있다.

“1997~2008년 중국이 유치한 외자 중 산업화 국가로부터 들어온 외자는 연간 210억~250억 달러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홍콩과 마카오 및 9개 섬나라(역외금융센터)로부터 들어온 외자는 2002년 202억 달러(약 23조 8260억원)에서 2008년 673억 달러(약 79조 3804억원)로 해마다 급증해 중국 외자 유치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8%에서 73%로 늘어났다.”

확실히 홍콩은 본토 FDI의 주요 거점이다(‘표 1’ 참조).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홍콩 현지 기업의 본토 투자는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거의 멈췄다.

2000년대 들어 본토에 투자한 ‘홍콩 기업’은 홍콩 현지 기업이 아니라 홍콩에 등록한 본토 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들 기업은 주로 무역, 부동산 등 비제조 업체였다. 즉 홍콩에서 본토로 들어가는 직접 투자 중 상당 부분은 ‘우회투자’였다.

2020년 중국 ‘차이징(財經)’은 ‘홍콩이 경제적으로 중국 본토에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우리가 측정한 데이터로 1998년에서 2017년 사이에 홍콩을 거친 우회투자가 홍콩에서 본토로 유입된 직접 투자의 평균 44.8%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홍콩은 주권 이양 이후 본토 돈세탁에 최적지가 됐다. 미국 뉴스위크는 2013년 12월 글로벌 금융 신용기관의 연구를 인용해 ‘2002~2011년 10년간 중국은 부정한 돈 유출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1조 달러 이상)로, 그 액수는 세계 총액의 약 6분의 1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의 돈세탁 규모를 GDP의 2% 정도로 낮게 잡더라도 연간 1조 위안에서 2조 위안 사이이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홍콩으로 유입되거나 홍콩을 경유했다.

표 1. 2012-2021 중국 FDI 데이터 일부 | 자료=중국 상무부

셋째, 외국 기업의 투자 철수 붐이 일어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에는 여전히 외자가 유입되고 있지만 동시에 외국인 투자 철수 붐도 일어나고 있다.

2007년경부터 중국 당국이 일부 외자 혜택을 취소한 데다 중국의 토지·노동력·물류비용이 상승하자 많은 홍콩 기업이 잇달아 중국 본토를 떠났다.

2013년 9월 3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중국건설은행의 잔여 지분 20억 주(시가 14억9700만달러)를 전량 매각해 현금화했다. 이로써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공상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건설은행 등 중국 4대 국유 상업은행에서 모두 ‘철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21세기 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이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중국 은행업에 투자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외자 철수 붐 속에서 홍콩 갑부 리카싱(李嘉誠)이 큰 주목을 받았다. “마지막 동전 한 푼까지 벌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리카싱은 2011년부터 중국 내 자산을 매각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과 홍콩에서 매각한 자산은 총 1100억 홍콩달러에 달하며, 이 자금 중 상당 부분을 유럽에 투자했다. 리카싱뿐만 아니라 류롼슝(劉鑾雄), 정위통(鄭裕彤), 장쑹차오(張松橋) 등 홍콩 사업가들도 본토 부동산을 매각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Delta(台達電), 인벤텍(英業達), 자롄이(嘉聯益), Yi Jinn(宜進), Giant(巨大), 퀀타(廣達) 등 대만 제조업체들의 중국 철수를 촉진했다. 특히 대만 폭스콘의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은 미국과 인도에 거액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철수 대열에 합류했다.

2020년 전염병이 유행하자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중국 철수를 돕기 위해 예산 2200억 엔(약 2조 2748억원)을 증액했으며, 그중 235억 엔(약 2430억원)은 일본 기업이 동남아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데 쓸 계획이다.

홍콩 ‘아시아 타임스(亞洲時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철수한 일본 기업은 약 1700개에 이른다. 일본의 유명 기업 가운데 완전 철수를 하거나 부분 철수를 하는 기업은 광학 및 영상업계 거두 올림푸스(Olympus), 전자 제조업체 오므론(Omron), 미츠비시(Mitsubishi), 도시바 기계(Toshiba Machine), 아이리스 오야마(Iris Ohyama), 스포츠 제품회사 아식스(ASICS), 샤프(Sharp), 니콘(Nikon), 소니(Sony), 닌텐도(Nintendo) 등이다.

한국 기업들도 동남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9월 14일, 개혁개방 이후 첫 외자 조선소인 닝보 삼성중공업이 26년간의 영욕을 뒤로하고 가동을 멈췄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10월, 중국 본토의 마지막 삼성 스마트폰 공장인 광둥성 후이저우(惠州) 공장도 폐쇄를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3월과 8월, 쑤저우(蘇州)에 있는 LCD 생산라인과 마지막 컴퓨터 공장을 폐쇄한다고 잇달아 선언했다.

SK도 지난 6월 베이징 SK빌딩(SK그룹 중국본사)을 매각했으며, 9월에는 중국 렌터카 사업을 일본 도요타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LG 또한 지난해 베이징 상업지구에 있는 LG트윈타워를 매각하고 올해 3월에는 장쑤(江蘇)성 쿤산(崑山) 법인을 공식적으로 청산했으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 생산기지를 베트남 하이퐁(海防)으로 이전했다. 현대차도 베이징 제2공장을 매각하느라 분주하며, 앞서 베이징현대 1공장은 이미 중국 리샹(理想·리오토) 자동차에 ‘넘긴’ 상태다.

또한 2018년 10월 롯데그룹의 슈퍼마켓 체인 롯데마트도 중국 내 93개 매장을 우메이(物美)그룹에 매각하고 중국 시장에 작별을 고했다. 2008년 베이징에 중국 첫 매장을 연 지 꼭 10년 만이다. 한국의 또 다른 슈퍼마켓 체인 이마트도 거의 동시에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2위의 펀드매니지먼트인 미국 뱅가드그룹(Vanguard Group Inc.)이 중국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해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식품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2019년에 16개, 2020년에 7개 매장을 폐쇄한 데 이어 올 4월 한 달 만에 6개 매장을 단숨에 폐쇄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델, 휴렛팩커드(hp) 등 여러 글로벌 유수 회사들도 생산라인을 중국 밖으로 옮기고 있다.

맺음말

‘가짜 외자’ 문제와 세계 500대 기업이 대거 중국을 떠난 상황이 중공이 주장하는 ‘FDI 세계 1위’의 순도(純度)를 심각하게 떨어뜨렸다. 중공은 ‘FDI 존량’에 대한 통계 조사를 거부하고 ‘누적 FDI’이라는 개념만 사용하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없게 해 외자를 계속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중공이 일시적으로 미국과 ‘FDI 1위’를 다툰다 해도 ‘중국의 경기 침체, 당국의 좌회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제 경제 환경 악화’라는 4중 타격으로 인해 이 추세는 지속될 수 없다. 이는 백사장에 그림을 그려도 조수가 밀려들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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