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속 중국경제②] 4억 중산층, 초거대 내수시장이라는 허상

2021년 5월 20일
업데이트: 2021년 5월 20일

5월 7일부터 10일까지 ‘제1회 중국 국제소비품 박람회’가 중국 남부 하이난에서 개최됐다. 중국 공산당(중공)은 “중국이라는 대규모 소비시장은 전 세계가 공유할 기회”라고 칭했다.

이에 앞서 중공은 2018년부터 매년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를 개최하면서 “무역 자유화와 경제 글로벌화, 세계를 향한 주동적인 중국 시장 개방을 고수하는 역사적이고 중대한 조치”라고 선전했다.

이 관점을 지지하는 자들은 많은 이유를 나열한다.

△중국은 14억이 넘는 인구와 4억 이상의 중산층이 존재하고 국민 1인당 GDP는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의 소비재소매총액은 2016년 33조2천억위안에서 2019년 41조2천억위안으로 증가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치다. 2018년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미국의 95%에 달했다. 머지않아 중국은 세계 최대 내수시장에 등극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일부 브랜드의 최대 시장으로 등극했다. 파보리(Fabory) 로레알 북아시아 지역 총괄대표 겸 중국 CEO는 “2020년 중국 시장은 처음으로 프랑스 뷰티 최대 시장이 됐다”고 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0년 1월 8일, 중공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 왕서우원(王受文)은 자신만만하게 “중국 소비시장의 잠재력은 거대하며 이후 머지않아 전 세계 최대 내수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했다.

중공은 “바이러스 사태 극복의 선두주자로, 경제 회복의 선두”를 달리고 있고, 미국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도 2020년 중국 시장 규모는 여전히 미국을 추월하지 못했다. 사회 소비재 판매액은 작년 대비 3.9% 하락해 39조 1981억위안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2021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만약 올해 실제로 중국이 미국을 넘어 최대 내수시장으로 등극하더라고 미국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소비율은 일반적인 국가에 비교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2020년 중국 최종 소비율(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다. 선진국의 최종 소비율은 70% 전후다. 선진국 혹은 비슷한 평균 GDP 수준의 국가와 비교해도 25%가량 낮은 수치다.

가계소비율(소비율-정부 지출)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20%가량 낮다. 같은 수준의 국가와 인접한 국가들 중 최저 수준이다. 즉, 누구와 비교하더라도 중국의 가계소비율은 현저히 낮다는 뜻이다.

중국은 2020년 7월 국가통계국 발표 기준, 데이터 상으로는 ‘1인당 평균 국민소득 1만 달러 이상으로 세계 중등 이상의 소득 수준에 도달한 국가’다. 하지만, 비슷한 소득수준의 국가와 비교했을 때, 중국의 소비 수준은 다른 국가들보다 현저히 낮다.

중국인들의 소득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최근 중국 현지 언론은 ‘중국의 가계소비는 전 세계에서 어느 수준에 위치해 있는가’라는 칼럼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1차 분배와 재분배 모두에서 가계 부문이 전체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적으로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득 분배가 전반적으로 정부 쪽에 기울고 있다. 즉,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같은 1만 위안의 국민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분배 과정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어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소득 격차는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히 높다. 같은 소득 수준에서 소득 격차가 벌어질수록 소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소득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이후, 소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낮아진다. 즉, 한계소비성향이 낮아져 소비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모두 경제 사령탑인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서 비롯됐다. 중국 공산당은 많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고위층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 빈부 격차를 더 크게 하는 방식을 써왔다. 그로 인해 중국인들의 소비는 비슷한 소득 수준의 다른 국가보다 비정상적으로 낮아졌다.

‘중국의 중산층(중등수입군) 4억명설(說)’을 둘러싼 논란

2020년 5월 28일, 리커창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에는 “6억의 저소득층이 존재하고, 그들의 평균 월소득은 1000위안(17만5천원) 전후”라고 밝혔다.

또한, 베이징 사범대학 소득분배연구팀은 랜덤으로 선정한 7만 명의 소득을 연구한 결과, 중국에서 월소득이 2000위안(35만1천원) 이하의 인구는 9억63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4억 중산층설”이 중국과 외국 기업인들에게 계속 강조되고 있다.

제1회 중국국제소비박람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국의 경제국사(國師)인 린이푸(林毅夫)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2035년까지, 중국의 중산층은 8억 명이 되며 거대한 시장은 중국의 기회이자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경제 기적론자’라는 별명을 얻은 린이푸는 “새로운 소비군의 굴기와 기존의 소비자 수요 상승으로 전 세계에 있어 중국은 개척하고 정성스럽게 가꿀만한 비옥한 토지와도 같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연거푸 내놓고 있다.

사실 ‘중국 4억 중산층론’은 중국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치열하다.

사회학자 루쉐이(陆学艺)는 1999년 중국의 중산층 인구가 전체의 14.1%(중국 인구 14억명 기준, 1억9천만명)이며, 2008년 22~23%(3억명)로 성장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루쉐이는 “소수의 중산층이 극소수의 고소득층과 거대한 저소득층의 중간에 끼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콜롬비아 대학교 앤드류 나단(Andrew J. Nathan) 교수는 2015년 10월 ‘시오어 마틴 립셋(미국의 정치사회학자) 세계민주주의 강연’에서 “중국 중산층과 립셋이 정의한 중산층에는 차이점이 있다. 중국의 중산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학자 리스(李实), 양슈나(杨修娜)의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 28개국의 2018년 소득 중앙값의 20~60%를 중산층으로 규정할 경우 중국의 중산층 비중은 24.7%(약 3억4400만명)이다.

하지만, 같은 연구에서 영국·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노르웨이 등 북유럽과 캐나다 등의 중산층 비중은 모두 전체 인구의 7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중산층 비중은 그보다 약간 낮은 55.9%지만, 대신 고소득층의 비율이 30.5%에 달한다. 아시아의 한국, 일본의 중산층 비율도 60% 이상이다. 러시아는 49.3%다.

이 연구에서는 이 같은 격차의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중국 가계의 평균 소득이 서유럽 국가 등에 비해 현격히 적다는 것, 다른 하나는 중국의 소득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중산층 4억명설과 비교할 때, 실제 중국의 중산층이 3억4400만명이라도 격차가 5600만명으로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중산층 상당수가 소득 기준 하한선에 몰렸다는 점에서 이들은 경기변동에 취약하다.

칭화대학교 리창(李强) 교수가 중국 국가통계국의 ‘2010년 제6차 인구센서스’ 등을 통해 추출한 16~64세 사이 중국 재직자 68만3291명의 데이터에 ‘국제사회경제직업지위지수(ISEI)’를 적용·분석한 ‘중산과도층 및 중산가장자리층’ 연구에 따르면, 중산층 비율은 19.12%였지만, 이 중 73%가 중산층 기준 범위 하한선에 가까운 가장자리층이었다.

또한 중국의 중산층은 전체 소득의 60%가 급여소득에 의존하고 있어 다른 국가의 중산층에 비해 자연재해, 경기불황, 실업률 등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저소득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 밖에 높은 교육비, 의료비, 가족 부양비(부모 부양) 역시 중국 중산층의 소비 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결론

중국 내수시장의 실제 규모는 “세계 최대” “초거대”와 같은 수식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의 소비율이 정상 수준보다 낮다는 것과 거품 낀 4억 중산층 소비력 외에 불안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설치한 수많은 장애물이다.

해외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수입 규제, 쿼터제, 기술 이전 강요, 자산 해외 반출 규제 등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신장 위구르 강제노역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한 패션 브랜드 H&M 불매운동 등 정부당국이 주도하는 불매운동 같은 복잡하고 노골적인 정치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왕허(王赫)·중국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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