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인구 첫 감소한 중국, 통계 조작 우려 속 표본조사 실시

강우찬
2023년 10월 19일 오후 4:57 업데이트: 2023년 10월 19일 오후 6:56

中국가통계국, 인구감소 발표 이후 첫 인구조사
통계수치 정확성 비판…경제정책 실패 원인 지목도

작년 말 기준, 전체 인구가 14억 1175만 명이라고 발표하며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감소 사실을 알린 중국 당국이 인구 표본조사에 들어간다.

지난 11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전날 국가통계국은 ‘2023년 인구통계 표본조사’를 전국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조사는 내달 1일 0시를 기준으로 도시와 농촌 표본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이를 위해 이달 10일부터 내달 30일까지 조사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거나 조사 대상자가 인터넷 설문에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조사 항목은 기본 정보(이름, 성별, 나이, 민족, 교육수준, 신분증 번호) 외에도 인구 이동, 이주, 직업, 결혼, 출산, 사망, 주거 상황 등이 포함된다.

중국은 10년마다 인구 센서스(전수조사), 5년마다 전체 인구 1% 표본조사, 매년 인구 1‰(1천분의 1) 표본조사를 실시해왔다.

이번 조사는 그중에서도 1천분의 1 표본 조사이지만, 작년 말 중국 인구가 61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고 발표한 후 이뤄지는 첫 연간 표본 조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전문가 “부정확한 인구 통계, 정책 효과에 영향”

인구조사 결과는 국가의 주요 정책 수립과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로 쓰인다.

따라서 정확한 통계가 매우 중요하지만, 중국의 인구통계는 중국의 다른 경제 관련 통계와 마찬가지로 정권의 정치적 형편에 따라 조작될 우려를 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과 호주를 오가며 활동하는 중국 문제 전문가인 리위안화(李元華) 전 베이징 수도사범대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의 정책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인구 데이터”라고 밝혔다.

리위안화 전 교수는 “(중국도 시인했지만) 중국의 인구는 전면적인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며 “고령화, 젊은 노동력 부족, 낮은 출산율로 그동안 인구 증가에 기반한 경제모델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시진핑 정권은 코로나19 사태 3년간 주저앉은 경제를 회복하려 지난해 12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중단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했으나, 반년 넘도록 중국 경제의 회복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리위안화 전 교수는 “인구 데이터는 국가 통치에서 매우 중요하며 사회, 경제, 정치, 국방, 외교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 데이터는 여러 단계에서 부풀려져 최종적으로는 실제에서 크게 빗나간다”고 평가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020년 실시한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중국 총인구는 14억1178만 명이었다. 2019년 1% 표본조사 결과(14억5만명)와 비교하면 1000만 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인구 센서스 발표가 예정했던 2021년 4월 초보다 한 달 늦춰진 같은 해 5월 이뤄지면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중화권에서 확산했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중국을 휩쓴 한 해였다. 전국 화장터 앞에는 긴 대기열이 생겼고 수백만 명 이상이 죽었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중국 당국은 2020년 한 해 코로나19 감염 총사망자 수를 4634명으로 집계했다.

이로 인해 당국이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촉발됐다.

중국 인구통계의 진위를 의심케 하는 요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인구 통계를 부풀리는 것 등이다.

익명의 금융 전문가로 중국 경제를 장기간 냉정하게 평가해 온 ‘재경냉안(財經冷眼)’은 2020년 말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이익집단의 영향을 받아 중국 인구 통계가 부풀려졌다고 밝혔다.

하나는 산아제한 정책을 총괄하는 계획생육위원회와 하위 관련 단체 및 의료업체, 다른 하나는 도시로 이주한 농촌 출신 노동자인 농민공 집단이다.

계획생육위와 관련 단체 등은 인구 과잉이어야 계속 관련 예산과 그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농민공들은 부양 가족 등을 도시와 농촌 지역에 각각 중복으로 신고함으로써 도시에서는 자녀 교육 혜택을 받고, 농촌에서는 토지 관련 보상을 받는 등 이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조사원 대면조사나 온라인 설문조사에 허위로 응답함으로써 인구 통계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특히 계획생육위는 인구 통계 수치를 직접 조작할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재경냉안은 전했다.

그러면서 “2020년 말 현재 중국의 실제 인구는 12억7천만 명이며,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명한 중국 인구학자인 이푸셴(易富賢) 미국 위스콘신대학 매디슨캠퍼스 교수도 중국의 인구통계가 조작됐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푸셴 교수는 지난 2021년 5월 중국 당국이 2020년 말 중국 총인구를 14억1178만 명이라고 발표하자 “중국 실제 출생률과 인구 규모는 과대 평가됐다”며 “12억790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 추산치를 내놨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급증…“수억 명 규모”

중국은 작년 12월 ‘제로 코로나’를 끝내고 ‘위드 코로나’로 갑작스럽게 전환했다. 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하게 재확산됐다.

당국은 1월 한 달 사이 사망자가 40명이라고 전했으나, 해외 기관들은 중국 내 코로나 사망자가 하루 1만~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월 영국 건강데이터 분석업체 에어피니티는 중국의 하루 코로나 사망자가 2만 명 이상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중국의 심신수련법인 파룬따파 창시인 리훙쯔(李洪志) 선생이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의 코로나 상황 은폐에 관해 발언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내 코로나 사망자 수는 이미 4억 명에 달했으며, 전염병이 종식되기까지 중국 내 사망자가 5억 명에 달할 수 있다.

앞서 작년에도 코로나19 기간 중국의 인구 감소가 수억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정황이 담긴 중국 내부 데이터가 노출된 바 있다.

작년 7월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에 따르면, 같은 해 6월 말 온라인 해커 포럼인 브리치 포럼(Breach Forums)에는 상하이 공안국을 해킹해 취득한 23TB의 방대한 데이터를 10비트코인에 판매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을 쓴 ‘차이나댄’이라는 해커는 이 데이터는 알리바바 클라우드에 저장된 상하이 공안국 백업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얻은 것이라며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75만 건의 샘플을 제공했다.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의 매체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당 샘플 일부를 검증한 결과 실제일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 해킹된 상하이 공안국 데이터베이스에는 중국인 9억7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리정콴(李正寬) 등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스마트 검색 서버의 성능 분석을 통해 이 데이터베이스가 중국인 일부가 아닌 전체의 정보를 수록한 것으로 추측했다. 즉 2022년 상반기 실제 중국 인구는 당국이 밝힌 14억1200만 명이 아니라 9억 7천만 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재경냉안과 이푸셴 교수는 2020년 말 기준 중국 인구를 12억7천만~12억8천만 명으로 추정했다. 양측의 추정치와 상하이 공안국 데이터가 중국 전체 인구라는 추측을 종합하면 중국 인구는 2020년 말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3억 명 감소한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전염병으로 3년 동안 4억 명이 사망했다’는 리훙쯔 선생의 언급과 대체로 맞아떨어진다.

중국에서는 노동절 연휴가 끝나고 올해 6월에도 코로나19 재확산이 정점에 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의 중국 인구는 상하이 공안국 자료에서 나타난 9억7천 명에서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 이 기사는 이판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