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건설에 목매는 中 당국…경제 살릴 수 있을까

왕허
2022년 05월 5일 오전 10:28 업데이트: 2022년 05월 5일 오전 10:28

뉴스분석

현재 중국의 경제 상황은 얼마나 악화됐을까?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4월 25일 “국내외 정세가 예상보다 많이 변했다”며 “경제의 기본판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의 기본판을 어떻게 안정시키려는 것일까? 중국은 경제 성장의 3대 엔진인 수출, 투자, 소비 가운데 소비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수출과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4월 26일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프라 시설 건설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현대화 인프라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은 “인프라는 경제·사회 발전의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는 중국 당국의 전통적인 경기부양 방식이지만, 이번에도 중국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지난 3월에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에 따르면, 재정지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2조 위안 이상 확대됐고,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쿼터는 작년과 같은 3조6500억 위안이 배정됐다. 당국은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이 촉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중앙재경위 회의는 인프라 건설 기조를 ‘적당히 앞당기는 것’으로 정한 것이다. 즉 산업 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유리하도록 하되 앞당기는 정도를 잘 파악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인프라 대약진을 거듭해왔다. 이 같은 인프라 대약진은 중국의 거시 레버리지 비율(GDP 대비 총부채비율)이 급상승하고, 정부 부채가 급증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중국, 인프라 투자 능력 제한적

시진핑 당국은 금융 리스크 방지와 해소를 거듭 강조해왔다. 부채 비율이 급상승하자 시 당국은 2016년 하반기부터 ‘레버리지 축소’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되고 중국 경제가 침체하기 시작하자 ‘레버리지 축소’가 ‘레버리지 안정’으로 바뀌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다시 ‘레버리지 증가’가 시작됐다. 2021년 당국은 금융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또다시 ‘레버리지 축소’를 추진했다. 그 결과 거시 레버리지 비율은 2020년 말 270.1%에서 263.8%로 줄었다.

당국은 5.5% 안팎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높일 수밖에 없지만 ‘시스템적 금융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마지노선’을 지켜야 하기에 높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첫째, 2021년 거시 레버리지 비율이 전년 대비 6.3% 하락했지만 2019년 대비 17.3% 상승했다. 따라서 2022년 연간 늘릴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5% 정도로 예측하는 학자도 있다.

둘째, 중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매우 크다. 특히 지방정부는 음성부채 규모가 방대해 이자 부담이 크다.

2012년 이자비용은 GDP 증가분을 초과했고, 2015년 이자비용은 GDP 증가분 대비 150%를 넘었다. 2015년 이후 정부의 부채 감축(디레버리지) 노력으로 이 비율이 다소 줄었으나 2019년에는 다시 200%로 뛰었고, 2020년에는 전염병 대유행의 충격으로 400%에 육박했다. 즉, 매년 GDP 증가분은 그해의 채무이자를 지불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빚의 덫에 깊이 빠져 새 빚으로 묵은 빚을 갚지 못하면 금방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도 정부 부채가 늘었지만 금리가 낮아 GDP 대비 이자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셋째, 중국의 부채 리스크가 공공부문에 많이 몰려 있다.

중국의 채무구조는 GDP 대비 민간부문(가계+민간기업) 부채비율은 약 110%인 반면 공공부문(정부부처+국유기업)은 160%로, 공공부문 레버리지 비율이 민간부문보다 훨씬 높다.

이에 반해 세계 주요국들은 민간부문 부채 규모가 공공부문 부채보다 훨씬 크다(일본 제외). 주요 20개국(G20)의 GDP 대비 국가총부채 비율은 239%인데, 이 중 민간부문 부채비율은 149%이고,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80~90%에 불과하다.

이 같은 데이터로 볼 때 중국 당국이 재정지출을 통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민간 투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재경위는 “다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정부와 시장, 중앙과 지방, 국유자본과 민간자본이 여러 방면에서 인프라 건설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와 민간자본의 합작 모델을 발전시켜 더 많은 민간 자본이 공공 인프라 투자·운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인프라 건설 사업, 정부 채무 리스크만 심화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전국 고정자산 투자는 54조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이는 1996년 공식 통계를 시작한 이후 2020년(2.9%)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2021년 4분기 총투자액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마이너스이고, 2021년 12월 투자액은 전월 대비 0.22% 증가하는 데 그쳐 11월의 전월 대비 증가폭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모두 민간 투자가 부진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당국은 인프라 투자에 베팅하려는 욕구가 점점 더 커졌다. 작년 하반기 이래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 발행 빈도도 높아졌고, ‘14차 5개년 계획’에서 확정된 102개의 중점 프로젝트도 잇따라 가동되고 있고, 재정정책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당국은 “인프라 투자를 적당히 앞당기는 것”을 경제를 살릴 디딤돌로 삼으려는 것이 분명하다.

당국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이 중 인프라 시설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5%, 제조업 투자는 15.6%, 부동산 개발 투자는 0.7% 증가했다. 인프라 시설이 투자의 큰 축을 담당했고, 민간투자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여러 업종에 투자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당국이 기대하는 만큼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인프라 투자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것은 주로 중앙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을 늘리기 때문이다.

2021년 정부 특수목적채권은 교통 인프라와 시정 및 산업단지 인프라 분야에 약 50%, 보장성주택 안거공정(安居工程) 및 보건·교육·양로·문화관광 등 사회사업에 약 30%, 농업·임업·수리(水利), 에너지, 도농 콜드체인 등에 20%를 투자했다.

특수목적채권의 경우 프로젝트의 수익으로 채무를 상환해야 하지만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수익 전망이 어둡다. 정부는 상환 책임은 없지만 정부 주도 사업인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정 부분 잠재적 부채 관계가 형성돼 있다. 지금 지방정부의 음성부채 규모가 방대해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인프라 건설, 이미 통제 불능 상태

안전한 투자 차원에서 볼 때 건전한 인프라 건설 속도는 수요보다 2~3년 앞서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동안 많은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수요보다 5년에서 10년, 심지어 수십 년 앞섬으로써 크고 작은 부채 함정을 만들어 냈다.

고속철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의 고속철도망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인데도 여전히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이 건설한 철도망은 약 6만 6000km에 이른다. 이 중 고속철도망이 3만 7200km로 반 이상을 차지하며, 애초의 건설 목표를 5년 앞당겨 달성했다. 2021년 말 현재 고속철도망은 4만㎞가 넘는다.

중국 고속철이 중국 경제에 가져온 악영향이 미중 무역전쟁을 넘어섰다고 2019년 2월 25일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 Su Yang/VCG/Getty Images

이처럼 고속 성장하는 ‘고속철 굴기’ 이면의 현실은 참혹하다.

첫째, 보편적으로 고속철 운행 횟수가 적고, 탑승률이 낮아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다.

정저우(鄭州)-시안(西安) 고속철의 경우 2년간 탑승률이 50% 미만이었고 14억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고속철의 평균 여객 수송밀도는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란신(蘭新)고속철은 설계 당시 하루 운행 횟수를 320편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8편에 불과하고, 고속철 개통 후 4년간 연 평균 이동 승객은 고작 500만 명이다. 또한 대도시인 시안과 청두를 잇는 시청(西成)고속철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편이지만, 그런데도 연 평균 이동승객이 1300만 명 수준이다. 중국 고속철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연 평균 이용 승객이 1500만 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대부분 이 수준에 못 미친다.

둘째,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다.

국영 국가철로그룹(2019년 설립)의 전신인 중국철도총공사의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채가 2010년 말 1조8900억 위안에서 2018년 9월 말 5조2800억 위안으로 불어났다. 국가철로그룹의 2021년 9월 30일 기준 총 부채는 5조8400억 위안(약 1105조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전년 같은 기간의 65.84%에서 66.14%로 증가했다. 2016년과 같이 원리금 상환 금액이 여객 운송 수입을 초과하는 해도 있었다.

중국 당국은 부채 문제가 심각함을 일찍이 알고 2013년 ‘고속철 관련 부채를 적절하게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없어 지금으로서는 근본적인 해결책도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은 고속철 관련 채무 리스크가 총체적으로 “안전하고, 합리적이며, 통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더 황당한 것은 여전히 대규모 고속철 건설을 계획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2월 24일 국무원이 발간한 ‘국가종합입체교통망 계획’은 2035년까지 고속철도망이 7만km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국무원이 발간한 ‘14차 5개년 계획의 현대종합교통운송체계 발전계획’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고속철도망(일부 도시 간 철도 포함)이 약 5만km에 달하고,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시 95% 이상을 커버할 예정이다.

고속철 사례는 중국공산당이 인프라 건설을 ‘적당히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잃었음을 보여준다.

맺음말

2022년은 중국 공산당에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 해이다. 시진핑이 덩샤오핑 시대부터 내려온 ‘3연임 금지’ 관례를 깨고 연임에 성공하려면 치적이 필요하고, 일정한 경제성장을 유지해야 한다. 당국은 경제성장을 활성화하고 당면한 경기 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인프라 건설에 의존하는 길을 구태의연하게 걷고 있다. 현실을 아는 사람은 이것이 ‘독주(毒酒)로 갈증을 해소하는 짓’임을 알고 있다.

중국 당국은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 26일 자 기사에서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의 우월성을 보여주려면 반드시 미국 경제를 앞서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미국 경제는 2021년 마지막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5% 성장해 중국(4.0%)을 추월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경제가 중국을 앞질렀다고 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 말에 큰 자극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그런 허황된 우월성을 위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GDP 성장률이 미국을 앞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기어이 독주로라도 갈증을 풀겠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멸망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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