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전’ 공격에 비상 걸린 대만…“AI로 中 선거개입 방어”

메리 훙
2024년 01월 5일 오후 4:31 업데이트: 2024년 01월 5일 오후 11:15

中, SNS서 전쟁 위험 강조하고 친중 선전
중국 비판 목소리엔 ‘댓글부대’ 동원해 공격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중국공산당이 ‘인지전(Cognitive Warfare)’을 통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대만의 한 인공지능(AI) 전문가는 자체 개발한 AI 방어 기술로 중국공산당의 선거 개입 등 악의적인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만 AI 연구소 설립자인 에단 이친 투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의 인지전에 맞서 AI 방어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의 인지전에 대응해 AI를 최초로 도입한 곳들 중 하나”라며 “AI 기술은 주로 공격에 쓰이지만, 우리는 방어적인 응용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 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개발 매니저 출신이다.

AI를 통한 반격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려는 중국공산당은 대만의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을 적대시해 왔으며, 민진당을 일종의 ‘걸림돌’로 간주하고 있다.

투 씨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인지전을 통해 대만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이 걸림돌을 제거하고, 궁극적으로 ‘대만과의 통일’을 이루려 시도하고 있다.

그는 “중국은 대만의 자유로운 언론 환경을 악용해 이런 공작을 펼치고 있다”며 “한 국가의 선거 이슈에 초점을 맞춘 담론 조작은 대부분 대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또한 “오픈AI의 챗GPT(ChatGPT)와 같은 챗봇은 일부 세력이 가짜 계정을 통해 허위 정보를 ‘설득력 있는 글’로 포장하는 데 쓰일 수 있다”며 “우리의 임무는 이런 종류의 악의적인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AI 연구소는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식별할 수 있는 대규모 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이 계정들이 제작하고 유포하는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투 씨는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런 식의 광범위한 모니터링을 통해 중국공산당의 인지전에 대한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며 “특히 대만 선거를 겨냥한 악의적인 활동에 관한 AI 모니터링 보고서를 매주 발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AI 연구소 설립자인 에단 이친 투가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과의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Yi-hsin Lee/The Epoch Times

중국공산당의 인지전

대만 AI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중국 관영매체의 주요 내러티브는 ‘대만 정부가 대만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전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대만 총통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내러티브의 톤(Tone)이 조금씩 바뀌었다”며 “전쟁 위기를 강조하는 방향에서 대만 교육 및 경제 시스템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쪽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와 동시에 중국 관영매체와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친중(親中) 내러티브를 지속적으로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발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미국과 대만이 생화학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등의 가짜 뉴스를 유포한 정황도 발견됐다.

중국공산당의 목적

투 씨는 “이런 움직임은 중국공산당이 자신들을 ‘평화의 선구자’로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분쟁 발생 시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중국에 불리한 담론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온라인에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 조직화된 계정이 그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 씨에 따르면 이런 조직화된 계정들은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며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고, 특정 언어와 구호 등을 반복하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

대만 AI 연구소의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이 어떤 방법으로 대만의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지도 밝혀냈다.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은 기본적으로 대만의 모든 정치인을 공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대만 내 분열과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투 씨는 “이런 공작은 ‘민주주의가 효과적인 시스템이 아니다’라는 인상을 심어주며 권위주의적인 체제, 즉 공산주의 중국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주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