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저널 200개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포해야”…기후 과학자들 반발

나빈 아트라풀리
2023년 10월 31일 오후 7:53 업데이트: 2024년 01월 31일 오전 9:49

전 세계 200개 이상의 의학 저널들이 “기후 위기가 글로벌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세계보건기구(WHO)에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촉구하는 사설을 일제히 게재했다.

이에 대해 기후 과학자들은 “환경주의자들의 근거 없는 선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25일 영국의학저널(BMJ)은 사설에서 “전 세계가 기후 위기와 자연 위기를 별개인 것처럼 여기고 있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한 실수”라고 언급했다.

이어 “WHO는 기후 위기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MJ는 “기후 위기는 토지, 피난처, 식량 및 물 부족 등으로 이어져 세계적 빈곤을 악화할 것이며 대규모 이주와 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기온 상승, 기상 이변, 대기 오염, 전염병 확산 등은 기후 위기가 초래한 수많은 공중보건 위기 중 일부”라고 전했다.

또한 “기후 위기가 수질 오염을 야기해 수인성 질병이 급증했고, 유전적 다양성을 파괴해 식량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으며, 토지 이용의 변화를 일으킴에 따라 병원체의 확산을 가속화해 전염병의 위험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 연안, 해양의 30%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세계 각국이 생태계 및 자연 보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협약이 타결됐다.

BMJ는 이를 언급하며 “이 협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생태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자연 위기는 곧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것이며, 전 세계적인 재앙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 세계기후선언 | 클린텔 제공

또 BMJ는 “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상황이 심각하고 이례적인 경우, 한 국가의 국경을 넘어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되는 경우, 국제적인 조치가 이뤄질 필요가 있는 경우 등 총 세 가지다”라며 “기후 위기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MJ 외에도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한 학술지는 란셋, 미국의사협회저널, 인도국립의학저널, 호주의학저널, 동아프리카의학저널 등 200여 개다.

이와는 반대로 전 세계 과학자, 기후환경 전문가 1828명(2023년 10월 31일 기준)은 “기후 위기는 없다(There is no climate emergency)”는 내용의 ‘세계기후선언(WCD·World Climate Declaration)’에 공동 서명했다.

글로벌 기후환경 전문가 모임 ‘클린텔(CLINTEL)’은 선언문을 통해 “지구의 기후는 자연적 요인에 의해 더워지거나 추워지기를 반복해 왔다”며 “이에 우리가 현재 따뜻한 시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기후 위기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아울러 “기후 위기론자들은 이산화탄소가 환경 파괴의 주범인 양 말하고 있지만, 사실 이산화탄소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전 세계 바이오매스(생물체의 총량)를 늘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기후환경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주장을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반박하고 있다.

분자생물학 전문가인 조앤 노바는 지난 9월 29일 클린텔에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규모는 최근 2년간 기록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기후 위기론자들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의 척도라고 강조해 왔다.

2021년 7월 13일,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촬영한 사진 | Melanie Sun/The Epoch Times

2012년만 해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규모는 최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그 이후 빠르게 번성해 주변 생태계도 활성화했다.

여기에 더해 기후 위기론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그린란드의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클린텔의 객원 저자인 요르겐 케이니케는 “그린란드의 기온은 2010년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이후부터 점차 낮아졌다”며 “지난 10년간 그린란드에서 얼음이 녹은 양은 그전 10년보다 현저히 적다”고 반박했다.

또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데이터는 지난 수십 년간 지구 전체의 녹지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자연 위기가 벌어졌다는 BMJ의 주장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2019년 4월 NASA는 위성 데이터를 인용해 “지구가 20년 전보다 훨씬 더 푸르러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구 전체에 아마존 열대우림만큼 거대한 녹지 면적이 새로 생겼음을 의미한다”며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현재는 연간 200만 평방마일 이상의 녹지가 추가로 형성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