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천명 증원’ 소통 시작하나…대통령실 “의제 오픈”

황효정
2024년 03월 18일 오후 7:50 업데이트: 2024년 03월 18일 오후 8:02

일관되게 고수해 오던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원칙이 깨질까. 증원 규모 관련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듯한 정부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1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은 ‘정부가 증원 규모를 못 줄인다는 입장을 접어야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 의제에 대해서 저희는 오픈돼 있다(열려 있다)”고 대답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향후 정부와 의료계 간 협상 과정에서 증원 규모를 변경할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장 수석은 “저희가 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는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는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장 수석은 “의료계에서 350명, 또 500명(증원) 이렇게 (말)하는데 왜 350명이고, 왜 500명인지 그 근거를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장 수석의 발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장 수석은) 의료계가 (정부보다)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면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과학적 근거와 함께 1년여간 의료계를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과 의견을 나눠서 (규모를) 결정했다”며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모든 논제를 대화할 수 있지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에서 뇌종양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어린이 환자와 주먹을 맞대며 격려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향해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서울아산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료진 간담회를 연 윤 대통령은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졌다면 좋겠지만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매번 이런 진통을 겪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의사들께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의료 질 저하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의료 개혁 완수를 위해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개선이 필요한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사와 간호사 여러분들께서 의견을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간담회는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배 이상 길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참석한 의료진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다. 의료진들은 필수 분야 의료인력 확충, 의료수가 현실화 등을 요청했다.

당장 정부와 의료계 간 공개적이고 본격적인 대화의 장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인 가운데, 정부는 이르면 오는 20일께 의대별 정원 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