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물가가 더 올랐다…작년 소득 4.4% 늘 때 소비는 5.7%↑

황효정
2024년 04월 17일 오후 1:39 업데이트: 2024년 04월 17일 오후 1:52

지난해 가구 소득이 늘었지만, 소득보다 물가가 더 상승해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세, 식비, 교통비 등 기본 생활비가 소비의 50%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신한은행이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자(근로자·자영업자 등)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작성, 공개한 ‘2023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54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521만 원)보다 4.4% 늘어난 액수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구 월평균 소비는 261만 원에서 276만 원으로 5.7% 늘었다. 다시 말해 버는 돈이 많아졌으나 쓰는 돈이 더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소비 항목별로 살펴봐도 식비(23.2%)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교통·통신비(14.5%), 월세·관리금·공과금(12.7%) 등 순으로 비중이 커 기본 생활비에 해당하는 항목이 소비의 50%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 식비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식비 지출액은 64만 원으로 전년도(58만 원) 대비 6만 원이 증가했다. 월평균 주거비 또한 동기간 4만 원 늘었다. 반대로 저축 여력은 쪼그라들었다. 2022년 39.9% 수준이었던 소득 내 저축 여력(저축+예비자금)은 지난해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라 지출이 늘어나며 39.3%로 감소했다.

설문조사에서 경제활동자 중 직장인 5000명에게 작년보다 올해 소비가 더 늘었냐고 묻자 38.7%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이들 가운데 96.1%는 이러한 소비 증가가 물가 상승과 영향이 있다고 봤다. 이에 68.6%의 직장인은 올해 도시락을 싸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등 점심값을 줄이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직장인 16.9%는 2가지 이상 직업을 가진 이른바 ‘N잡러’였다. 부업을 하는 이유로 61.9%는 생활비, 노후 대비 등 경제적 요소를 꼽았다. 부업의 종류로는 20대와 40대 N잡러의 경우 서비스직(식당·카페·편의점 등)이 가장 흔했다. 30대와 50·60대 N잡러들은 크리에이터·블로그·유튜버 직종, 과외·강사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가구 평균 보유자산은 6억294만 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5억7506만 원)보다 4.8%(2788만 원) 늘었다. 그러나 소득 계층별 자산 증가 규모에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상위 20% 고소득 계층의 자산은 평균 11억6699만 원으로 1년 새 4564만 원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하위 20%(1억6130만 원)와 하위 20~40%(3억3391만 원)의 자산 증가 폭은 각각 1291만 원, 1582만 원에 그쳤다.

지난해 자산 내 종류별 비중은 ▲부동산 79.7% ▲금융자산 13.6% 등 순서로 집계됐다. 2022년과 비교해 부동산 비중(80.2→79.7%)은 소폭 줄었다. 고금리에 따른 집값 하락 등의 영향이다. 대신 금융자산(13.5→13.6%)이 늘었다. 금융자산 규모(8178만 원)는 2021년부터 꾸준히 늘어 지난해 8000만 원대를 돌파했다.

10가구 중 약 6가구(64.8%)는 “부채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부채를 가진 가구의 평균 부채 잔액은 1억201만 원으로 1년 전인 2022년(1억973만 원)보다 7%가량 줄었다. 하지만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월 부채 상환액은 평균 85만 원에서 93만 원으로 9.4%나 늘었다.

‘향후 1년(2024년)의 가계 생활 형편 전망’을 묻는 질문에 47.2%는 “2023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30.2%는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 답한 비율은 22.6%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