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쏜 러 미사일에 한글 ‘ㅈ’ 표기…美, 북-러 협력에 ‘촉각’

황효정
2024년 01월 24일 오후 3:12 업데이트: 2024년 01월 24일 오후 3:25

최근 북한이 미국 다음가는 군사대국인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두고 미국 백악관이 “북러관계의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포착됐다.

24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의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의 ‘우크라이나에서 기록한 북한 미사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 잔해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됐다. 이는 북한제 무기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다.

연구소가 우크라이나에 떨어진 탄도미사일 잔해를 분석한 결과, 한글 ‘ㅈ(지읒)’으로 보이는 문자가 적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쏜 미사일 잔해에 적힌 숫자 ‘112’ 표기|영국 분쟁군비연구소(CAR) 홈페이지 캡처

이와 함께 미사일 잔해 여러 부품에서는 숫자 ‘112’도 발견됐다. 연구소는 해당 숫자가 북한의 연도 표기 방식인 ‘주체 112년(2023년)’ 혹은 북한 룡성기계연합기업소 산하 군수공장인 ‘2월 11일 공장’을 뜻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문자, 숫자 표기 외에도 “미사일 잔해 형상과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KN-23 및 KN-24을 비교 분석한 결과 유사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연구소는 “러시아가 쏜 미사일이 북한제 KN-23 또는 KN-24일 것”이라고 추정하며 “우크라이나에서 북한 미사일이 사용됐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23일) 미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은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획득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뿐 아니라 (북한산) 포탄도 상당히 잘 사용하면서 북러관계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커비 조정관|연합뉴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답방 가능성 등 북러 협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북러관계의 심화”라고 답변했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북러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첨단 군사 역량을 추구하고 있기에 우리는 매우,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 관계에서 푸틴이 얻는 것뿐 아니라 김정은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정보상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러시아 측은 “러시아는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떠한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양측 군사 관계 강화를 둘러싼 우려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절박한 상황에 처한 러시아를 북한이 이용, 탄약과 미사일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첨단 무기 기술을 획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 안보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9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김정은|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이와 관련,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 국장은 이달 18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북러 협력의 결과로 이 지역 내 위협으로서 북한의 성격이 앞으로 10년 동안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방북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3월에 있을 러시아 대선 이후 4월에 푸틴 대통령이 방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4월에는 북한에서 최대 명절로 꼽히는 김일성 생일(4월 15일)도 있다.

올해 푸틴 대통령이 방북하면 김정일이 집권하던 지난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의 방북이 된다. 이번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만나면 북러의 군사기술 등 협력이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발 더 나아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대립 구도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