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이 부주석으로 ‘변신’한 내막

리무양
2018년 3월 22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양가장>을 읽었다면 양육랑(楊六郎)의 수하 맹량(孟良)과 초찬(焦贊)이라는 인물을 기억할 것이다. 두 사람은 형제같이 행군과 작전에서 항상 함께 행동하며 떨어지지 않았기에 ‘초불리맹, 맹불리초’(焦不離孟 孟不離焦, 초찬은 맹량을 떠날 수 없고, 맹량은 초찬을 떠날 수 없다)란 말이 생겨났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전해지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시진핑과 왕치산은 손을 맞잡고 반부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외부에서는 이를 두고 ‘시왕연맹’이라고 불렀다. 최근 왕치산은 중앙기율검사위원이 아닌 국가부주석으로서 시진핑의 옆에 다시 서게 됐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시왕체제’가 마치 현대판 ‘초불리맹 맹불리초’와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간 외부에서는 왕치산이 ‘제8의 상무위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왕치산이 국가 부주석 자리에 앉음으로써 이번에는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의 실질적인 2인자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중공 혁명원로 뤄루이칭(羅瑞卿)의 아들 뤄위(羅宇)는 중화권 매체 ‘칸중궈(看中國)’와의 인터뷰에서 “왕치산이 19차 당대회에서 퇴임한 것은 시진핑이 함께 계획한 대책의 일환”이라면서 “장쩌민(江澤民)파인 장더장(張德江), 류윈산(劉雲山), 장가오리(張高麗)를 퇴출시키기 위해 왕치산 또한 함께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69살인 왕치산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퇴임한 것은 겉보기에 중공 내부의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의 규정을 따른 것이지만 그것이 시진핑의 본의는 아니었단 뜻이다.

홍콩 매체는 지난해 “시진핑은 왕치산을 상무위원회에 유임시키고 싶었지만 당내 이익집단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관료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왕치산이 실시한 반부패 정책이 관료집단 전체를 대적했기에 왕치산이 유임한다면 해당 관료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안에 떨어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왕치산은 여러 차례 쩡칭훙(曾慶紅)을 불러 조사하면서 본인과 가족의 부패문제를 고백하라고 요구했다. 쩡칭훙은 왕치산이 유임되면 자신의 앞날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므로 왕치산의 유임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이외에 장더장과 류윈산, 장가오리 역시 왕치산의 유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심지어 류윈산은 자신도 유임하려 상무위원 숫자를 11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의했다. 강력한 저지에 부딪힌 왕치산은 건강 문제 때문에 상무위원직을 유임할 수 없다고 표명했다.

시진핑은 지금까지 왕치산과 손을 잡고 장쩌민파벌의 수많은 관료를 척결해 왔지만 19차 당대회부터 현재까지 반부패 운동은 별 성과가 없는 상태다. 게다가 왕치산이 완전히 물러날 경우, 그를 대체할 다른 인물을 찾기도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시진핑은 ‘한 걸음 물러나는 차선책’을 취하기로 했다. 왕치산을 중앙 권력에서 내보낸 뒤 다시 권력의 핵심부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뤄위는 “왕치산은 공산당 내에서 직위가 없기 때문에 국가 부주석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시진핑과 왕치산의 계획한 전략이 통하면서 왕치산이 정치무대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치산의 등용은 중공의 ‘칠상팔하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기에 중공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지 않는다.

이른바 칠상팔하-임기교체가 있는 연도에 중공 정치국 상무위원이 67세가 되면 5년 연임을 할 수 있지만, 68세가 되면 퇴임해야 한다는 규정은 장쩌민이 명망이 높고 능력 또한 출중한 정적들을 제거한 후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심어 놓기 위해 정한 것이다. 69살인 왕치산은 여기에 해당한다.

시사평론가인 헝허(橫河)는 “국가 부주석이 비록 실권이 없을지라도 누가 맡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사람에 따라 권력의 크기도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왕치산의 성공적인 복귀는 새로운 ‘시왕체제’를 시작하게 할 것이다. 게다가 헌법에서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가 사라지면서 이제 시진핑과 왕치산은 국가주석과 부주석 자리에서 무기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시왕체제’가 시작되면 장쩌민파는 판을 뒤집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이미 낙마했지만 불복하던 크고 작은 부패 관료들에게는 일말의 희망조차 사라질 것이다. 아직 낙마하지 않은 장쩌민파 관료에게 시왕체제는 그 자체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시진핑이 절묘한 대책을 쓴 것이다.

뤄위는 “시진핑은 권력을 안정시킨 직후 ‘6·4텐안먼 사태’를 바로잡아야 하고, 파룬궁 탄압의 원흉 장쩌민을 법으로 처리한 다음, 중국공산당을 해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끊임없는 화근이 남을 것”이라며 “시진핑이 무엇을 하든 중공이 붕괴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앞으로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 잡은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되며, 이런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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