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황제가 되려는 시진핑, 그에겐 ‘천명’이 있을까

스투 스워르크(Stu Cvrk)
2023년 09월 29일 오후 5:41 업데이트: 2023년 09월 29일 오후 6:35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현대판 황제’, ‘시황제’로 불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천명(天命·하늘의 명령)’을 받아 중국을 통치한다고 주장했지만, 시진핑이 천명을 받았더라도 그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통치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명’은 기원전 1046년~기원전 256년 주(周)나라에서 발전한 유교 개념이다. ‘하늘’이 중국의 황제에게 중국을 다스릴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중국의 황제는 스스로를 천자(天子)로 칭하기도 한다. 이는 유럽의 왕권신수설과 유사하다.

둘은 결정적 차이가 있다. 왕권신수설은 왕을 퇴위시킬 수 있는 도덕적 지침을 제시하지 않는다. 왕실은 방탕, 부도덕, 부정부패 등 갖가지 신성하지 않은 행동에 상관없이 영원히 통치할 수 있다.

반면 실용적인 유교 사상에서는 하늘이 황제에게 백성을 다스릴 권한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백성에게도 부도덕하거나 폭군적인 황제의 통치권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고 본다. 유교는 그런 황제에 대해 반란을 일으킬 의무가 있다고 가르친다.

최근 시진핑을 둘러싼 상황을 본다면, 하늘은 황제가 되길 꿈꾸는 공산당 지도자에게서 통치권을 거둬들이려는 것처럼 보인다.

영원한 것은 없다…천명의 네 가지 원칙

보스턴대 역사학 박사 출신의 동양사 전문가 칼리 슈체판스키는 2019년 미국 학술 웹사이트 ‘쏘트코(ThoughtCo)’에 게재한 에세이 <중국의 천명은 무엇인가(What Is China’s Mandate of Heaven?)>에서 천명에 대해 고찰했다(에세이 링크).

이에 따르면, 천명에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 ‘하늘은 황제에게 통치권을 부여한다’, ‘하늘은 하나뿐이므로 한 번에 한 명의 황제만 존재할 수 있다’, ‘황제의 통치권은 그 덕행에 따라 결정된다’, ‘어느 왕조도 영구적인 통치권을 가지지 않는다’ 등이다.

중국 공산당은 현대 중국에서 독재 통치를 지속하기 위해 고대 중국의 전통을 자신들의 편의에 맞춰 왜곡하고 악용하고 있다.

시진핑은 천명의 개념을 비틀어 황제를 대체하고 공산당 총서기, 즉 자신이 하늘로부터 세계를 통치할 권리와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슈체판스키가 밝힌 4대 원칙 중 마지막에 지적한 바와 같이 설령 하늘로부터 천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덕행이 없다면 그것을 잃을 수도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부원장을 지낸 작가 스티븐 영은 올해 4월 아시아 타임스 기고문 <시진핑은 천명을 가지고 있는가(Does Xi Jinping have Heaven’s mandate?)>라는 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기고문 링크).

“(시진핑의 문제점은) 중국을 이끌고, 나아가 천하를 다스릴 인물로 하늘이 자신을 선택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인이 어떤 목적을 위해 시진핑을 선택했다는 증거도 없다. 즉 시진핑은 ‘천의’, ‘민심’ 어느 것도 얻은 적이 없다.”

설령 시진핑이 천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전통적 시각에서는 불길한 징후가 속출하는 것은 황제가 천명을 잃고 있다는 신호다. 자연재해, 외국의 침입, 민중의 반란, 공공장소에서 방탕과 부도덕한 행위의 증가, 무능, 그리고 이런 현상에 따른 신뢰 추락이다.

저항, 자연재해…천명 잃고 있다는 신호들

2022년 말 중국에서는 ‘제로 코로나’에 반발하는 전례 없는 규모의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중국 공산당 타도, 시진핑 퇴진” 등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시진핑은 결국 제로 코로나를 중단했다. 명분과 신뢰 모두 잃었다.

밑바닥 민심은 해소할 길 없이 불만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닛케이 아시아는 지난 9월 9일 자 기사에서 “중국의 소득 격차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시 상위 20%의 평균 가구소득은 하위 20%의 6.3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경제적 평등, 시진핑 시대 들어서 전면적으로 내세운 ‘공동부유’는 공허한 외침이 돼버렸다.

2023년 8월 4일 중국을 강타한 제5호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붕괴된 다리에서 복구를 위한 점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태풍과 폭염도 대규모 시위와 함께 올해 중국을 강타한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중국에는 몇 년간 가장 강력한 태풍 중 하나인 제5호 태풍 ‘독수리’가 상륙하면서 5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북부지역 집중호우로 자금성마저 침수됐다.

9월 초에는 제9호 태풍 ‘사올라’가 중국 광둥성에 상륙해 주민 90만 명이 대피했다. 로이터 통신은 “시속 200km 이상의 슈퍼 태풍으로 기록된 사올라는 1949년 이후 광둥성 남부를 위협한 가장 강력한 태풍 중 하나”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도 “1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태풍이 광둥성과 홍콩을 침수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들은 올여름 일본에 연속적으로 상륙한 태풍을 가리켜 “천벌”이라고 떠들었지만 피해 규모를 따진다면 천벌은 중국이 받은 셈이다.

폭염 현상을 보면 이런 추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중국은 사상 최강, 최장 폭염을 겪었다. 중국 기상과학원은 작년 8월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에 “올해 폭염은 1961년 정식 기상 관측 개시 이후 중국에서 가장 강하고 기간이 길다”고 말했다.

작년 중국 폭염은 이전까지의 최장 기록인 2013년의 62일을 넘어 64일에 달했다. 작년 8월18일 사천성 충칭의 기온이 45℃를 나타냈는데, 이는 신장 사막지대를 제외하고 중국에서 관측된 최고 기온으로 기록됐다.

사상 최악의 폭염은 전력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CNN는 작년 7월 “고층 빌딩이 어두워지고, 공장은 문을 닫고, 지하철은 어두워지고, 가정과 사무실은 계획정전으로 에어컨을 꺼야 했고, 정전된 농장에서는 수천 마리의 가금류와 물고기가 죽었다”고 전했다.

중국은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폭염을 겪었다.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도 폭염이 발생했지만, 중국은 신장 지역이 7월 19일 최고 기온 52.2도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도 베이징은 1962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반부패에도 여전한 부패, 경제마저 내리막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중국 공산당 1당 독재 체제하에서 관료들의 부패는 일부의 일탈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시진핑은 취임 초기부터 부패 척결을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호랑이(고위 부패관료) 사냥, 파리(하급 부패관료) 사냥, 여우(해외 도피사범) 사냥을 비롯해 집권 3기에 접어든 현재까지 10년 넘게 부패 척결을 벌였으나 부패 사건은 줄지 않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가 작년 7월 공개한 2012~2022년 중국 공산당 간부와 관련된 부패 사건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부패 사건은 59만6천 건으로 전년(63만1천건), 전전년(61만8천건)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그래프 링크).

중국 공산당 정권이 오랜 기간 통치 정당화 근거로 삼아온 ‘경제 관리 능력’도 최근에는 신통치 않다.

미국 월가에서 중요한 정보 창구로 통하는 금융 블로그 ‘제로 헤지(Zero Hedge)’는 지난달 19일 “중국 주택시장의 침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국유 건설업체의 절반이 광범위한 손실 위기를 보고했다”고 전했다.

제로 헤지는 또한 중국 도시지역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가 더 벌어진 것과 관련해서도 “시진핑 시대에 악화된 중국 경제난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1일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했고, 같은 달 31일 RFA는 “중국 3대 항공사의 상반기 손실액이 125억8천만 위안(약 2조3300억원)”이라며 “중국 항공사의 저조한 실적은 중국 내 다양한 산업의 현황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엑산테 데이터 최고경영자(CEO)이자 월가의 유명 환율전략가인 옌스 노드빅(Jens Nordvig)은 “20년 가까이 중국을 관측해왔지만 요즘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며 “극도의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우려”로 중국 소비시장이 약세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국제전략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8월 기고문에서 “(중국) 정부가 전면적인 통제를 추구한 결과, 중국은 성장 둔화의 길을 걸었고 사회 불만이 높아졌다”며 “시진핑 정권하의 ‘정체 시대’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에 관한 부정적 시각은 늘 존재했지만, 주요 매체에서 일제히 부정적 분석과 전망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는 시진핑 체제 이후 최소한 중국 정부의 경제 관리 능력에 관해서는 중국 안팎의 신뢰가 무너졌음을 시사한다.

모든 왕조는 결국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다

시진핑은 개인숭배, 시진핑 사상 학습을 통해 현대판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의도치 않은 역효과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가 천명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천명을 잃은 자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머지않아 정말 하늘의 부름을 받을지 모르겠다. 천명을 이탈한 역대 황제들의 마지막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