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칠흑 위 얹은 빛나는 자개의 설계도, 나전장의 도안실을 엿보다 서울공예박물관 특별전

류시화
2023년 06월 12일 오전 11:03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5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유려한 선으로 그려진 산수도가 먹처럼 깊은 바탕 위에 반짝이는 빛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자개로 만들어진 이 산수도의 밑거름이 된 산수 도안은 여느 대가의 솜씨 못지않은 힘 있고 멋진 필치의 자연 풍광이 그려져 있습니다.

사슴과 새가 노닐고 있는 도안 속 풍경은 나전 칠기 작품 위에서 새로이 태어나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 옆에 위치한 개관 3년 차의 서울공예박물관은 옛 조선왕조 별궁터에 자리 잡아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현대까지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우리 근현대의 대표 나전장인 6인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이 열렸습니다.

[정은주 | 서울공예박물관 학예연구사]

“‘나전장의 도안실 – 그림으로 보는 나전’(특별전)은 근현대 나전장인 전성규, 김봉룡 그리고 송주안, 심부길, 민종태, 김태희 총 여섯 명의 나전 장인이 만든 나전 도안과 작품들을 함께 비교해서 보실 수 있는 그런 전시입니다.”

매혹적인 빛깔의 옻칠 위에 더해진 나전 조각들의 아름다움이 눈부신 작품들 사이에 나전 칠기 도안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습니다.

[정은주 | 서울공예박물관 학예연구사]

“(이번 전시는) 여타의 박물관에서 진행했던 나전 칠기 전시와는 좀 다르게 도안을 주제로 한 전시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최초가 아닐까 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나전 칠기 작품이 탄생하는 데에는 장인이 직접 그린 도안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정은주 | 서울공예박물관 학예연구사]

“(장인들은 도안이) 연주가의 악보와도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무리 재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라든지, 피아니스트라 하더라도 좋은 악보가 있지 않으면 그 음악은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것처럼 나전 도안에서부터 좋은 문양과 그림, 어떤 치밀한 계산, 이런 것들이 되어 있지 않으면 나전 칠기라고 하는 작품이 완성될 수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도안들은 밑그림의 수준이 아닌 하나의 미술 작품과 같은 완성도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유려한 작품들과 섬세한 도안들이 탄생한 중심에는 수곡 전성규 선생이 있습니다.

[허수진 | 서울공예박물관 학예연구사]

“전성규 선생님은 근대 나전 칠공예의 혁신을 가져온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920년대 조선 나전사로 일본으로 넘어가 활동하면서 공업용 실톱과 근대적인 도안의 (사용을) 확산함으로써 나전 칠공예의 대량화와 산업화에 그런 기반을 마련한 인물입니다.”

전성규 선생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전칠 산수문탁자’가 전시실 입구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며 전시 도입부에서부터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허수진 | 서울공예박물관 학예연구사]

“1937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된 나전칠 산수문 탁자가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이번 전시는 7월 23일까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