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중국의 무제한 전쟁…한국 정치 개입 실태와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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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3년 07월 30일 오후 2:46 업데이트: 2024년 01월 10일 오전 11:11

중국 한국 정치 개입 실태와 대책은 무엇인가요?

 답변_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학 교수

건국대 정치외교학과와 동(同) 대학원을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를 거쳐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전략연구소 부소장으로도 활동 중인 이 교수는 올해 3월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를 출간했다.

-초한전이 무슨 뜻인가요?

“‘초한전(超限戰‧Unrestricted Warfare)’은 이름 그대로 한계를 초월한 전쟁입니다. 전쟁의 개념(전시와 평시), 수단과 방법(군사와 민간), 전쟁과 공격의 대상, 금기, 제도, 윤리와 도덕 등 모든 경계와 한계를 뛰어넘는 무제한 전쟁이라는 뜻입니다. 중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자유 체제를 무너뜨리는 전략으로 초한전을 준비해왔습니다. 우리는 현재 중국이 한국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대외관계,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중국의 보이지 않는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쯤 되면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이미 대한민국 건국 이전으로 돌아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요?

“무수히 많습니다. 우선 정치·외교·안보 측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국가수반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현상 변경 시도는 동아시아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이므로 반대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외교부 성명을 통해 “주둥이 함부로 놀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不容置喙·불용치훼)”는 막말을 내뱉었습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사건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사례입니다. 중국 외교부 국장급에 불과한 싱 대사가 대한민국 주권 문제를 대하는 행태는 과거 이른바 ‘대명천지(大明天地)’시기와 다를 바가 없을 정도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중국 외교부 과장급 인사가 한국의 재벌 총수와 정치인들을 상대로 ‘대국’에 대한 ‘소국의 예’를 설파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또한 대표적 사례인데,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안보 문제에 중국이 반대하고 국내 동조 세력이 가세하면서 사드 포대 운영은 난항을 겪어야 했습니다.”

-대중 외교를 경제문제와 관련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한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를 강력한 영향력 행사의 무기로 동원합니다. 그렇지만 중국이 한국 경제에 보복할 수 있는 수단과 정도는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중국 경제는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자본재, 기술재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약 97%를 차지하고 있어서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은 중국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줍니다. 따라서 중국은 함부로 경제 보복을 못 하는 대신 공갈 협박성 여론전, 선전전 등 한국에 공포감과 동요를 유발하는 전술을 동원합니다. 중국 관광객 금지, 한국 유통업체에 대한 타게팅 보복 등으로 마치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곧 망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겁니다. 실제 중국의 이러한 여론전, 심리전 공세는 한국 사회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적으로 침투한 사례도 있나요?

“중국은 역시 ‘돈’과 ‘관계’를 동원해 한국 사회의 자유를 보이지 않게 억압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중국이 원하지 않는 문화 종교 행사는 자유롭게 개최할 수 없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파괴한 전통문화를 복원하는 ‘션윈(神韻) 예술단 공연’에 대한 보이지 않는 탄압부터 티베트 달라이라마 초청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중국이 원하지 않는 문화콘텐츠와 내용은 인터넷 검색서비스와 포털 업체로부터 보이지 않는 탄압을 받는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죠.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검열’을 당연시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침투가 심각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일부 환경단체들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문제없다는 퍼포먼스와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침략한 중공군에 대승을 거둔 것을 기념한 ‘파로호’ 이름까지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개명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중국 자본이 들어온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한국문화가 중국 것이라는 문화 코드를 교묘히 삽입했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교과서는 한국전쟁이 미국과 한국의 북침이었고 중국의 참전은 ‘정의의 전쟁’이었다고 공개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직 교과서에 공식적으로 실리지는 않았지만, 신라의 역사를 제외한 한국사가 자랑스러운 중화민족의 역사라는 연구 결과서가 이미 공식적으로 출판돼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여론과 미디어 부분은 어떤가요?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회의 인터넷 담론장은 현재 중국과 북한에 심각하게 장악돼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 사회 여론을 조작하고 자국에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수많은 댓글부대와 인터넷 커뮤니티(포털서비스 카페 등)에 역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회자되는 용어와 유행어가 한국인의 용어와 생각인지 아니면 중국공산당과 북한이 세팅한 것인지를 의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중국이 한국 인터넷 공간 여론조작,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 유포에 나서고 있는 결정적 증거 중 하나가 바로 ‘나는 개인이오!’ 사건입니다. ‘나는 개인이오’는 과거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제1차 국공합작을 할 때, 공산당원이 국민당에 위장으로 가입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당을 배신하지 않고 통일전선 공작과 정치공작전 일환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이 때문에 당원의 자격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사용한 용어입니다. 중국이 통일전선 공작을 할 때 신분을 위장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코드명이 한국 인터넷 공간에 대대적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왜 이러한 무제한 전쟁을 전개하는 것일까요? 

“한국을 친중종속화(親中從屬化)된 국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영도하는 중화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패권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종국적으로 세계 자유 질서를 유지하는 중축국가인 미국을 이겨야 합니다. 미국을 무력화시키는 전략 중 하나가 미국의 동맹체제를 해체하는 것이고, 그 핵심에 지전략(地戰略·geostrategy)적으로 자유세계의 최전선에 위치한 한국이 있는 것입니다. 역으로 한국에 대한 친중종속화 목표를 달성하면 중국은 패권 확장에 결정적 교두보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 같은 전략 구도하에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최저 기대치는 한국이 최소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 시기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전략적 목표와 기대치를 상당 정도로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윤 정부 이후 한국의 정치 지형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외교·안보 역량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평화와 경제 번영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한미동맹 강화와 함께 국제자유질서 유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한미동맹을 실질적으로 형해화하면서 중화 질서로 편입하는 길을 걸어온 한국의 외교정책 노선 전환은 자국이 추구하는 전략 로드맵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는 일입니다. 더욱이 중국은 현재 대외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고, 경제는 그동안 축적돼 온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시진핑은 대만을 무력을 통해서라도 흡수하겠다는 야욕을 숨기지도 않고 있습니다. 대만에 대한 무력 현상 변경 시도는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그동안 한국 사회에 축적해 온 무제한전쟁의 기반을 이용해 윤석열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한국의 친중종속화를 가속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 정치에도 개입한다는 뜻인가요?

“중국 입장에서 윤석열 정부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바로 2024년에 있는 한국 총선입니다. 총선에서 현재 여당이 패배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어 중국으로서는 반드시 총력을 기울여 한국 정치와 총선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개입은 무제한전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는 정치전, 통일전선 공작, 직간접적 총선 개입 및 조작 시도, 여론전, 미디어전, 인지전, 외교전, 경제전 등 수많은 초한전 전법들이 종합세트로 포함돼 전개될 것입니다. 초한전의 백미는 수많은 전법을 상황과 조건에 맞게 종합적이고도 파상적으로 전개해 총합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데에 있습니다.”

-개입 실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예를 들어, 한국 사회를 분열·교란하기 위한 여론전·미디어전·인지전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가짜뉴스, 거짓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유포시켜 민심을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이반시키고, 동시에 싱하이밍 사건과 같이 외교전과 경제보복전을 가미해 한국 사회를 동요시키며, 한국의 진보좌파 세력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고, 정치적으로 친중 후보를 지원하면서, 한국 내의 중국인과 화교를 동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선거에서는 부정선거와 선거 조작에 가담 및 지원하는 것 등입니다. 부정선거 가담 및 지원과 관련해서는 특히, 한국의 선거 투개표 시스템에서 중국의 개입이라고 시민사회가 제기한 ‘FOLLOW_THE_PARTY(해커의 지문)’와 ‘중국산 투표용지’ 의혹은 여전히 정부와 사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충분히 해명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 정치에도 개입한 사례가 있나요?

“중국의 정치 개입 사례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미 대만, 태국, 호주, 캐나다, 미국, 독일, 영국 등에서 중국은 매우 치밀하고도 공세적인 정치 개입을 해오고 있습니다. 2020년 총통선거를 앞둔 대만은 중국의 무제한 전쟁(超限戰)으로 이미 손쓸 수도 없이 친중 정권이 수립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이 초한전으로 대만의 방송, 미디어, 신문, 학계, 정치권, 그리고 대만의 군과 경찰 등 안보 핵심 기관 거의 모두를 장악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대만 야권 총통 후보는 중국공산당이 저울질해 결정한다는 말도 나왔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2019년 중국의 홍콩 탄압과 접수 과정을 보면서 대만의 자유시민들은 ‘오늘의 홍콩은 내일의 대만’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대대적으로 각성했습니다. 시민들은 대만을 장악한 중국의 홍색 언론 등에 대한 저항을 시작했고, 대만 정부는 ‘반(反)침투법’을 시급히 제정해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총통 선거에서 ‘선거의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만과 홍콩 외 서방에 대한 개입 사례도 궁금합니다.

“태국은 중국의 정치공작전으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친중 정권이 수립됐고, 호주는 중국으로부터의 자율성과 독립 주권을 지향한 내각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직간접적 선거 개입으로 패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호주의 경우에는 선거권을 확보한 중국인과 화교(華僑)가 친중 내각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죠. 캐나다는 중국의 직간접적이고도 노골적인 정치 및 선거 개입이 드러나 트뤼도 총리가 시진핑에게 대놓고 항의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현재도 캐나다 정치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표적 친중국가이자 중국 경제에 깊숙이 의존하고 있는 독일은 지난 7월 13일, 독일 정치사회에 대한 중국 초한전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국가안보가 있어야 경제도 있으며 중국이 독일을 조종하려는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영국 또한 의회 ‘정보안보위원회’보고서를 통해 영국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개입과 영향력 행사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고, 이를 묵과하면 몇 년 안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중국 초한전에 무방비로 노출된 한국은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한국 사회도 주요 서방 선진국들이 뒤늦게나마 중국의 삼투와 잠식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중국식 종속화 전략인 무제한 전쟁으로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친중종속화의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공산당의 전체주의 국가인 중국은 오늘날 우리의 존립 기반이자 삶의 가치인 자유와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즉 자유의 가치와 근본적으로 다르고 공존할 수 없는 가치에 기반한 국가입니다. 우리가 중국공산당의 중화 질서에서 살 수 있을까요? 없다면, 한국 정치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2024 총선에 중국과 북한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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