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교사의 지위와 권리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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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3년 12월 9일 오후 11:44 업데이트: 2024년 01월 10일 오전 11:11

교사의 지위와 권리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답변_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고려대 교육학과와 동(同) 대학원을 거쳐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에서 교육과정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교육개발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한국교육과정학회 제25대 회장 등을 지냈다.

-오늘날과 같은 교권 추락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일부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학생들은 교실에서 교사의 말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전교조가 체벌을 없앤 이후, 1990년대 중반 서태지가 ‘그만 됐어!’를 외치면서 더욱 악화했어요.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2~3년간의 교육 공백은 이런 비교육적·반교육적 상황을 더욱 심화했습니다.”

-실제 학교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요?

“학생들은 제때 등교하지 않고, 몇 교시 후에 오기도 하고, 수업 중에는 배 아프다고 하면서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수업 중에 떠들거나 돌아다니거나, 수업을 방해했고, 엎드려 자거나 교사의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조퇴도, 하교도 제멋대로 하는데 이때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동의를 구할 뿐이죠. 그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부모의 권위 역시 온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모의 권위가 무너졌으니, 가정교육을 통해 바로잡기도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요? 학교라는 사회공동체에서는 하고 싶은 활동도 참아야 하고, 하기 싫은 공부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교사는 이런 상황을 유도하고 설득하거나 강제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최근 금쪽같은 외동아가 늘었고, 결손가정으로 교실은 그야말로 동화처럼 ‘왕자와 공주, 고아와 거지’가 뒤섞여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학급이 온전히 모여서 수업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심지어 급식실에서 식판을 엎거나 식탁 위로 올라가 화풀이로 발을 쿵쾅 구르기도 합니다. 이 속에서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감정노동자’로 전락하고 있으며, 언행에 자기검열이 심해 전문가로서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학교에서 질서, 시간 엄수, 단정, 정숙, 성실, 조심 등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학교에서 인재가 길러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학교는 사회화라는 기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어 학교가 유지되는지조차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길러진 학생들은 나중에 회사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입사와 퇴사를 밥 먹듯 합니다.”

-교사들이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교사들이 교육 외 업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교육복지 조사 실시 업무 ▲학습 준비물 구입 대금 지급 품의서 작성 ▲방역 인력 인건비 지급 및 수질검사 ▲교육활동 중 다친 학생에 대한 학교안전공제회 보험금 청구 업무 등 행정실 잡무 처리 ▲교외 활동 준비 서류 작성 ▲학교 주변 시설 관리 업무 ▲교육청 공모 사업에 반강제 배정 ▲학부모회 뒤치다꺼리 등입니다. 이 밖에도 교육청·교육지원청의 공문 처리, 학교관리자들의 교사에게 업무 떠넘기기, 공무직 등으로부터 하다만 일 종결하기 등 잡무에 시달려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고 키우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호소입니다.”

-일부 교사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는데요.

“요즘 진상 학부모도 적지 않습니다. 걸핏하면 교사에게 직접 전화해서 막무가내에 가까운 민원을 제기하고, 자기 아이만 봐달라는 부모도 늘었습니다. △교사의 인격을 무시하며 면박 주고 희롱하기 △교사의 복장 말투 자세가 그래서야 되겠냐며 훈계하기 △아이 약 시간 맞춰 먹여 달라고 부탁하기 △우리 아이는 따뜻한 물을 먹이라고 당부하기 △급식 메뉴로 항의하기 △맘 카페에서 특정 교사를 좌표 찍고 ‘씹어대기’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생떼 쓰기 △아이들 사이 작은 다툼을 변호사 끼워서 어른 싸움으로 크게 만들기 등 그 양상도 각양각색입니다. 자율성-전문성-책무성은 확대 선순환해야 하는데 그 순환구조가 깨진 교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날 교사들은 민원해결사이자 감정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교사의 권위 회복을 위해선 교사가 부모 대신이라는 인식을 회복해야 합니다. 학부모는 고유 권한인 자녀 교육을 교사에게 전권 위임했다는 생각으로 교사를 신뢰해야 합니다. 유엔아동인권선언에서 천명했듯이 자녀 교육은 학부모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했을 때, 교사는 학부모를 대신하는 교육전문가입니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 주관적 편애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사는 객관적· 과학적·중립적·사회적으로 학생을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미성년자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성인에게 허락된 많은 권리를 유예해야 합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돼야 하고, 아동·청소년만의 권리를 특권적으로 보장하는 각종 법률은 개정 혹은 폐지해야 합니다. 교육법상 학교의 생활 규범이나 학칙은 학교 자체가 수립하고 집행할 일이지 외부의 시도의회나 교육청이 만들어 강요할 일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경험이 일천하고 자기중심적, 단기 조망적이어서 사회적 매너나 교양이 덜 갖추어져 있으며, 사건과 사태를 종합적으로 조망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학생의 성장 발전을 위해 학교 교사, 가정 부모, 마을 시민이 협력해야 합니다. 자신의 권리와 의무, 자유와 책임을 조율하며 자기 행동을 결정하기에는 아이들이 아직 미흡하고, 성장 중에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합니다.”

-학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학교는 사회적 공간으로서 그 생활 규범을 분명히 수립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제멋대로 굴면 학교는 수 차례 타이르고 경고한 후에, 그럼에도 끝까지 말을 듣지 않으면 퇴학, 정학 등의 처리를 제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대는 평생학습사회이고, 대안학교 등 교육기관이 워낙 많아서 퇴학은 학생들을 ‘교육’의 길에서 완전하게 격리시키는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의무교육 기간에도 퇴학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학생도 학교를 선택하고 학교도 학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뭔가를 무서워하고 조심할 때 학생들의 행동거지는 바르게 교정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육비에서 학생당 경비를 우선적으로 바우처(학비지불보증수표)로 전환해 학교와 교사들이 남다른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유인하는 경쟁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 속에서 교사의 전문성도 발전할 것입니다. 학교는 ‘섬머힐(영국 교육학자 A.S. 닐이 설립한 대안학교로, 학생들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처럼 무한 자유가 보장된 대안학교부터 경찰·군대·교도소를 닮은 학교까지 다양해야 합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지난 40년 이상 시행해 온 ‘마그넷 스쿨’과 ‘챠터 스쿨’에 대한 종합평가가 있었는데, 비용은 공립보다 덜 들고 교육효과는 높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보통 국공립은 공짜이고 사립은 돈이 든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틀린 것입니다. 국공립이 사립보다 국민세금, 돈을 더 많이 씁니다. 결국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때 그 전문적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자사고, 사립학교 등이 호평을 받으며 일반 학교에 비해 높은 권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교사를 보호하는 방안은요?

“우선 교사의 수업이 보호돼야 합니다. 코로나 초기 온라인 수업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채 학부모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교사들의 대다수 수업은 그야말로 ‘엉망’이어서 학부모들이 깔보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초등의 수업 수준은 준비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처럼 비춰졌습니다. 초등교사들이 학부모들로부터 더 많이 무시당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교사에 대한 평가를 수업 참관도 안 해 본 학부모들이 하는 것도 불합리합니다. 수업 참관을 해 본 이들이 교사평가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요즘 저학년 학생들은 ‘평가’를 안 한다고 하던데요.

“교사는 학생평가를 엄정히 시행해야 합니다. 초등학교에서 ‘학생의 행복’을 이유로 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의 실력을 학원에서 확인합니다. 학교에서는 놀거나 엎드려 자고, 학원에서는 공부하는 이유를 교육부와 교육청이 만들어 준 셈입니다. 평가권을 내려놓은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전문적 권위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전교조나 교사노조 연맹 등에서는 가르친 대로 평가하겠다는 것을 절대평가라고 우기면서 그렇게 하자고 종용합니다. ‘IB디플로마프로그램(IBDP)’ 등에서는 교사가 세계 공통의 기준에 따라 출제하고 채점하는 것을 ‘절대평가’로 규정하고 시험지와 답지를 공개하고 평가받습니다. 너무 쉽게 출제하거나 후하게 채점하면 학생들의 점수가 일률적으로 깎이고, 너무 어렵게 출제하고 까다롭게 채점하면 학생들은 모두 손해를 봅니다. IB는 교사들이 절대평가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초기 3~4년간 집중 연수를 통해 훈련합니다. IB방식이 어렵다면, 교육부도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에 대해서는 매년 학생성장을 확인하는 절대평가를 실시해야 하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서술형·논술형 문항을 늘려가야 합니다. 이는 공교육의 대국민적 책무이며, 평가 참여를 학교 자율에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학교교육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학교와 교사, 가정과 학부모가 협력해 디지털 시대의 부작용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출생아 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지만 특수아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A. N. 화이트헤드, J. 피아제 등에 따르면 인간은 3단계를 거치면서 성장합니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동화와 낭만(romance)의 시기로, 이때 쏟아지는 디지털 뷰어 정보를 아동들은 스스로 처리하지 못합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가상현실과 디지털을 통한 간접경험을 대폭 줄이고, 아이들을 자연에 더 많이 노출시켜 직접경험을 통해 아날로그 정보를 축적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초등 고학년~중·고교 과정에서는 객관적이고 정확하며 정직한 정답에 더 많이 노출시켜야 합니다.”

-교사들이 공문 처리하느라 수업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면서요?

“교육의 무게중심을 학교 밖 교육행정기관이 아닌 학교 안으로 들여와야 합니다. 이른바 ‘공문으로 교육한다’는 교외의 인사들은 모두 교내로 들어와 교사의 수업과 학생생활지도를 도와야 합니다. 교육부, 국교위, 17개 광역시도교육청, 176개 교육지원청, 367개 직속기관이 학교 밖에서 우월적 지위로 공문을 통해 학교와 교사를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공문이 교사의 수업을 방해할 정도라면 공문 생산하는 자리를 없애는 것이 상책입니다. 독일처럼 교육행정을 일반행정과 통합하고 학교는 전문가인 교사들이 수업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해야 교육의 무게중심이 학교에 있게 되고 교사의 권위가 섭니다.”

-퇴직할 때까지 평교사로 교단을 지키는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해 보입니다.

“교사들이 학생, 수업, 교실, 학교를 떠나 ‘출세’하기보다 교내에서 승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끝까지 교단을 지키는 교사들은 초임부터 정년까지 7급 공무원 대우를 받습니다. 2급 정교사에서 1급 정교사로 평생 딱 한 번 승급할 뿐입니다. 이마저도 일반 공무원의 승급과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경력 15년 차 즈음에 교감, 교장이 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학교를 떠나 전문직(장학사, 연구사)에 진출하면 비로소 6급 이상으로 승진할 수 있습니다.”

“교사의 성장을 추동하는 힘은 ‘승진’ 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반부에는 경력에 따라, 후반부에는 능력에 따라 승진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명칭을 무엇으로 하든, 교원은 교내에서 승진하게 해야 하고, 교육의 무게중심은 학교 안에 있어야 합니다. 교사의 직급에 따라 맡는 역할도 보수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 외 교사의 전문적 권위와 권한을 보장하는 방안이 있다면요?

“교육의 핵심은 ‘교사-교육과정-학생’입니다. 공식적 교육제도와 비공식적 교육 문화 속에서, 교사와 학생이 만나서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주고받는 교육과정, 수업, 교육평가가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중핵입니다. 가정과 학부모, 교육행정기관은 이 목표를 위한 지원과 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학생의 성장을 위해 우리 모두 협력해야 하고, 그 중심인 교사들이 자율적 전문가로서 교육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존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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