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 위장 中 웹사이트, 美·韓·日 등 30개국에 가짜뉴스 유포

프랭크 팡
2024년 02월 13일 오후 2:44 업데이트: 2024년 02월 13일 오후 2:44

중국 웹사이트 최소 123개가 전 세계 30개국에서 현지 언론 매체로 위장한 뒤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웹사이트가 퍼뜨리는 가짜뉴스는 대부분 친중(親中) 콘텐츠, 미국 및 동맹국 관련 음모론이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디지털 감시 기관인 시티즌랩은 지난 7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언론매체로 위장한 중국 웹사이트가 최소 123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시티즌랩의 선임 연구원 알베르토 피타렐리는 “중국의 이런 활동은 전 세계 국가들을 겨냥하는 광범위한 영향력 작전의 일환”이라며 “우리는 이를 ‘페이퍼월(Paperwall)’로 명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페이퍼월의 표적이 된 국가는 미국, 한국, 일본,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30개국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웹사이트들은 합법적인 현지 언론사로 위장하기 위해 웹사이트 명칭에 대표적인 도시나 명소의 이름을 넣었다. 프랑스의 ‘프로방스 데일리’, 일본의 ‘후지야마 타임스’, 한국의 ‘대구 저널’, 이탈리아의 ‘로마 저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피타렐리 연구원은 “이런 사이트들의 노출도와 주목도는 현재까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하게 주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주류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에 의해 증폭(amplification)될 경우, 가짜뉴스에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친중 콘텐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웹사이트들은 각국의 주요 뉴스를 다루며 현지 언론 매체로 위장하고 있다. 이 뉴스들은 모두 다른 언론 매체에서 무단으로 가져온 것들이다.

웹사이트의 ‘보도자료’ 코너에는 중국 관영 매체의 기사들이 게시돼 있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기여했다’는 식의 친중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또한 ‘미국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유출했다’, ‘미국이 동남아시아에서 비밀리에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 등의 반미(反美) 가짜뉴스도 발견됐다.

피타렐리 연구원은 “이들의 출처는 ‘타임스 뉴스와이어’로 알려진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곳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적·사회적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게시하고 유포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를 악용한 중국의 영향력 활동 보고서 | 국가사이버안보센터

타임스 뉴스와이어는 지난해 구글의 사이버 보안 업체인 맨디언트가 ‘중국 영향력 작전의 핵심’으로 지목한 곳이다.

시티즌랩이 타임스 뉴스와이어와 페이퍼월 웹사이트들의 호스팅 IP 주소를 추적한 결과, 중국의 IT 기업인 텐센트로 연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보업체

보고서는 “이 같은 활동의 배후에는 중국의 홍보업체 ‘하이마이윈샹미디어(이하 하이마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하이마이가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 언론 매체 위장 웹사이트들을 활용해 친중 콘텐츠를 유포하고 각국의 여론을 조작하려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영향력 작전에 홍보업체 등 민간 기업이 가담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중국공산당은 계속해서 이런 방식을 통해 세계 각국에 친중 여론을 조성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지난해 11월 “하이마이가 국내 언론 매체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해 기사 형식의 친중 콘텐츠를 유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하이마이는 각 웹사이트에 국내 언론사 기사를 무단으로 게재해 한국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후 출처를 알 수 없는 콘텐츠를 정상적인 언론 기사로 위장해 유포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정원은 “이번에 확인된 국내 사례는 그 영향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이 국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런 점을 감안해 중국의 사이버 영향력 확대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유관 부처와의 협조를 통해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들을 조속히 차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를 악용한 중국의 영향력 활동 보고서 | 국가사이버안보센터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