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中 텐센트와 제휴에 보안 우려

한동훈
2023년 10월 11일 오전 9:56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2:05

8억 명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유명 메신저 앱 ‘텔레그램(Telegram)’이 중국 인터넷 대기업 텐센트와 제휴를 맺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제휴가 사용자에게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텐센트의 발표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자체 블록체인 톤(TON·Telegram Open Network)코인 펀드와 손잡고 텐센트와 협력한다.

텔레그램을 플랫폼으로 삼아 텐센트 측 개발자들이 개발한 앱을 유통시키며 새로운 앱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생태계에서는 톤코인이 디지털 통화 역할을 하게 된다.

써드 파티 개발자와 기업은 이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출시하거나 레스토랑을 홍보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다. 기존 웹사이트를 완전히 대체할 모바일 웹사이트를 메신저 앱에서 구축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텔레그램은 자바스크립트를 허용, 개발자들이 만든 다양하고 유연한 인터페이스를 텔레그램 내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한다.

텔레그램은 중국에서 ‘전보(電報)’로 불리며 공산당의 인터넷 검열을 피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려는 이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텔레그램과 텐센트의 제휴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공산당 검열기구의 손길이 텔레그램에 뻗쳐 사용자에게 다양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보통신(IT)업계의 한 전문가는 “텐센트와 텔레그램의 제휴로 사용자는 당국의 감시 위험에 노출되고, 해커는 텐센트 앱의 백도어를 통해 컴퓨터와 휴대폰에 침입해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훔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텐센트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대량의 데이터를 당국의 데이터베이스로 전송한다. 이 데이터는 공산당이 사람들을 통제하는 데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중국의 국민 메신저 앱 ‘위챗(微信)’은 이미 당국에게 장악돼 있으며, 공산당의 주민 통제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챗은 백도어가 광범위하게 열려 있다”며 “위챗을 사용하면 인터넷 경찰이나 해커에 의해 스마트폰 내 거의 모든 정보를 넘겨주게 된다. 위치가 추적되고 인터넷 검색이나 결제 내역 등이 당국에 노출된다”고 경고했다.

화웨이 난징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가 퇴직 후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 진춘(金淳)은 “텐센트 앱을 사용하면 개인정보는 물론 채팅 내역까지 유출될 수 있다”며 “금융 정보, 신용카드 번호, 은행 비밀번호 역시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친순은 “텔레그램 자체는 오픈소스”라며 “중국에서는 오리지널 텔레그램을 가장해 공산당이 일부 코드를 변조한 가짜 텔레그램이 진짜처럼 유포될 수도 있다. 결국 텔레그램의 명성을 깎아내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인권단체들도 이번 협력으로 인해 텔레그램과 써드 파티 개발자가 보유하고 있는 많은 데이터가 중국 공산당에 넘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중국과 홍콩의 반체제 활동가, 인권 운동가, 상방인(민원 제기인), 민주화 운동가들이 텔레그램으로 연락망을 구축해왔다”며 “텔레그램은 중국에서 검열되는 뉴스와 영상을 주고받는 수단으로 애용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최근 텔레그램과 텐센트 간 제휴 발표가 나기 전부터 상당수 사용자 계정이 도난당하고 공산당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삭제돼 반공 활동가들 사이에서 중국이 개입하고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돼 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