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의 놀라운 탄생…불멸하는 지혜의 본질은

제임스 세일
2024년 02월 29일 오전 10:16 업데이트: 2024년 02월 29일 오전 10:16

고대 그리스인들은 지혜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신화 속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통해 얻었다. 아테나의 기원과 존재 이유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더 진실하고 현명한 분별력을 가질 수 있다.

우주의 섭리

아테나는 신들의 왕이자 하늘의 신 제우스의 딸이다. 제우스가 가진 왕권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그에게 주어졌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우라노스에게서 왕위를 찬탈했고그는 왕좌를 제우스에게 물려줬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왕이 바뀐 것이 아닌 우주 본질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왔다. 크로노스가 통치할 당시 세상은 원시적이고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제우스가 등장해 우주의 질서와 정의를 확립했다.

아테나의 탄생

아테나가 태어나기 전, 제우스는 술수와 기술의 신 메티스를 첫 번째 아내로 맞이했다. 두 사람은 사랑으로 맺어진 사이였지만, 서로의 힘을 경계했다.

제우스의 할머니이자 태초의 신 가이아는 두 사람을 두고 “딸이 태어나면 아버지(제우스)와 동등한 힘을 갖게 될 것”이며 “아들이 태어나면 아버지를 죽이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에 겁먹은 제우스는 메티스를 속여 파리로 변하게 한 후 자신은 도마뱀으로 변신해 그녀를 잡아먹었다. 하지만 사실 이 상황은 지혜로운 메티스가 바랐던 것이다. 당시 메티스는 임신한 상태였고, 일부러 잡아먹혀 제우스에게 흡수되려 했다.

‘아폴로와 아테나의 우화’(17세기 후반 추정), 제임스 손힐 | 공개 도메인

제우스는 이제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가 없을 것임을 확신하며 두 번째 아내인 헤라와 결혼하려 했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 그는 머리가 찢어지는 듯한 두통에 시달렸다.

‘아폴로와 아테나의 우화’(17세기 후반 추정)의 세부, 제임스 손힐 | 공개 도메인

이에 그곳에 있던 티탄족(신족) 프로메테우스와,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그를 도우려 했다.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에게 도끼를 가져와 자기 머리를 가르도록 청했다. 헤파이스토스는 도끼를 휘둘러 그의 머리를 가격했고, 둘로 쪼개진 제우스의 머리에서 완전히 무장한 아테나가 나타났다.

아테나는 태어나자마자 제우스에게 한 가지를 요청했다. 자신이 혼인하지 않고 처녀로 남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지혜가 욕심과 질투에 물들지 않고 순수함을 지키며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관계에 오염되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지혜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신화와 성경 속 지혜

‘팔라스의 아테나’(1655), 렘브란트 반 레인 | 공개 도메인

그리스 신화의 지혜와 성경 속 지혜 사이에는 몇 가지 유사점이 있다.

아테나는 일반적인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게 아니라 아버지를 통해 태어났다. 성경 속 지혜의 상징인 예수 그리스도 또한 아테나와 유사하게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 지혜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며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아테나는 탄생 때부터 투구와 갑옷을 입고 손에는 창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 자체로 완전하며 강한 존재다. 예수는 끊임없는 언어적 공격과 시련, 도전에 맞서 모든 상황을 현명하게 이겨냈다. 이처럼 지혜는 본질적으로 무장돼 있기에 별다른 준비나 도움이 필요치 않다.

또한 이들은 교육을 통해 지혜를 얻은 것이 아니다. 아테나는 탄생부터 지혜로운 존재였고, 예수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교육이 꼭 지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지혜와 상반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테나 동상을 들고 있는 귀족’(17세기 후반), 조반니 안토니오 펠레그리니 | 공개 도메인

지혜는 공리적 힘을 가진 근본적인 개념이다. 지혜는 우리가 뭔가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생각 이전에 선행된다. 즉, 지혜는 직관적이며 우리 정신과 마음 근본에서 솟아난다. 때로는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배움이 짧은 이들이 더 많은 지혜를 발휘하거나 도덕과 상식을 지키기도 한다.

교육과 지혜의 상관관계

세계 최고 배움의 장으로 꼽히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최근 일어난 사건은 교육과 지혜가 별개의 개념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클라우딘 게이 교수는 지난해 7월, 여성으로는 두 번째이자 흑인으로는 최초로 하버드 대학 총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그녀는 5개월여 만에 사퇴하게 됐다.

그녀는 미국 대학 내 반유대주의 움직임을 용인했다는 비판을 받는 동시에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월 5일 열린 미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그녀는 “유대인 학살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징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유대인 학살 촉구가 하버드대 행동 규칙을 위반했는지는 문맥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답했다.

그 대답은 그녀가 교육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선과 악을 구별하는 진정한 지혜로움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이에 하버드대 출신이자 미국 뉴욕주 연방 하원의원인 엘리스 스테파닉은 “그녀의 답변은 하버드 총장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리더십과 학문적 진실성이 전혀 없는 한심한 답변이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해서 반드시 현명한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교육계의 방식과 기준은 지혜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현대 교육은 진실과 참된 선함에 근거한 내용이 아니기에 지혜를 양성하기가 더욱 어렵다.

‘아테나와 페가수스’(1654), 테오도르 반 툴덴 | 공개 도메인

아테나가 순수성을 지키고 관계에 오염되지 않기 위해 순결을 지키려 했듯이 지혜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의 교육은 주관성을 띠며 현실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사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제임스 세일(James Sale)dms)은 5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한 작가이다. 2017년 고전시인협회 연례 대회에서 1위를 수상했으며, 최근에 시집과 ‘최고 성과 팀을 위한 동기 부여 매핑’(Routledge, 2021)을 출판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