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EU 정상들과 만남…유럽 ‘끌어안기’ 가능할까

2019년 3월 27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이탈리아와 중국 당국이 ‘일대일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유럽연합(EU) 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2일,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EU가 개별 국가의 정책이 아닌 하나의 통일된 대중(對中)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Sean Gallup/Getty Images)

베이징 당국이 공식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월 21일에서 26일까지 이탈리아와 모나코, 그리고 프랑스를 방문한다. 이탈리아 방문 기간에 극진한 대접으로 시진핑 일행의 체면이 섰다면, 다음 프랑스에서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진핑이 유럽 순방길에 오르자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6일 시진핑,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파리에서 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자주의 수호에 근거해 시진핑과의 협상을 유럽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이를 통해 중국과 프랑스의 관계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전략을 중국에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닛케이 아시아 리뷰’는 “중국 지도자가 EU의 3대 정상과 함께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 나라의 정상이 다른 나라를 공식 방문할 때, 또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과 만남을 갖는 것은 필자가 여태껏 봐온 바로도 분명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필자는 이러한 요구를 한 쪽이 중국이 아닌 프랑스나 다른 유럽국가라고 확신한다. 지난 23일, 시진핑이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에 발표한 ‘공동 발전의 길 위에서 계속해서 함께 나아가자’라는 제하의 글이 이를 뒷받침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 시진핑은 먼저 마크롱 대통령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두 번째로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5년 전 첫 공식 방문 때를 회고하며 “첫 방문으로 양국 간의 긴밀하고 영구적이며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시진핑은 이어서 바로 이번 방문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언급했다. 첫째는 기존의 협력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동 이익의 파이가 점점 커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양자 경제무역 협력을 강조했다. 셋째는 양국 우호의 뿌리가 점점 깊어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시진핑이 내놓은 답안은 ‘4가지 핵심원칙을 잘 실행하는 것’이다. 첫 번째 핵심원칙은 ‘독립’으로, 시진핑은 “서로 다른 사회제도, 문화적 배경, 발전 단계를 가진 나라들이 우호 협력의 리더 역할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프랑스가 정책적으로 미국을 따르지 말고, 보호주의를 펴지 말며,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와 갈등하지 말기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핵심원칙은 ‘개방성과 상생’이다. 시진핑은 “우리는 프랑스와 함께 보호주의를 명백히 거부하고, 개방된 세계 경제 건설을 지지하며, 경제 세계화를 좀 더 개방적이고 포괄적이며 균형 있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기를 바란다. 또한 프랑스와 함께 원자력, 항공우주 등 전통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농업과 과학기술 혁신 등 신흥 분야의 협력을 적극 개발해 ‘일대일로’와 ‘제3국 시장 협력(선진국과 함께 제3자로서 개발도상국 시장 개발)’에서 더욱 큰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한 “더 많은 프랑스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사업을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첨단기술 분야에 협력을 강화하고 ‘일대일로’에 참여하도록 프랑스를 유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 핵심 원칙은 ‘포용성과 상호학습’이다. 이는 베이징이 프랑스와의 인적 교류를 확대해 유럽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도 공자학원은 베이징이 교류를 확대하고자 하는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네 번째 핵심원칙은 ‘책임감’으로, 프랑스와 손잡고 세계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므로 양국이 연합하면 미국에 대항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보면 시진핑이 유럽 3대 지도자와 동시에 만나기로 한 계획에 대해선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프랑스를 방문한 주된 목적이 중국과 프랑스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항하자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시진핑은 이번에 일부 주문서를 가져갔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프랑스 방문에서 마크롱뿐만 아니라 메르켈과 융커도 상대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필자는 이번 회담 스케줄 또한 돌발적으로 잡혔을 것으로 본다. 이는 유럽 정책의 갑작스러운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시진핑이 출발 직전인 3월 19일, EU 위원회는 ‘EU·중국: 전략적 전망(Strategic Outlook)’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대중(對中) 정책을 조정했다. 먼저 중국 공산당을 5G 등 핵심 발전 분야의 ‘경제적 경쟁자’로 분류하고 정치적으로도 ‘체제적 경쟁 상대’로 분류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또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유럽 투자에 대해 좀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EU와 모든 회원국의 정책이 완전히 일치해야지만 대중 정책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모든 회원국은 EU 법률과 규정 및 정책에 부합하는 조치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EU 국가 지도자들은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EU가 4월 9일 중국과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 28개 회원국의 일치된 입장을 조율하기 위함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 공산당에 ‘공정한 경쟁과 평등한 시장접근’을 촉진할 것을 분명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유럽·중국 정상회담과 관련해 EU는 이미 지도자들의 공동성명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 내용에 따르면, EU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 경제의 개방 시한에 대해 중국과 합의를 모색하고 중국이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또한 정상회의 후의 언론 브리핑에서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EU의 주요 목표는 균형 실현과 공정한 경쟁 및 대등한 시장접근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WTO 개혁의 핵심 요소에 산업보조금을 포함하도록 중국을 설득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현재 중국과의 관계는 양호한 편이지만 아주 좋은 것은 아니다”며 “중국 시장이 충분히 개방돼 있지 않아 EU는 불공정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EU는 중국 기업이 유럽 국가 정부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처럼 유럽 회사들이 중국 본토에서 정부조달에 참여할 기회를 얻길 바라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EU와 중국의 무역관계는 대등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는 동반자일 뿐만 아니라 라이벌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맺길 바란다. 즉 한쪽이 다른 쪽 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려면 다른 쪽을 동등하게 대우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양측이 서로 동등한 수준의 시장접근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메르켈은 이탈리아가 중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대해 “EU의 다른 나라들이 비판하지는 않지만, EU 회원국들은 중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일치된 행동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에게 “(중국을 대함에 있어) 유럽의 순진한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새로운 ‘실크로드’에 대한 양자 협의를 논의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우리는 순진해선 안 된다. 중국이 이런 정책을 통해 국익을 추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이 유럽을 방문 전에, 또 방문 기간에 EU와 유럽 강대국 지도자들이 잇따라 중국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 심상치 않다. 어쩌면 그들은 이탈리아가 베이징과 ‘일대일로’ 양해각서 체결을 발표한 뒤인 지금에서야 ‘사악한 세력’이 유럽에 이미 얼마나 깊이 침투했는지, 그리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조정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유럽이 힘을 합쳐 중국에 반격하지 않고, 베이징이 유럽을 분열시키도록 내버려 둔다면 유럽이 주권을 상실하고 베이징에 종속된다는 주장도 결코 허언이 아닐 것이다.

EU와 EU 회원국 지도자들이 발표한 정보에 따르면, 무역 문제에 있어서 이번 회담에서 독일과 프랑스, EU는 분명히 ‘공정한 경쟁과 평등한 시장접근’에 대한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럽 측이 태도를 표명해도 시진핑은 기본적으로 ‘밀당’ 수법으로 대응하며 어떤 실질적인 약속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럽의 이번 요구사항이 바로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베이징에 요구한 ‘구조적 개혁’의 핵심내용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베이징이 몇 차례 협상을 하고도 미국의 요구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의 독재 정권을 지키려는 베이징 고위층이 어떻게 유럽에 약속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유럽의 단결된 힘은 베이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시진핑이 프랑스 방문을 통해 성취하려 한 주요 목표가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EU는 무역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연합해 베이징에 대응함으로써 베이징을 두려움에 떨게 할 것이다. 과연 베이징은 이에 대응할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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