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직접 창설한 전략지원군 폐지…관측통 “중국군 혼란 지속”

강우찬
2024년 04월 22일 오후 1:23 업데이트: 2024년 04월 22일 오후 1:23

육·해·공·로켓군 이어 5번째 군종…없애고 기능 분산
“군 장악 위해 발탁된 측근들, 반시진핑 세력과 결탁”

중국 공산당(중공)이 전략지원군을 폐지하고 정보지원부대 등 새 병종을 창설한 것을 두고, 격렬한 내부 투쟁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대규모 군 숙청을 단행하고도 군부 내 반(反)시진핑 세력을 몰아내지 못해 숙청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공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공은 19일 베이징 8·1빌딩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지원부대 창설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시진핑이 참석해 정보지원부대 초대사령원(사령관) 비이, 정치위원 리웨이에게 군기를 넘겨주며 군 지휘를 위임했다.

이로써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에 이어 2015년 다섯 번째 군종으로 창설된 전략지원군은 9년 만에 해체됐다. 기존 군(전략지원군)을 폐지하고 새로운 부대(정보지원부대)를 창설하는 형태를 이루긴 했지만, 본질은 전략지원군의 해체라고 중화권 매체들은 분석한다.

전략지원군은 로켓군 창설과 함께 시진핑이 주도한 2015년 말 국방개혁의 핵심 사업이었다.

시진핑은 각 군에 흩어져 있던 기능들을 모아 전략지원군을 창설하면서 중공 중앙군사위 산하 인민해방군을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 전략지원군의 5군 체제로 개편했다.

특히 전략지원군은 정보전, 사이버전, 우주전, 심리전과 정찰 및 위성 관리를 담당하는 통합 사령부로서 중공의 차세대 전력을 상징했다.

하지만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신설된 정보지원부대는 ‘네트워크 정보 시스템 구축 조정’이라는 업무만 담당하게 된다. 나머지 기능은 군사우주부대, 사이버부대, 연합군수부대 등으로 다시 흩어진다.

전략지원군과 함께 ‘시진핑 국방개혁’의 또 다른 축이었던 로켓군은 대대적인 숙청으로 사령관과 정치위원이 교체됐고, 고위 장성들도 행방이 묘연해졌다.

대만의 시사평론가 중위안은 “로켓군 수뇌부는 시진핑 자신이 직접 발탁한 ‘측근’들로 채워졌지만, 현재는 사령부 전체가 거의 파괴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2015년 국방개혁 당시 “군사력 현대화”를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군부 내 반대 세력을 내쫓고 자기 사람을 심어 군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22년 10월 로켓군의 세부 전력을 상세히 분석한 미 공군대학 보고서가 나오면서 기밀 누출에 관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믿었던 로켓군 수뇌부가 반시진핑 세력과 결탁해 있음이 드러나면서 수뇌부 물갈이가 단행됐다고 중위안은 설명한다.

중위안은 “전략지원군 역시 같은 이유에서 해체된 것으로 보인다”며 19일 정보지원부대 창설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의 연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진핑은 참석한 군 장성들에게 “당의 명령을 확고히 따르라”며 “규율과 규칙을 엄격히 지키고, 우수한 작업 풍조를 고양하고, 부대의 절대 충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해방군은 중국이라는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라는 당(黨)의 군대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는 국민(인민)의 투표로 선출되지 않는다.

이는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군대가 국민 혹은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원수 또는 정부 수반에 의해 통솔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인민해방군은 당의 명령에 충실해야 하고, 이는 국민이 당의 권력에 반대한다면 언제든 국민에게 총을 겨눌 수 있음을 시사한다. 1986년 톈안먼 광장 학살이 그러했다.

중위안은 “시진핑 연설은 해체된 전략지원군의 불안정성을 시사한다”며 “중공은 전략지원군에 사이버전, 정보전 등 역량을 집중시켰지만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위기감을 느껴 해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망명 법학자 위안훙빙은 시진핑이 당황해서 손발이 바빠졌다고 평가했다.

위안훙빙은 해체된 전략지원군의 마지막 사령관 쥐첸성(巨乾生) 상장(대장)을 거론했다.

쥐첸성은 작년 하반기부터 리상푸 국방부장(국방장관)과 함께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이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퍼졌다. 그러나 올해 1월 말 군복을 입고 시찰하는 모습이 지방 언론에 공개됐고 3월에는 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시진핑의 군 숙청 내막을 추측할 수 있는 신호로 여겨지며 중화권 매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위안훙빙은 중국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쥐첸성은 당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유죄를 인정하고 시진핑에 불만을 가진 군 고위층의 사적인 대화들까지 상세히 털어놨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은 최근 자기 측근이라고 여긴 ‘시자쥔(習家軍·중공 내부 계파의 하나인 태자당 중에서 시진핑을 따르는 집단)’이 앞에서만 충성하고 뒤에서는 반대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직접 창설한 로켓군과 전략지원군을 스스로 숙청하고 해체하게 된 이유다.

위안훙빙은 “시진핑은 쥐첸성과 쉬중보(로켓군 전 정치위원)를 부패 혐의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 중공 총서기 장쩌민의 아들 장몐헝도 연루됐음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2022년 11월 사망한 장쩌민 전 총서기와 그의 계파(상하이방)는 중국 내 최대 반시진핑 세력을 형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