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3중전회 왜 안 여나…“장쩌민 장남 軍 부패 연루 때문”

박숙자
2024년 03월 14일 오후 8:14 업데이트: 2024년 03월 14일 오후 8:14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열리지 못하는 것이 장쩌민 전 공산당 총서기의 아들 장몐헝(江綿恆)이 군부 부패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군 부패 청산 작업에서 전직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 걸려들자, 시진핑 당국이 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충신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반대파와 어울리는 것을 본 시진핑의 실망감도 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법학자 위안훙빙(袁紅冰)은 낙마설에 휩싸였던 전략지원부대 사령관 쥐첸성(巨乾生·상장)과 로켓군 정치위원 쉬중보(徐忠波·상장)가 중국공산당의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전인대와 정협)’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고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위안훙빙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쥐첸성과 쉬중보는 부패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한때 군수산업에 관여했던 장쩌민 전 공산당 총서기의 아들 장몐헝 등도 연루됐다고 적극 폭로했다”며 “3중전회가 열리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핵심 숙청 대상인 쥐첸성과 쉬중보가 조사를 과정에서 다른 연루자들을 폭로함에 따라 숙청 규모가 커졌고, 이로 인해 대규모 숙청을 마무리하지 못해 결국 3중전회를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쥐첸성과 쉬중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양회에 출석한 것은 시진핑 당국이 사건 처리를 일단 미뤄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몐헝도 군부 부패에 연루됐다” 폭로

중국 양회가 지난 11일 폐막했다. 3중전회는 관례대로 지난해 말에 열었어야 했지만 관례를 깨고 열리지 않았다. 3중전회는 중국의 향후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 데다 낙마한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과 리상푸(李尚福)국방장관에 대한 인사 처리 문제도 있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고위층 내막에 정통한 위안훙빙은 지난 12일 에포크타임스에 3중전회가 지금까지 열리지 못한 이유는 진강과 리상푸가 촉발한, 시진핑에 대한 시자쥔의 불충 사건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위안훙빙에 따르면, 이 사건에 연루된 고위층 인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또 대부분 시진핑의 측근 그룹인 시자쥔이다. 외교부, 국방부, 로켓군, 전략지원부대, 방산업체 등의 고위 관리들이 대거 연루됐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쥐첸성과 쉬중보는 장몐헝이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자백했다”고 했다.

쥐첸성은 지난해부터 반년 가까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쥐첸성이 지난 1월 29일 구이저우성에서 열린 한 좌담회에 참석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위안홍빙은 1월 19일 에포크타임스에 쥐첸성이 당국의 핵심 숙청 대상이었지만, 죄를 시인하고 다른 연루자들을 폭로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조해 더 큰 규모의 숙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리위차오(李玉超) 당시 로켓군 사령관과 쉬중보 당시 정치위원이 모두 해임됐다. 리위차오는 작년 말 해임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쥐첸성과 쉬중보는 최근 양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 모두 무사히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군부 부패 사건, 정치적 불충이 가장 큰 위협

최근 군부 숙청에서 낙마가 확실시되는 상장(대장급)은 국방부장을 지낸 리상푸·웨이펑허(魏鳳和), 로켓군 사령관을 지낸 저우야닝(周亞寧)·리위차오(李玉超), 전 공군사령원 딩라이항(丁來杭) 등이다.

다른 장성으로는 뤼훙(呂宏) 로켓군 장비발전부장(소장), 리촨광(李傳廣) 로켓군 부사령원(중장), 장전중 중앙군사위원회 합동참모부 부참모장, 장위린(張育林) 전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 부부장, 라오원민(饒文敏)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 부부장, 쥐신춘(鞠新春) 남부전구 부사령관, 리즈중(李志忠) 전 중부전구 부사령관이 있다.

그리고 중국 군수산업 고위층도 대거 포함됐다. 우옌성(吳燕生) 중국항천과기집단 이사장, 류스촨(劉石泉) 중국병기공업집단 이사장, 왕창칭(王長靑) 중국항천과공집단 부총경리, 펑제훙(馮傑鴻) 중국항천삼강그룹 회장, 왕샤오쥔(王小軍) 전 중국우주발사체기술연구원 원장 등이다.

위안훙빙에 따르면 당국은 시진핑이 측근으로 생각했던 인물들이 시진핑의 반대파인 장몐헝과 함께 경제적 부패 야합, 권력 거래를 바탕으로 한 정치 집단을 결성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시자쥔이 시진핑에 불충한 것에 그치지 않고 장쩌민 잔존 세력인 장몐헝과 결탁하는 큰 문제로 발전했다”며 사건의 종결이 늦어지는 이유를 두 가지로 추측했다. 하나는 사건에 연루된 사람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시진핑이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훙빙은 “(시진핑 측은) 이 사건을 정치 노선에서 장쩌민 세력을 완전히 청산하는 계기로 이용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리상푸, 친강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발표할 수 없고 3중전회도 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이 로켓군 사건을 통해, 자신에게 절대 충성을 하는 시자쥔이란 없다는 것과, 자신이 육성한 관료는 대부분 양다리를 걸친 자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시진핑은 갑자기 자신이 양다리 걸친 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강과 리상푸 등 자신이 직접 승진시킨 장관들이 물밑에서 장몐헝과 정치적으로 결탁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그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이자 딜레마다”라고 진단했다.

항공우주·군수산업은 장쩌민 파벌의 사업 본거지

장몐헝은 1999년 11월~2011년 1월, 중국과학원 부원장을 지내며 첨단 과학기술의 연구·발전을 책임졌다. 2003년부터는 중국과학원을 대표해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5~7호 프로젝트의 부총지휘관을 맡았고, 2007년에는 달 탐사 프로젝트인 ‘창어(嫦娥)공정’의 부총지휘관을 맡았다.

문제가 된 많은 장성들의 출세 경로를 보면 시창(西昌), 주취안(酒泉) 두 위성발사센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 | VCG via Getty Images

리상푸는 1982년부터 20년 넘게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부주임(부사령관)·주임(사령관)을 역임했고, 장전중은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의 참모장·부주임·주임을, 장위린은 2004~2008년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의 주임(사령)을 지낸 바 있다.

선저우 5~7호의 발사 총지휘관은 매번 총장비부의 부장이 맡는 것이 관례다. 총장비부 부부장도 부총지휘관 중 한 명이다. 여기에서 장몐헝과 총장비부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몐헝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과감하게 상하이 텔레콤, 케이블 텔레비전, 인터넷, 전화 서비스 방면으로 사업을 넓혀가며 ‘전신(電信) 왕국’을 구축했다. 이 왕국에 상하이 정보시스템, 상하이 케이블통신, 중국 네트컴(Netcom) 등 10개 회사가 속해 있다.

그의 아버지인 장쩌민 전 총서기는 초대 전자공업부 부부장 출신으로, 전자공업부는 이후 우전부와 통합돼 정보산업부가 됐다. 이 때문에 정보산업은 장쩌민 가문의 가장 중요한 산업 본거지가 됐다.

* 이 기사는 닝하이중, 뤄야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