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내정간섭 따진 트뤼도 총리 카메라 앞서 ‘훈계’

탕하오(唐浩)
2022년 11월 18일 오전 10:25 업데이트: 2022년 11월 18일 오전 10:25

뉴스분석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연회장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훈계’하는 듯한 장면이 언론의 카메라에 잡혀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시진핑이 대중 앞에서 트뤼도 총리를 ‘훈계’한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16일 G20 정상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열린 연회에서 시진핑이 트뤼도 총리를 직접 찾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날 두 정상이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 캐나다 언론에 공개된 것이 시진핑을 불쾌하게 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정상회의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다며 항의했다.

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항의하는 시진핑은 타국의 정상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동생을 야단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다”며 “이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진행하지도 않았다”며 “진정성이 있다면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잘 소통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트뤼도 총리 역시 이 같은 무례에 가만있지 않았다. 트뤼도 총리는 시진핑의 말을 끊고 “캐나다에서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솔직한 대화를 지지한다. 건설적이고 함께 일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시진핑은 “여건을 만들어라. 여건을 만들어라(創造條件)”라면서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해 강조하고는 먼저 손을 내밀어 트뤼도 총리와 악수한 뒤 돌아서 자리를 떴다.

국제 외교에서는 회담 내용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리거나 정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외국 정부에 무슨 말을 했는지 등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불쾌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상대국 지도자를 찾아가 면전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트뤼도 총리는 3800만 캐나다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이다. 이날 시진핑의 행동은 트뤼도 총리와 캐나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함을 나타냈다.

시진핑의 항의를 계기로 트뤼도 총리가 언론에 흘린 내용에도 관심이 모인다.

전날 두 사람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약 10분간 약식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트뤼도 총리는 시진핑에게 중국이 캐나다의 내정에 대한 ‘간섭 활동’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화 내용은 캐나다 정부 관계자에 의해 언론에 전해졌다.

즉 시진핑은 내정간섭을 했다는 트뤼도 총리의 발언 자체보다 그러한 발언이 캐나다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확산됐다는 사실이 발끈한 것이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캐나다 내정에 간섭했는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지난 7일 캐나다 언론에 “중국이 2019년 캐나다 선거에서 친중 후보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입했다”는 보도가 난 것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트뤼도 총리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 캐나다의 민주주의를 겨냥해 공격적인 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직접 중국을 거론했다. 중국 공산당이 캐나다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트뤼도가 시진핑과 약식회담을 한 15일 캐나다 최대 전력회사 직원 왕웨성(王悅生)이 회사 영업기밀을 빼돌려 중국에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트뤼도 총리는 중국 공산당이 캐나다 선거에 개입하고 기업기밀을 빼돌린 것에 대해 캐나다 국민과 국가안보를 수호해야 할 총리 신분으로 항의했다.

이런 관점에서 트뤼도를 ‘꾸짖은’ 시진핑의 행위에 대해서는 “적반하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정상이 모인 G20 회의장에서 시진핑은 직접 사나운 ‘늑대 외교’의 진수를 펼쳐보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가치 충돌로 분석한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와 그동안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던 ‘보편타당성’이 충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