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난 속 금융 반부패 지속…1월 고위 관리 12명 숙청

정향매
2024년 02월 1일 오전 9:29 업데이트: 2024년 02월 1일 오전 11:29

경제 위기 책임, 부패 관리에 전가 목적도 관측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주도하는 중국 당국의 금융권 부패 척결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중국 금융권 고위 관리 12명이 부패 혐의로 낙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중국 관영 증권시보(證券時報), 증권 데이터 플랫폼 둥팡차이푸(東方財富) 등은 “왕즈빈(王芝斌) 전 중국공상은행 후베이지점 당위서기(黨委書記) 겸 지사장, 위쩌수이(於澤水) 전 국가개발은행 산둥지점 당위서기 겸 지사장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웹사이트 소식을 인용 보도했다.

중국은 일당제 국가로 중국공산당이 정당인 동시에 국가 기능도 수행한다. 중국 내 모든 국가기관의 1인자는 해당 기관에 설치된 당조·당위의 장(長)이다. 기관장은 당조·당위에서 2인자를 맡으며 실제 권력 서열에서도 2인자에 불과하다. 왕 씨와 위 씨처럼 한 사람이 당조·당위의 장과 기관장을 겸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중국공산당 관리의 부정부패와 위법 행위를 조사 감찰하는 준(準)정부 기관이고 국가감찰위원회는 감사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다. 두 기관은 인적 구성을 공유한다. 당 감사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국가감사는 국가감찰위원회가 담당한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왕 씨와 위 씨는 올해 들어 부패 혐의로 조사받게 된 11번째, 12번째 금융기관 출신 고위 관리이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중국 국유 금융기관 관리 3명은 조사를 거쳐 중국 공산당에서 제명됐다. 세 사람의 안건은 인민검찰원에 넘어갔으며 검찰은 심사 후 당사자를 기소할 예정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 지난 2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감찰위원회는 작년 한 해 동안 금융 부문 고위 관리 101명을 조사했다. 조사받은 관리의 직급을 보면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조직부(中共中央組織部)가 직접 관리하는 성(省)급 관리가 8명으로 8%를 차지했다. 중국공산당중앙 1급 당·국가 기관, 국유기업, 금융 기관 관리와 성(省)이 임명한 관리의 비율은 각각 74%, 18%였다. 기관별로는 은행 관리 74명, 금융감독 부문 관리 12명, 금융기관 관리 15명이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 금융 부패 혐의로 처분받은 관리는 77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43명이 공산당 당적을 박탈하고 공직에서 해임하는 이른바 ‘쐉카이(雙開)’ 처분을 받았다. 34명은 당적을 박탈당했으며 나머지 2명은 공직에서 해임됐다.

시진핑은 지난 10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중앙 금융공작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회의에서 금융 부문에 대한 중앙집권적이고 통일된 당의 지도력을 재확인하고 금융감독을 전면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마지노선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회의는 시진핑이 최고 정부 기관인 중국 국무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금융 부문 지휘권을 직접 장악하기 시작한 전환점이었다.

최근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 당교(黨校)는 중국공산당 성급 고위 관리를 대상으로 금융 부문 발전 촉진 세미나를 주최했다.

지난 19일 세미나 폐막식에서 중국 중앙 당국에서 당의 건설·이념 선전을 담당한 차이치(蔡奇)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서열 5위) 겸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폐막 연설을 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서열 2위)는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이는 금융 지휘권은 국무원이 아닌 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로 풀이된다.

리간제(李乾傑) 중앙조직부장, 리수레이(李書磊) 중앙선전부장, 천시(陳希) 중앙당교 교장, 류진궈(劉金國) 중앙기율위원회 부서기, 천원칭(陳文清) 중앙정치법률위원회 서기,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장 등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금융 관련 업무과 무관한 다수 부처 관계자의 참석은 의례적이었다.

에포크타임스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시진핑의 심산은 금융 부패 척결을 통해 정치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관리를 물갈이하는 동시에 경기 침체의 책임을 낙마 관리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은 개방하되 일당 통치 체제는 바꾸지 않는 중국 당국의 기형적인 (경제) 개혁으로 인해 금융 부문은 정·재계 결탁과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중국 공산당의 (일당) 통치 체제가 오늘날의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 누가 금융권을 감독·관리해도 중국은 금융 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