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애플 CEO를 만나지 않은 이유

왕허(王赫)
2024년 04월 6일 오전 11:25 업데이트: 2024년 04월 6일 오전 11:25

시진핑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가 지난달 27일 미국 재계 및 학계 대표들과 만났다. 하지만 이 자리에 애플 CEO 팀 쿡은 초대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도 없었다.

쿡은 지난해 중국을 세 차례나 방문했고, 지난달 21에는 중국 상하이에 새로 들어서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애플 매장 개장식에 직접 참석했다. 특히 지난달 25일에는 ‘중국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해 “중국에 돌아와 기쁘다. 시장의 활력과 역동성을 느꼈다”며 외국 기업의 탈중국 흐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연구개발(R&D) 투자를 계속 늘릴 것이라고 했다.

그가 지난달 27일 시진핑 총서기를 만나지 못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중국 당국이 포럼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중국 총리와 외국 경제계 리더들의 비공개 만남을 취소해 쿡과 일부 서방의 거물급 CEO들이 일찍 떠나는 바람에 시진핑과의 만남을 놓쳤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찾았던 일부 미국 경제계 인사는 시진핑과의 회동에 초대받은 뒤 일정을 재조정했다. 이는 사전에 없었던 일정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애플과 중국 당국의 관계를 감안할 때 애플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 당국이 쿡을 초대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두 번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 중공은 애플이 탈중국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고 판단

회담에 참석한 미국 경제계 리더들은 시진핑의 발언을 주의 깊게 듣는 듯한 표정이었고, 일부는 메모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은 미국 기업가들과 만찬을 가진 바 있다. 일반 테이블 티켓 가격은 2000달러이고, 시진핑이 앉는 헤드 테이블 티켓값은 4만 달러로 알려졌다.

대기업 CEO가 많이 참석했고, 애플의 팀 쿡은 시진핑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중국 당국은 이들이 자금과 첨단 기술을 중국에 투자하기를 원했다. 애플은 늘 중국 시장에 대해 낙관론을 펴 왔지만 중국 당국의 눈에는 애플의 이 같은 ‘충성’은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실제로 애플의 ‘탈중국’ 움직임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이 공급업체를 동남아시아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증거다.

국제 투자은행 TD 코웬(Cowen)의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2018년부터 폭스콘을 포함한 애플 공급업체를 중국에서 인도, 멕시코, 미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데 약 160억 달러를 지출했다.

광다증권(光大證券)에 따르면, 2018년 애플의 200대 공급업체 중 151개가 중국에 있었고 공장은 358개(46.4%)에 달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공장이 259개(42.5%)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동남아시아의 공장 수는 크게 증가했다.

인도 상공부 장관이 2023년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애플은 인도에서 생산하는 아이폰의 비중을 현재의 5~7%에서 25%로 늘리고, 향후 인도에서 애플 신제품을 조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JP 모건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2025년까지 인도 조립 점유율 25%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郭明錤) 대만 톈펑(天豊·TF)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중장기 목표는 인도 폭스콘에서 아이폰의 40~45%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베트남은 최근 들어 맥북, 아이패드, 애플 워치를 생산하고 있다.

두 번째 증거는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닛케이신문은 스마트폰 분해 조사 업체인 ‘포말하우트 테크노 솔루션’이 애플 아이폰15 시리즈 4개 기종을 분해해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아이폰15 프로맥스 모델의 부품 비중(원가 기준)은  미국산 약 33%, 한국산 약 29%, 일본산 10%, 대만산 9%, 중국산 2%였다.

종단자료분석(longitudinal data analysis)에 따르면 아이폰 12시리즈(2020년 10월 출시)는 중국 부품이 4.7%, 아이폰13 시리즈는 4.5%, 아이폰14 시리즈는 3.8%, 아이폰15 시리즈는 2%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 중공과 애플이 맺은 비밀 계약이 만료됐을 수도

2021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유료 온라인 매체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쿡이 2016년 중국 정부와 “중국 내 장비와 서비스를 저해할 수 있는 위협을 잠재우기 위해 2750억 달러(약 324조원) 규모의 비밀 계약을 체결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는 그해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아이폰 판매량이 17%나 급감했다고 밝혔다. 쿡은 중국 당국에 투자, 사업 거래, 노동자 교육을 통해 중국의 경제 및 기술력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했고, 첫 방문 시 5년 계약에 서명했다. 계약에는 5년 후인 2021년 5월 어느 쪽도 해지 요구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비밀 계약 이후 수년 동안 애플은 거의 모든 제품을 중국에서 조립했고, 매출의 20% 가까이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이와 동시에 애플은 중국 당국과 타협했다. 고객 데이터를 중국 정부 서버에 저장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정부와 공유하며, 수만 개의 아이폰 앱을 중국 폰에서 제거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국제 정세가 바뀌고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과 애플의 비밀 합의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 화웨이 키우려면 애플 억압 불가피

지난 세기 말, 중국산 휴대폰은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곧 경쟁에서 패배했다. 애플이 중국에 진출한 후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스마트폰 공급망을 구축한 것이다. 오늘날 중국산 휴대폰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애플 덕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공은 화웨이를 애플의 대항마로 육성했다

화웨이와 애플의 휴대폰 출하량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애플은 2023년 출하량 기준으로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서 1위에 올랐고, 시장 점유율은 0.5% 포인트 올라 17.3%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4년 들어 애플의 중국 내 1월 출하량은 550만 대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고, 2월 출하량은 240만 대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반면, 화웨이는 판매량이 급증해 아이폰을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1위로 올라섰다.

그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의도적인 애플 억압이 있었다. 지난해 복수의 언론이 중국 당국이 중앙정부 기관의 공무원들에게 업무 중에 아이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지방정부에도 관련 규정을 적용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화웨이는 지난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방중 시기에 맞춰 메이트60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이트60 프로의 핵심 칩, 화면, 시스템 등의 부품 국산화율이 90%를 넘는다. 분명 화웨이는 공개적으로 애플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쿡은 애플의 CEO가 된 이후 중국을 20차례 이상 방문했다. 쿡은 언젠가 중국이 애플의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겠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 시장은 유럽 시장의 3분의 2, 북미 시장 규모의 40%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중화권에서 애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2020년 초 이후 최악의 1분기 실적이다. 또 중국은 1분기 중 유일하게 감소한 지역으로 기록됐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애플의 중국 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중공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지만, 중공은 이미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쿡을  만나지 않은 것이 일종의 메시지다. 앞으로 애플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애플의 몫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