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정권 장악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들

닝하이중(寧海鐘)
2024년 02월 29일 오후 4:48 업데이트: 2024년 02월 29일 오후 4:48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지난해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지도부를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의 정권 장악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관례에 따른다면 지난해 가을에 개최해야 하는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지금까지도 열지 못하고 있고, 시진핑은 고위 관료들에게 자신에 대한 충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3중전회를 열지 못하는 이유

3중전회는 새 지도부의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는 회의로, ‘개혁회의’로 불리기도 한다. 관례에 따른다면 지난해 10~11월에 열려야 했지만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1962년의 ‘7천인 대회’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7천인 대회는 대약진운동 등 정책 실패를 수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나, 마오쩌둥을 비롯한 고위층을 비판하는 장이 돼버린 사건이다. 이 대회로 인해 마오쩌둥은 실권했다. 그래서 시진핑 입장에서는 3중전회에서 ‘절대 안전’이나 ‘절대 충성’을 넘어서는 그 어떤 비판도 나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진핑은 집권 3기가 시작되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리상푸 국방장관, 친강 외교부장,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 쉬중보 로켓군 정치위원 등을 해임했다. 절차에 따른다면 이들은 모두 중앙위원 신분이므로 3중전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을 임명한 시진핑에게까지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 시진핑이 3중전회를 마음대로 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그의 권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시진핑의 권력은 과연 더 강해졌는가, 약해졌는가?

중국 전문가 왕허(王赫)는 27일 에포크타임스에 20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의 권력은 정점에 달했지만, 그의 권위와 영향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왕허는 “정치국 상무위원은 모두 시진핑이 직접 선출했지만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함께 망할 것을 우려한다”며 “현지 시진핑의 측근들 내부에서도 시진핑에 대한 견해가 다르고, 그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왕허는 “시진핑이 3중전회를 그의 반대 세력이 자신을 공격하는 기회가 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절대적인 안전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회의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순시조 업무조례 개정, 부패 척결 대신 감시·통제 강화

중국 당국이 양회(전인대와 정협회의)를 앞두고 중국공산당의 사정작업을 담당하는 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중앙순시조의 순시업무조례 개정안을 발표했다.

21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개정된 순시업무조례는 순시의 기본 임무가 시진핑의 ‘당 중앙 핵심’ 지위와 당 중앙의 권위를 수호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개정 전에는 시진핑의 핵심 지위 수호를 강조하지 않았다. 새로운 조례는 또 순시가 하급자에 대한 상급자의 ‘정치적 감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중위안(鍾原)은 시진핑은 그동안 부패 척결을 목표로 내걸었던 것과 반대로 감시와 통제를 강화했다며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하고 자신의 권위를 흔들까 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딩수판(丁樹范) 대만 정치대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지난 몇 년 동안 중국공산당은 ‘두 가지 수호(兩個維護·시진핑을 수호하고 시진핑의 최고 권위를 수호함)’를 강조해 왔다. 이제 순시업무조례에서도 시진핑의 지위를 수호하라고 강조했다는 것은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마오주의 좌파 세력, 시진핑의 정치적 안정 위협

마오쩌둥 좌파 사이트인 ‘마오쩌둥 박람(毛澤東博覽)’이 지난 20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網信辦·왕신판)에 의해 폐쇄됐다가 중국 안팎의 마오 좌파 등의 성원으로 정상화됐다. 내부 소식통은 왕신판이 정권 안정을 위해 조치한 것이고, 당국의 압박과 타협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시진핑은 마오쩌둥 노선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명분을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법학자 위안훙빙(袁紅冰)은 최근 갈수록 커지는 마오 좌파 세력이 시진핑의 정치적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오 좌파는 현재 덩샤오핑의 정치·경제 노선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덩샤오핑 노선의 10대 죄상을 열거하는 문서를 작성하고 있어 시진핑이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왕허는 “마오 좌파는 공산당 내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며 “풀뿌리 민중과 소수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좀 있지만, 공산당 기득권층은 덩샤오핑 노선을 원하며, 마오 좌파에 반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왕허에 따르면 일부 공산당 관리들이 마오 좌파를 지지하는 것은 시진핑을 반대하는 데 그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왕허는 “시진핑도 마오쩌둥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통치를 유지하고 반대 세력의 입을 막는 데 이용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당 고위 관리들의 ‘서면 업무보고’ 확대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6일 시진핑이 당 고위 관리들의 ‘서면 업무보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서면 업무보고를 올린 관료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정치국 위원과 중앙서기처 서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국무원, 정협 당조직 구성원, 최고법원과 최고검찰원 당서기 등이 포함됐다.

이는 2018년 시진핑이 종신 집권을 위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한 이후부터 이어져 온 관례지만 이번의 경우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왕허에 따르면 정치·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진핑은 내부를 안정시키고 정치국 관리들을 단속하기 위해 모든 부총리급 관료들에게 서면 업무보고를 하게 하는 것이다.

왕허는 “이는 역으로 중국공산당 최고위층 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내부 투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며 “시진핑의 권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