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화요일 압승’ 바이든·트럼프, 美 대선 재대결 사실상 확정

한동훈
2024년 03월 6일 오후 4:35 업데이트: 2024년 03월 6일 오후 5:43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의 중대한 분기점이었던 5일(현지 시간)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큰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민주당 바이든 후보와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2020년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맞서는 재대결이 사실상 확정됐다.

미국은 각 주마다 예비선거 혹은 당원대회를 열어 대선후보를 결정짓는다. ‘슈퍼화요일’은 미국 15개 주(민주당은 14개주)와 1개 자치령(사모아)이 동시에 대선 후보를 뽑기 때문에,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날 큰 승리를 거둔 후보가 승기를 가져가게 된다.

현재 미국 동부시간 오전 1시를 기준으로 알래스카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개표가 끝났거나 마무리 단계에 이른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개 주에서 지지율 60~83%를 거두며 압승했다. 아직 개표 전인 알래스카도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공화당 경선에서 경쟁하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버몬트 1곳에서만 지지율 50%로 트럼프(46%)를 앞서며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후보 사퇴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버몬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한 곳이다. 트럼프가 헤일리에게 지기는 했지만, 이곳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그만큼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도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미국령 사모아 한 곳을 제외하고 14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여기에 우편투표로 진행된 아이오와주 경선 결과도 이날에 맞춰 공개되면서 같은 날 총 15개 주 경선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개 주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 내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이번 결과를 “큰 승리”라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3월 5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에서 열린 선거 전야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 Joe Raedle/Getty Images

그는 이번 경선 최대 이슈로 떠오른 미국-멕시코 국경 문제를 비롯해 인플레이션, 범죄 급증, 외교 등의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우리 도시들은 이민자 범죄로 넘쳐나고 있다. 이건 바이든의 이민자 범죄다”라며 “그들은 길 한복판에서 경찰과 주먹다짐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꼬집은 트럼프는 “3년 전만 해도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가였다”며 “(지금은) 세계가 우리를 비웃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기간,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없었고 국경이 역사적으로 가장 안전했으며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사실상 경선 후보가 확정되자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불만과 욕심에 의해 움직인다”며 개인적인 복수심으로 대선에 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바이든은 트럼프가 “부자를 위해 수십억 달러의 추가 감세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전체 미국인을 위하면서 중산층을 넓힐 대통령은 바로 자신이라고 호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이 2024년 1월 5일 펜실베이니아주의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유세 행사에 도착하고 있다. | Drew Angerer/Getty Images

이번 선거에 앞서 바이든 지지 선언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인기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4)는 팬들을 향해 경선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도 바이든을 지지하는지는 직접 밝히지 않았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에서 2억 8천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슈퍼스타 테일러는 “여러분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람에게 투표해 권력을 위임해달라고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아직 투표하지 않았다면 오늘 투표할 계획을 세워라”라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썼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바이든 캠프 측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젊은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소셜미디어 홍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스위프트가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선언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NBC ‘세스 마이어스 쇼’에 출연해 스위프트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지지할 것인지에 관해 “기밀”이라고 농담한 바 있다.

이번 슈퍼화요일을 한 주 앞둔 지난주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칼리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1%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할 때, 현재 바이든은 대선 경합주 6곳 전부 트럼프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