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인 한미일 안보실장 “中·北 등 외부세력의 역정보에 공동 대응”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12월 11일 오후 5:35 업데이트: 2023년 12월 11일 오후 5:35

지난 9일 서울에 모인 한미일 국가안보실장이 내년 선거에 앞서 중국과 북한 등 외부 세력의 ‘역정보’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역정보(Disinformation)’란 정치·군사·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해 ‘가짜뉴스’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SNS에 흘리는 가짜 정보, 잘못된 통계나 소식을 바탕으로 한 선동, 광고 등을 통한 선입견 주입 등을 펼치는 활동을 말한다.

◇한미일 국가안보실장, 지난 9일 회의…北의 위협·해외 역정보에 공동 대응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이날 2시간가량의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내 언론은 세 나라 국가안보실장이 새로운 ‘대북 이니셔티브’를 마련해 추진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보도했지만, 발표 내용 가운데 ‘역정보 대응’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조태용 실장은 “세 나라는 외국으로부터의 가짜뉴스 등 공작에 대한 대응도 공조하기로 했다”며 “내년에도 이런 회의를 이어가면서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키바 다케오 국장도 “외국으로부터의 가짜뉴스 등을 활용한 정보 조작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이는 민주주의 국가의 공정한 선거업무 운영이나 민주사회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도전과 위협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아키바 국장은 그러면서 “외부로부터의 정보조작 위협에 대응해 ‘선거의 공정한 운영’ 등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 근간을 지키기 위해 3국이 연계해 대처할 것을 확인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8월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 따라 열린 세 나라 국가안보실장 회의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계획과 함께 ‘역정보 공동 대응’이 거론된 것은 내년에 있을 세 나라의 주요 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 4월 총선 외에도…9월 日 자민당 총재선거, 11월 美 대선

내년에는 한미일에서 모두 중요 선거가 있다. 4월 우리나라에서는 총선이 있고, 9월에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다. 군소 정당이 난립하는 현실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의 총선이라는 평가가 일본 안팎에서 나온다. 미국에서는 11월 대선이 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세 나라 선거에 중국, 북한 등의 외부 세력이 각국 내부 좌파와 연합해 개입할 것이라는 경고는 계속 나온다. 지난 6일 ‘니어재단’이 주최한 ‘파편화된 세계 속 국가들의 경쟁적 대응’ 컨퍼런스가 열렸다. 세계 28개국 외교안보전문가 42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토론을 벌이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명예회장은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을 언급한 뒤 “민주주의 국가들은 국내 정치에 대한 사이버 개입을 막아내기 위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스 회장은 그러면서 “러시아뿐만 아니라 이란, 북한, 중국 등의 (선거 개입 시도를) 어떻게 막아내고 민주적 절차를 보호할지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리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러·北은 물론 中의 선거 개입 시도, 각국서 여러 차례 경고

러시아의 해외 선거 개입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지난 7일에도 미국 CBS와 영국 가디언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내 ‘센터-18’이라는 부서가 2015년부터 영국 등 서방국가 정치인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했다”며 목적은 ‘선거 개입’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은 “센터-18은 범죄자들과 협력해 서방 국가의 민주적 절차를 불안정하게 하기 위해 정보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선거 개입은 과거 간첩사건과 사이버 공격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외부 해킹에 취약하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 또한 북한의 선거 개입 의혹과 궤를 함께한다.

중국의 선거 개입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캐나다·호주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중국의 총선 개입 의혹을 직접 거론하며 규탄했다.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호주에서도 중국의 총선 개입을 두고 보수당과 노동당 간의 논쟁이 치열했다. 결국 지난해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했지만 이전의 반중정책을 뒤집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해외 선거 개입이 내년 우리나라 총선 때도 있을 것이라는 경고는 몇 달 전부터 나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중국 홍보업체의 ‘가짜 한국언론사이트’ 논란은 이런 경고가 현실임을 보여준다. 당시 국정원과 산하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중국 홍보업체가 운영하는 ‘가짜 언론사이트’는 38개에 달했다. 이후 ‘가짜 언론사이트’가 30개 더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들이 게재한 내용을 보면, 국내 언론사 뉴스를 무단 도용한 것은 물론 ‘주한미군 세균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깜깜이 실험’ ‘코로나 19 공조 지원하는 중국’ ‘미국은 절대 한국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 등 중국 공산당의 ‘반미친중’ 선전선동 자료를 올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초한전’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이런 점을 포함해 중국이 북한·국내 좌파 진영과 적극 연대해 내년 총선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위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