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의사, 범죄자 아냐”…‘음주 사망사고’ 의협간부 “과거는 과거”

황효정
2024년 03월 15일 오후 5:58 업데이트: 2024년 03월 15일 오후 6:21

서울시의사회가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에 대한 경찰 수사를 가리켜 “강압 수사”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라 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의 시기가 절묘하다. 궐기대회 전날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의 과거 음주운전 사망 사고 전력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자신의 음주운전 사고가 최근 논란이 된 데 대해 “달을 가리키는데 손톱 밑 때를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서울시의사회의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자리에 모인 의사들은 정부를 규탄하는 데 입을 모았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서울시의사회는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일방적이고 무계획적 정책”이라면서 “비과학적 정책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미래 세대가 이 모든 짐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즉각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의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매일같이 불러 강압 수사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라 의사다. 우리도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박 조직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총 5명을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교사 및 방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된 인사 중에는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도 포함됐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서울시의사회 주최로 열린 제3차 의대정원증원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같은 날(14일) 주 홍보위원장은 경찰에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출석했다. 취재진을 향해 자신의 음주운전 사고 관련 논란을 언급한 주 위원장은 “저의 불찰로 인한 잘못된 과거는 과거고, 의료법이나 의사면허 취소에 대한 제 입장은 전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메시지에 대한 반박과 합리적 비판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경우에 메신저를 공격하는 일들이 간혹 있는데 이는 비겁한 일”이라면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손톱 밑 때를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위”라고 표현했다.

주 위원장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죄책감을 갖고 있다”며 유족에게 재차 사과의 뜻을 표명하면서도 자신의 음주 사망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8년 전인 지난 2016년 3월 주 위원장은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였던 50대 남성이 숨졌다. 당시 주 위원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8%였다. 해당 사고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던 주 위원장은 같은 해 8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이달 13일 한 언론 매체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자 주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입장문을 올리며 참회의 뜻을 거듭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