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부자 탄소배출, 하위 66%와 맞먹어…기후정책 무의미”

톰 오지메크
2023년 11월 22일 오후 7:4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4:04

상위 1%의 부유층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6%를 배출하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는 하위 66%의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20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인터내셔널은 보고서를 통해 “2019년 기준 전 세계 소득 상위 1%에 해당하는 7700만 명이 하위 66%인 약 50억 명과 비슷한 양의 탄소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득 상위 10%로 범위를 넓히면, 이들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전 세계 배출량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99%에 속하는 한 개인이 억만장자의 1년 배출량과 동일한 양의 탄소를 사용하려면 무려 1500년이 걸리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리더들이 이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준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번 COP28에서는 다른 기후 회담과 마찬가지로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하며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기후 정책을 추진하는 글로벌 리더 및 정책 입안자들이 위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 위선

일부 글로벌 리더, 정책 입안자들은 “화석연료는 기후 변화의 주범이므로 조속히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해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의 2023년 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5월 22일부터 5월 26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는 동안 다보스 공항에 총 1040대의 개인용 제트기가 이착륙했다.

이로 인해 약 97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자동차 약 35만 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WEF 기간에 스위스 다보스의 이산화탄소 양은 평소보다 4배나 늘어났다. WEF 참석자들이 대부분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의 유럽 모빌리티 캠페인 담당자인 클라라 마리아 쉔크는 “WEF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한다는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관계자들은 개인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고 있다”라며 “매우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보스에는 기차역이 있고, 그곳에서 21km만 이동하면 WEF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다”라며 “21km 거리조차 전용기 없이는 이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후 문제를 논하고 있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글로벌 리더 400여 명이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기후특사의 위기

개인용 제트기는 상업용 비행기와 비교해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배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차보다는 무려 50배나 더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특사인 존 케리는 과거 기후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아이슬란드까지 개인용 제트기를 타고 이동한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존 케리 측은 개인용 제트기를 조용히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부터 아이슬란드까지의 거리를 개인용 제트기로 왕복할 경우 탄소 약 90톤이 배출된다. 자동차 1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4.6톤임을 감안하면 개인용 제트기의 배출량이 압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기후특사의 이런 모순적인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빌 캐시디 상원의원(공화당·루이지애나주)은 “개인용 제트기를 타고 전 세계를 이동하는 동시에, 제트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려는 게 기후 특사로서의 승리 전략인가”라고 꼬집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