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자들 “가자, 뉴욕으로”…뉴욕시는 운송한 버스회사 고소

한동훈
2024년 01월 5일 오후 4:32 업데이트: 2024년 01월 5일 오후 4:32

뉴욕시 “불법 이민자 수용 비용 2년간 1조원”

미국 뉴욕시가 텍사스에서 뉴욕으로 이민자 3만3천 명을 운송했다며 17개 버스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시는 지난 2년간 불법 이민자 수용에 7억 8천만 달러(약 1조26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며 이들 버스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버스회사는 대부분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22년부터 텍사스주 정부와 계약을 맺고 텍사스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이 들어온 이민자를 뉴욕시에 운송해 왔다.

뉴욕시는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를 자처해 왔지만, 막상 불법 이민자들이 밀려들며 수용 한도를 넘어서자 버스회사들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민주당)은 이민자 운송 버스 측에 “뉴욕 도착 32시간 전에 통지하고, 월~금 오전 8시 30분부터 낮 12시 사이 지정된 장소 1곳에만 승객을 하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30일부터 발효됐다.

애덤스 시장은 “버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태우고 있지만, 밤낮 예고 없이 도착하도록 할 순 없다”며 “사람들이 오는 것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이민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질서 있게 도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버스 진입 규제가 뉴욕시에 진입하려는 이민자들을 막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에 따른 발언이다.

뉴욕시에 따르면 12월 중순에는 하룻밤에 14대의 버스가 뉴욕시 곳곳에 도착해 이민자들을 하차시킨 바 있다.

다만, 규제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규제 시행 후 도착한 불법이민자 중 1017명이 뉴욕시 인접 지역인 뉴저지에 내리긴 했으나 이들 중 95%가 열차로 뉴욕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뉴저지 측은 이민 희망자들이 도착하면 원할 경우 뉴욕행을 안내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절대다수 이민자들이 뉴욕행을 원하는 실정이다.

불법 이민자 폭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텍사스의 그레그 애벗 주지사(공화당)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해 왔으며, 연방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민자들을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 왔다.

이에 애덤스 뉴욕시장은 “이민자들을 정치적 볼모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연방정부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민자 정착 정책을 수립해달라”고 도움을 요청 중이다.

한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번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근거가 없다”며 “이민자들은 미국 국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