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창과 방패의 싸움’…미국의 반도체 봉쇄, 중국 도전 뿌리칠까

불붙은 美·中 반도체 전쟁 ㊦
린란
2022년 10월 9일 오후 6:09 업데이트: 2022년 10월 9일 오후 6:10

중국 공산당의 반도체 산업 굴기 프로젝트인 ‘반도체 대약진운동’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반도체 핵심 기술 돌파”를 외치는 등 다시 한번 대약진운동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를 구성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에 미국과 서방의 반도체 생산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중국 공산당의 대약진운동이 성공할까, 미국의 대대적인 반도체 봉쇄 전략이 성공할까? 국가 명운이 걸린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 수출 규제 허점 많지만 기술 혁신으로 중국 따돌릴 것 

미국은 반도체 공급자에게 ‘최종 사용자’가 중공군이 아님을 보장하도록 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셰톈(謝田) 교수는 이 같은 조치에는 여전히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공이 ‘군민양용(軍民兩用)’을 추진해 왔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화웨이와 같은 ‘민간’ 기업들이 실제로 중공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반도체가 중국에 들어가면 결국 중국 공산당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미국이 이 허점을 보완하기는 쉽지 않다. 반도체 업체들의 막대한 이익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로비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미국은 이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

셰 교수는 낙관적이지 않다고 봤다.

“일부 (미국) 기업들은 실제로 이런 규제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시장 점유율을 위해,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미국 정부의 규범을 피해갈 것이다. 과거 미국 무기 관련 회사들이 러시아와 중국에 군용 장비를 몰래 수출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이것이 자유 사회의 허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도둑질, 강탈, 협박에 국가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전체주의 국가에 맞서기에는 확실히 무기력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지만 차차 허점을 보완할 것이고, 결국 중공은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중공은 줄곧 표절과 모방을 하며 쫓아가는 단계다. 사실 진정한 미국의 생명력은 혁신능력에 있다. 미국은 현 단계의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고 미국 업계는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 중공 술수에 다각도로 대비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공의 술수에 다각도로 대비하고 있다.

8월 18일, 영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홍콩에 본사를 둔 슈퍼오렌지HK홀딩스(Super Orange HK)가 영국 기업 펄식(Pulsic)을 인수하지 못하게 막았다.

홍콩 슈퍼오렌지는 ‘난징 푸신(譜芯)소프트웨어’의 자회사로, 설립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다. 홍콩과 중국 본토 언론에 따르면, 이번 인수 건을 배후에서 지휘하는 진짜 투자자는 상하이 ‘반도체 기술 기업’인 ‘허젠(合見) 공업 소프트웨어그룹’일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는 중국 ‘반도체 대기금’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영국 전자설계자동화(EDA) 기업인 펄식의 지식재산권과 기술, 제조된 칩은 군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이 최근 3나노 미만의 EDA 소프트웨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자 그 대체품으로 영국의 EDA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려다 이마저 저지당한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영국 정부가 두 번째로 영국의 기술 수출에 제동을 건 사례다. 7월 20일, 영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맨체스터대학의 비전 센싱(Vision Sensing) 기술 지식재산권을 중국 기업 ‘베이징 무한비전 테크놀로지(BIVT)’에 양도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었다.

미국은 중국 봉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과 원자재의 중국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또 대외적으로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구축해 국제 공급망을 재편하고, 반도체 분야 특장점을 가진 일본·한국·대만과 전략 공동체 ‘칩4’ 동맹을 결성했다. 반도체 설계에서부터 생산, 공급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전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전략이다.

IPEF. | vector illustration.

한국은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 예비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한국 반도체의 최대 시장이 중국인데도 결국 미국 편에 선 것이다. 올 상반기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줄었다. 이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봉쇄에 영향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칩4’ 동맹에 참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구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네덜란드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사실 ASML은 미국의 금수 조치에 호응해 2019년 말 이후부터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중국 기업에 팔지 않았지만, 미국은 수출 규제를 확대해 DUV 장비까지 포함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계획이 성공하면 향후 SMIC가 DUV 장비로 7나노 칩을 몰래 만들어내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야심차게 기획한 ‘중국제조 2025’ 계획에는 분명 불행한 소식이다.

게다가 미국이 최근 내놓은 ‘반도체와 과학법(Chips & Science Act)’은 미국 현지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은 지원하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10년 이내에 중국에 공장을 신설하거나 반도체 선진 공정 설비를 확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미 언론에 따르면 상무부는 대중국 수출 제한 리스트에 10나노급 미만의 반도체 장비를 올린 데 이어 최근 그 범위를 14나노급 미만으로 확대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15일부터는 산화갈륨, 다이아몬드, 가펫(GAAFET)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가스터빈엔진 가압연소기술(PGC) 등 4개 기술을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에 추가했다.

그중 산화갈륨과 다이아몬드는 고온 및 저온, 초고전압, 강한 방사선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4세대 반도체 소재로서 통신·방산·항공우주 분야의 칩 제조에 중요한 기초 재료다.

이 두 가지 반도체 소재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미국이 왜 수출을 규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전 세계 갈륨 매장량 23만t 가운데 중국이 19만t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또 중국 단결정 다이아몬드 생산량은 세계 총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베이징은 왜 제재에 묶여 있을까?

중국 언론의 보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갈륨의 1차 생산품만 확보할 수 있을 뿐 산화갈륨, 고순도 갈륨, 갈륨비소 등 정밀가공 제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다이아몬드 핵심 제품 분야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또 다른 미국 수출규제 품목은 PGC 기술로, 가스터빈엔진의 효율을 10% 이상 높일 수 있어 로켓과 급초음속 미사일 시스템 등 지상 및 항공우주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 2020년 미국 국립과학원은 PGC 기술을 ‘선진 가스터빈 10대 우선 연구 분야’로 선정한 바 있다.

가장 큰 이슈는 EDA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다. EDA는 반도체 칩 자체의 구조와 기능, 생산 방식, 검증 등의 회로 설계 과정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다. 미국이 EDA 소프트웨어 수출을 통제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조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4월 중국공기동력연구개발센터(CARDC)가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테스트했다고 보도했다. 칩은 미국의 EDA 소프트웨어로 설계했고 대만의 TSMC에 위탁 생산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대부분 미국 시놉시스(Synopsys)와 케이던스(Cadence), 독일 지멘스(Siemens) EDA를 사용한다. 지멘스의 EDA 사업부도 미국 멘토그래픽스를 인수한 것이어서 글로벌 EDA 시장은 사실상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는 반도체 설계전문업체(팹리스)가 2000개 정도 있는데, 약 4분의 3이 외국 EDA 소프트웨어에 의존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이 EDA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 최악의 경우 중국 기업 절반 이상이 파산한다.

미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를 보면, 미국은 동맹국들과 손잡고 외부에서 중국의 반도체 칩 공급망을 차단하는 한편, 중국으로 유입되는 기술과 장비의 공급원을 차단해 중국이 첨단 칩을 살 수도 없고 만들 수도 없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은 설계는 5나노급에서, 제조는 7나노급에서 묶여 정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중은 고속 연산,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에서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

미국은 각 분야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더는 중공의 도둑질이나 기술 이전 강요 등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의 대중국 봉쇄가 불공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세계 반도체 지형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중국 반도체 거물들은 줄줄이 공산당 사정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2000억 위안 투자한 대기금,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

7월 초에 시진핑이 “집적회로에 8년간 2000억 위안을 투자했는데 왜 여전히 (미국에) 목이 조이고 있느냐”고 질책한 후 관련 책임자들이 줄줄이 연행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중공은 거국적 역량을 동원해 반도체 제조에 나섰다. 2014년 6월,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직접회로산업 투자기금(대기금)’을 설립했다. 1,400억 위안 규모의 1기(2014년) 대기금 설립에는 국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CDB) 산하 국개금융, 중국연초, 차이나모바일, 화신(華芯)투자관리 등이 참여했고, 2019년 10월에 2,000억 위안 규모의 2기 대기금을 설립했다.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에서 칭화유니그룹의 자오웨이궈 회장(시진링 뒤쪽)과 YMTC 최고경영자 양스닝(오른쪽)과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칭화유니그룹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반도체 대약진의 광풍은 2020년에 정점에 달했다. 중국 기업정보 검색 플랫폼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상공업 등록을 기준으로 2020년 1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전국에서 새로 생겨난 반도체 관련 기업이 5만8000여 개나 된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그 시기에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기업 중 상당수가 폐업했고,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미국에 2세대 반 이상 뒤처져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수입품 가운데 반도체 칩 수입 금액이 종종 1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3000억 달러, 2021년에는 4400억 달러어치의 칩을 수입했다. 또한 중국의 칩 자급률은 26.6%에 그치고, 반도체 생산의 핵심 장비인 노광기의 국산 대체율은 1%에 불과하다.

8년간 거액을 투자하고 ‘반도체 대약진운동’을 벌인 결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커브길에서 추월하기’는커녕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당국의 ‘반부패 운동’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대기금 계열 화신투자관리의 가오쑹타오(高松濤) 전 회장이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반도체 광인’ 자오웨이궈(趙偉國)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았고, 칭화유니의 전·현직 회장 등 고위 인사들도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최근에 조사받은 사람은 루쥔 전 화신투자 회장(路軍), 딩원우(丁文武) 대기금 운영자, 양정판(楊征帆) 화신 투자부 부사장 등이다. 샤오야칭(肖亞慶) 공업정보화부장도 규율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시진핑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 업계 거물과 관료는 모두 반도체 정책과 투자를 책임지는 핵심 인물들이다. 당국은 정확한 조사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 반도체 업계의 발전이 지지부진하고 관련자들이 횡령 혐의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쯔광그룹은 중국 공산당이 적극 육성한 반도체 기업이다.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대기금은 2016년 후베이성 쯔신(紫芯)메모리와 창장메모리에 총 300억 위안 가까이 투자했다. 대기금 2기가 설립된 이후에도 유니SOC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은 결국 지난해 파산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기금을 설립한 목적은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육성해 대만·한국·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은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부패도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아니다. 중국의 전체주의체제야말로 진정한 걸림돌이다. 중국인이 지혜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미국·대만·인도의 많은 반도체 기업에서 중국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체제하에서는 중국인들의 지혜와 창의성이 발현되기 어렵다. 반도체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그러하다.

공산당 체제가 중국인의 창조성 말살

이는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와 관련이 있다. 이 체제는 중국 인민의 창조성과 자유기업제도(free enterprise system)를 억압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칩을 개발하려면 완전히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야 하며 경쟁을 장려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지적재산권, 사유재산권을 보호받지 못한다. 그래서 중국의 문제는 사실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부패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당국의 규제하에서, 자유가 억압받는 통제하에서, 과학 분야 연구자들조차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접속할 수 없어 국제적인 최신 동향을 알 수 없는 속박 속에서 ‘대약진’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반도체 대약진의 실패에서 아직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두 번째 반도체 대약진을 추진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시진핑은 9월 6일 ‘신형 거국체제’을 거론하며 “역량을 집중해 큰일을 이루고 핵심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의 반도체 대약진이 또다시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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