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 반외국제재법 홍콩 적용 보류 결정…배경은?

2021년 8월 25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25일

탈레반 무장 반군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의 혼란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치밀한 경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자신도 모르게 1승을 거둔 형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에 관한 비난여론 속에서 취임 후 가장 힘든 한 주를 그럭저럭 넘기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철군 시한 연장을 압박했지만, 바이든은 ‘통일된 대응’이라는 합의의 틀을 깨지 않고 거부하는 데 성공했다.

성급한 철군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아프간에서 예정대로 완전히 발을 빼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온전히 집중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 붕괴의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주 토요일 주중 미국대사와 주일 미국대사를 동시에 임명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을 이어갔다.

같은 날 중국 지도부도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차를 감안하면 바이든 정부가 주중·주일 미국대사를 임명하기 전, 중국 최고입법기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반(反)외국제재법’ 홍콩 적용을 보류했다.

전인대, 반외국제재법 홍콩 적용…왜 보류했나

중국은 미국 등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을 위해 지난 6월 반외국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이미 서방의 제재에 보복해왔지만, 이 법안을 통과시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더욱 확실한 보복 방침을 정비했다.

전인대는 이달 17~20일 열린 베이징 회의에서 반외국제재법을 특별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이를 보류했다.

반외국제재법은 외국 정부뿐만 아니라, 해당 정부의 제재에 동참한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기업에까지 보복할 수 있도록 한 법을 외국 기업이 다수 진출한 홍콩과 마카오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방침으로, 적잖은 서방 기업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일국양제 철폐로 기업들의 이탈이 시작된 상황에서 탈홍콩 추세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전인대가 이 법의 홍콩 적용을 늦추면서, 미국과 서방을 향해 일종의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침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주중 미국대사인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에 대해, 중국 매체들은 외교관 출신인 번스 신임대사가 미중 갈등을 온건하게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해왔다. 앞선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 때는 정치인 출신이 주중 미국대사를 맡았다.

니콜라스 번스 신임 주중 미국 대사. 2017년도 모습 | SAUL LOEB/AFP via Getty Images/연합

번스 신임대사는 중국통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매체들의 ‘온건’ 예측은 현실이 아닌 희망사항을 담은 것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 보낸 ‘잠시 휴전’ 메시지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인대의 ‘반외국제재법’ 홍콩 적용 보류 결정이 번스 대사 임명에 대한 화답일 가능성이 중화권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반외국제재법 보류 결정이 중국의 내부적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필요성’이 중국 공산당 고위층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인대는 지난 17일 베이징 회의 개막 당일까지만 해도 반외국제재법을 홍콩에 적용해 서방 국가와 기업들에게 본때를 보여준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일에는 보류 결정이 났다.

시진핑, 미중 금융제재전 쉐도우 복싱 후 1패

전인대 방침을 바꿀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공산당 지도부 최고위층 정도의 권력이 필요하다. 나흘 사이,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17일부터 20일 사이에 일어난 사건은 적지 않지만, 경제나 금융과 직결된 사건은 바로 17일 시진핑이 직접 주최한 17일 중앙재경위원회 제10차 회의다.

이 회의는 국제적으로 보도된 ‘공동부유’와 고소득자를 겨냥한 부의 재분배, 금융 리스크 대비 방안 등이 논의된 자리다. 반외국제재법 시행은 홍콩 경제에 일종의 금융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올 2분기 경제 수치는 작년과 같은 전염병 대확산 사태가 없었는데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 도심의 은행 본사 사옥들 | 로이터/연합

지난주에 발표된 31개 성시(省市)의 상반기 재정수지를 보면 상하이시 한 곳만 흑자를 냈고 나머지 30개 성시는 모두 마이너스다. 광둥, 푸젠, 저장 등 전통적인 경제 선도 도시들마저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시진핑 당국이 최근 실시한 일련의 규제 조치로 디디추싱 등 해외 시장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의 주가가 몇 주 동안 7500억 달러 증발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중국발 규제 리스크에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금융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까지 나서서 시진핑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소로스는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시진핑의 독재가 중국을 위협한다”며 시진핑 당국의 핀테크·전자상거래·사교육 업계 규제가 비판적인 재계 엘리트를 억누르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소로스의 기고문은 그의 개인적 목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방 좌파와 월가 자본이 마오쩌둥 시절로 회귀하는 공산당에 반대해 돈줄을 죄려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에 반외국제재법 시행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면 경제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이 법을 홍콩에 시행하면, 홍콩에 있는 모든 국제 금융기관은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된다.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의 제재를 받든지, 중국 편을 들었다가 미국의 제재를 받든지다.

조지 소로스 |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지도부, 달러 잃을까 두려워 후퇴”

중국이 미국을 맹렬히 추격하고는 있지만,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미국의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려는 금융기관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아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되면 은행은 생명줄이 끊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홍콩 금융업계노동자총회의 궈자룽(郭嘉榮) 의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홍콩에서 기어이 반외국제재법을 시행한다면 외국자본은행은 물론 홍콩에 있는 중국계 은행들도 달러를 잃을 것이 두려워 미국의 제재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철저한 계획경제를 시행한 마오쩌둥 시대에도 중국 공산당은 달러 조달을 위한 유일한 경로로 홍콩을 남겨뒀다. 시진핑 정권이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더라도, 홍콩이라는 카드를 버리는 것은 무모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인대 상무위원회 베이징 회의 개막과 시진핑의 중앙재경위 회의가 겹쳤던 17일 당 고위층은 이 같은 현실을 파악하고 상황이 예상만큼 녹록지 않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급제동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인사는 “당 지도부는 홍콩에서 이 법을 결국에는 시행할 것”이라면서도 “국제 자본이 겁먹고 빠져나가지 않도록 일부 조항을 개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언론에 말했다.

/탕징위안·중국 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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