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시진핑의 ‘금융 공포증’

왕허(王赫)
2023년 10월 30일 오전 10:0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5

금융 리스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특단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24일 시진핑이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함께 중앙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SAFE)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당과 정부 최고 지도자가 중앙은행을 방문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 지도부, 금융감독기관 및 은행 고위층이 오는 30~31일 전국금융공작회의를 비공개로 개최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금융 부문의 고위층이 비공개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23일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이 소식이 사실이라면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국금융공작회의는 5년에 한 번씩 개최한다. 제1차 회의를 제외하고는 매번 당대회가 열리기 전에 개최했다. 당대회에서 결정할 주요 금융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20차 당대회에서 금융 시스템 개혁의 기조를 정하고 올해 3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처럼 큰 개혁을 준비했음에도 그 전에 제6차 전국금융공작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당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당내 파벌 간이나 관련 부처 간에 금융 시스템 개혁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제6차 전국금융공작회의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20차 당대회의 관련 정책에 제동이 걸리게 될 것을 우려한 시진핑이 회의를 열지 않고 혼자 결정해서 밀어붙이기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시진핑이 금융시스템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16년(2003~2018년) 동안 중앙은행을 이끈 저우샤오촨(周小川)이 물러나자 시진핑은 그가 겸직한 중앙은행 총재와 중앙은행 당서기직을 이강(易綱)과 궈수칭(郭樹清)에게 각각 맡겼다. 시진핑의 이러한 배치는 두 사람이 서로 견제하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20차 당대회에서 64세의 이강과 66세의 궈수칭이 모두 중앙위원직을 잃었다. 이는 이 두 사람은 임기를 마치는 대로 떠나야 함을 의미한다. 예상대로 판궁성(潘功勝)이 지난 7월 중앙은행 총재와 당서기를 겸임하게 됐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판궁성이 20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신분을 잃었는데도 중앙은행장을 맡았다는 점이다. 이는 돌발 사건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사고는 시진핑이 금융개혁과 금융시스템 인사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제6차 전국금융공작회의를 열지 않은 데 따른 결과 중 하나일 것이다.

문제는 시진핑이 오는 30~31일 비공개 6차 전국금융공작회의를 여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올해 들어 금융 리스크가 높아져 시진핑은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대한 경제금융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먼저 금융 시스템을 개편했다. 여기에는 중앙금융위원회와 중앙금융공작위원회 신설, 금융감독관리총국 구성, 중앙은행과 증권감독위원회의 역할 조정 및 최적화, 중앙은행 지점 개혁, 지방금융감독체제 개혁 등이 포함된다.

이어서 금융 시스템의 부패 척결을 강화했다. 중국은행 당서기 류롄거(劉連舸) 회장이 3월 31일 낙마했다. 중앙기율위 국가감독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총 57명의 금융 시스템 고위 간부들이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년 동안 조사받은 금융 시스템 고위 간부는 77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고강도 반부패 조치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낙관할 수 없다.

21일, 판궁성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2022년 4분기 이후 금융 업무 상황을 보고하면서 “전반적인 상황을 안정시키고, 총괄적으로 조정하고, 유형별로 대책을 세우고, 정교하게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는 기존의 정책 방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특히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 리스크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식 시장은 3000 포인트 아래로 떨어졌고, 외국 자본이 전례 없이 대규모로 A주에서 철수하고 있고,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 달러당 7위안 선이 무너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판궁성은 또 “대기업의 부채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개선하고, 대규모 부동산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안정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과 비구이위안(碧桂園)의 디폴트로 인한 영향은 통제하기 어렵고, 국유기업을 포함해 어느 기업이 언제 디폴트에 빠질지 아무도 모른다.

시진핑이 금융 분야를 재점검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인 만큼 제6차 전국금융공작회의 개최도 불가피하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관례대로라면 올해 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도 열린다.

공산당이 곧 국가인 중국에서 당 중앙위 전체회의는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당 중앙위 전체회의는 보통 5년마다 열리는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중간에 7차례 열린다. 새 중앙위가 출범한 후 1·2중 전회에서 당 지도부가 선출되고, 3중전회에서는 지도부 5년 임기 내 시행할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그만큼 3중전회는 중요한 회의인데도 당국은 3중전회 개최와 관련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이는 매우 비정상적이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곤경에 처한 시진핑 당국이 당내의 강한 반대 의견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올해 당내 쿠데타를 피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모습을 숨기고, 해외 방문도 대폭 줄였다. 지난해 20차 당대회에서 다른 파벌을 평정하고 시자쥔 일색으로 지도부를 꾸렸던 쾌감은 사라지고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형국이다.

시진핑에게는 제6차 전국금융공작회의를 빌려 ‘금융 뇌관’을 제거할 수 있다면, 그 기초 위에서 3중전회를 여는 것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려면 상황이 시진핑 원하는 대로 흘러가야 한다. 이것이 관건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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