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금융시장 개방’ 미끼 투척한 中, 월가 대어 낚을까?

왕허
2022년 01월 19일 오후 1:26 업데이트: 2022년 01월 19일 오후 1:26

공산당 ‘공동부유’ 발표 후 국제자본 다시 중국행
디커플링 뜨거운 맛 본 中, 방지대책 갖추고 러브콜
월가, 중국 군사적 위협에 눈감고 ‘미워도 다시한번’

지난 10일,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이자 CEO인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UBS그룹이 주최한 ‘위대한 중국 컨퍼런스’에서 중국 공산당(중공)의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자)’ 정책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지난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국력은 떨어지고 있고 중공의 주도권은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브리지워터는 2016년 상하이에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 ‘브리지워터 차이나’를 설립한 데 이어 2018년에 중국 사모펀드 운용사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중국 현지서 운용하는 사모펀드 규모는 100억 위안(약 1조 8700억 원)이 넘는다.

달리오가 중국에 투자한 것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국제자본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0년 외국인의 대중국 직접 투자액은 2019년보다 6.2% 늘어난 9999억 8000만 위안으로, 중국의 외자 유치액은 세계 1위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11월에 이미 1조 위안(184조2200억원)을 넘어섰다.

또 지난해 11월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유한 위안화로 표시된 고정수익 증권 및 주식 규모가 7조5000억 위안(약 1382조325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말보다 7600억 위안(약 140조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중공의 수치는 신뢰할 수 없지만 상당한 규모의 국제자본이 중국으로 유입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글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면서 중공을 긍정적으로 보고 중국에 투자하는 현상을 일단 ‘달리오 현상’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격화하고 미·중이 대립하는 전략적 구도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왜 ‘달리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필자는 두 개 방면에서 그 이유를 분석하고자 한다.

중공, ‘금융시장 개방’ 이라는 큰 미끼 투척

중공은 “금융 주권을 철저히 지킨다”, “금융 리스크를 철저히 방지한다”며 현대 경제의 혈액인 금융을 줄곧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중공은 2001년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국내 금융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 정도는 전 세계에서 최저 수준이다.

이는 데이터상으로 증명된다. 먼저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2015년 경제자유지수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금융자유도(Financial Freedom)는 30에 그쳐 세계 139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홍콩과 호주는 90, 한국과 싱가포르는 80, 말레이시아·대만·태국은 60이다(PDF).

또 하나 있다. 바로 황치판(黃奇帆) 전 충칭(重慶)시장이 2019년 말에 한 강연에서 밝힌 데이터다. 황치판은 “중국이 현재 보유한 200조 위안 가까운 금융자산 중 해외 금융기관의 자산 비중은 1.8%에 불과하다”며 “금융업은 개방에 몸을 사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200조 위안 가까운 공업·상업·무역업·공상업 자산 중 외자 기업의 자산은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2018년부터 금융시장 개방에 속도가 붙었다. 국제 정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중국의 국제 경제 환경이 역전됐고, ‘디커플링’ 추세가 중공에 지대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중공은 디커플링을 막기 위해 두 가지 중요한 국제경제정책을 내놓았다. 하나는 ‘자유무역구 업그레이드 전략’이다. 여기에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 발효 추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14차 5개년 계획’ 요강에서 제기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높은 표준의 자유무역구 네트워크 구축” 등이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금융시장을 개방해 ‘네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네가 있는’ 구도를 형성함으로써 ‘디커플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이다.

중공 당국은 “체계적인 금융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마지노선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 금융업 대외 개방을 “일찍 할수록 좋고, 빠르게 진행할수록 좋다”는 원칙과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레벨, 폭넓은 영역을 전면 개방하는 새 구도를 형성하라”고 했다.

중공 당국은 중국의 금융력이 급성장하고 있고 규모가 커 충분히 글로벌 금융자본과 관련 국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공 당국이 이런 판단을 한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2011년 이후 중국은행·공상은행·농업은행·건설은행이 잇따라 ‘글로벌 시스템 중요은행(G-SIBs)’에 지정됐고, 2013년에는 중국평안보험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보험회사[G-SIIs] 리스트에 오른 것 등이다. 다른 하나는 2021년 3분기 말 기준 중국 금융업의 총자산이 375조68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것이다.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은보감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외국계 은행의 총자산은 3조7300억 위안으로 중국 금융업 전체 자산의 1.10%를 차지했고, 외국계 보험회사의 총자산은 1조9400억 위안으로 7.98%를 차지했다. 중공이 외자의 총자산 비중이 중국 금융업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15%까지 허용한다면 글로벌 금융자본 수십조 위안을 더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미끼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없다.

글로벌 투자자들 ‘더 멍청한 바보’ 찾기 게임

월가를 위시한 글로벌 금융자본은 오랫동안 중공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월가는 전 세계 신흥시장(이 개념은 개발도상국의 금융시장과 거의 동일시된다) 가운데 중국만 기업의 수량과 규모 면에서 월가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이 월가로 하여금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 투자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달리오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1984년 중국을 처음 방문해 중국 금융계 인사들의 자문에 응했다. 1989년에 천안문 대학살 사태는 중국과 거래하려는 그의 열망을 꺾지 못했다. 1993년 브리지워터에 투자한 첫 중국 고객은 지금도 브리지워터의 고객이다. 2003년에는 역외시장을 통해 중국 통화를 거래했다. 그러나 중공의 폐쇄적인 금융 정책으로 브리지워터의 중국 내 사업은 진척이 매우 더뎠다. 2016년이 돼서야 지분 100%를 소유하는 자회사 ‘브리지워터 차이나’를 설립해 CIBM(은행 간 채권시장) 허가를 받고 플랫폼에서 중국 채권을 거래할 수 있게 됐고, 2018년에야 첫 사모펀드 출시를 허가받았다.

달리오와 월가는 2016년 이후 전환점을 맞았다. 중공이 금융업의 대외개방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달리오와 월가는 이런 환경을 조성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

2016년 트럼프가 기적같이 미 대통령에 당선돼 중공에 큰 충격을 안겼고, 중공은 그때부터 정책 조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시작하고 디커플링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금융시장을 개방하도록 밀어붙였다. 2020년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협정에서 중공이 양보한 것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금융업 개방이었다.

그러나 월가 경영자들 중 상당수는 그렇게 보지 않았고,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발목을 잡는 역할을 했다.

2018년 11월, 피터 나바로 당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중공과의 무역분쟁을 해결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월가 경영자들을 ‘미등록 외국대리인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월가는 협상에서 손을 떼라”며 “골드만 삭스의 자금을 오하이오 데이튼으로 가져와 투자하라. 미국 대통령은 셔틀외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달리오의 사례에서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월가가 ‘중국 시장’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월가가 중공의 ‘오랜친구’로서 중공을 도와 미국의 대중 정책을 좌우한다는 점이다(디둥성[翟東昇]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 2020년 12월 한 강연에서 한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0년 말 ‘중국은 힘센 친구, 월가를 미국에 두고 있다(China Has One Powerful Friend Left in the U.S.: Wall Street)’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링크).

중공 당국은 2020년 11월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기업공개(IPO)를 불허한 것을 신호탄으로 일련의 규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빅테크 기업, 사교육 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월가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월가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는가?”

더 포괄적으로 보면, 중공은 최근 몇 년 동안 갈수록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국민을 박해하고 대외적으로는 패권 확장을 기하고 있다.

중공은 대내적으로는 인권을 유린하고, 홍콩의 일국양제를 파괴하고, 대만해협에 전쟁 위기를 고조하고, 민간기업을 타격하고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고 있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핵무기 및 군사력을 확장하고 항공우주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등 패권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중공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했을까?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점점 더 부각하는 중공이 월가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월가는 과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관련 데이터는 월가가 악순환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2021년 11월 17일 발표한 최신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증시와 채권시장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2017년의 7650억 달러에서 2020년의 1조2000억 달러로 늘어나 57.5%나 급증했다. 이는 월가의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뮤추얼펀드가 중국 금융시장 참여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월가가 중공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23일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농담조로 “JP모건이 중국 공산당보다 더 오래 생존할 것”이라고 했다(비록 그가 다음 날 ‘후회’한다고 했지만). 금융 거물 조지 소로스는 작년에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기고문을 통해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난했다.

유감스럽게도 몇몇 깨어있는 경영자의 인식만으로는 이익을 앞세운 중공의 유혹에서 월가가 벗어나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많지만 한 가지만 말하겠다.

돈으로 돈을 버는 측면에서 보자면 월가에는 세계에서 가장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더 멍청한 바보’ 찾기 게임에 빠져들었다. 이른바 ‘더 멍청한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이란 사람들이 물건의 객관적인 값어치를 고려하지 않고 비싼 값에도 사려고 하는 것은 자신보다 더 멍청한 바보가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사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이론이다.

즉 월가의 중국 투자자들은 나보다 멍청한 사람이 한 명만 더 있으면 되고, 내가 마지막 바보가 아니면 된다는 심리로 중국에 투자하면서 마지막 바보를 찾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악마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월가의 중국 투자자들, 그들 자신이 마지막 바보가 아니라는 보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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