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호에서 누리호로 이어진 나비효과, 시작은 ‘사천’이었다

우주항공청 설립 예정지 사천시, 준비된 미래 먹거리의 도시

이정권
2023년 11월 24일 오후 10:41 업데이트: 2023년 11월 25일 오전 12:25

국산 1호 항공기 부활호의 제작이 이루어진 항공의 도시 사천시. 이후 사천시는 우주항공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움직임을 이어왔다.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 ‘우주항공청 경남 사천 설치’가 담겨있던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사천시가 오랜 기간 우주항공산업 컨트롤타워의 성장기반을 마련해왔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편이 아니다. 2032년 달 착륙을 꿈꾸며 우주강국 시대를 대비하는 사천시의 현재와 이를 뒷받침하는 당위성을 재조명한다.

국산 1호 항공기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사천시

1953년 10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군용기 ‘부활호’는 사천시에서 개발됐다. 부활호는 지금 사천시청에 전시돼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국산 1호 항공기인 부활호는 연락, 정찰, 심리전 등 다목적 항공기로 개발됐는데 1960년대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2004년 뼈대만 남은 원형으로 대구 경상공업고등학교에서 발견됐다.

물론 뼈대만 남은 1호 항공기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사천시는 부활호가 의미하는 항공산업의 시초를 전승하는 데 좀 더 큰 의미를 뒀다. 그렇게 경상남도와 사천시는 부활호의 개량복원 사업을 진행했고, 2011년 시험비행을 완료할 정도로 부활호는 완벽한 복원을 이뤘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사천에어쇼에서 축하비행을 하는 등 실제비행업무를 수행한 것도 부활호였다.

이처럼 사천시는 항공산업의 메카로 오랜 기간 입지와 실력을 다져왔다. 우리나라 항공제조업의 1인자인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이 사천에 들어왔고, 이후 국내 항공산업 기반의 절반 이상이 사천에 형성됐다. 공군 기본훈련기, 고등훈련기, 한국형 기동헬기 등 공군 항공기의 개발을 맡아 항공산업과 국방에 보탬이 되는 역할도 맡아왔다. 2015년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보라매(KF-21)을 개발한 곳도 사천시였다. 보라매는 2026년까지 성능을 검증한 뒤 본격적으로 양산될 예정이다.

항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우주산업 역시 사천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차세대 중형 위성의 제작과 개발, 발사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모두 사천에 있다. 국내에서 처음 하늘을 날아올랐던 부활호의 날갯짓은 현 시대 누리호와 우주항공산업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일이 사천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주시대 개막할 우주항공청의 설립예정지

이러한 사천시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우주항공청 설립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추진된다는 발표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윤 대통령은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미래 세대에게 달의 자원과 화성의 터전을 선물할 것을 약속했다. 그 계획에는 2032년 달 착륙과 자원 채굴,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 화성에 착륙한다는 청사진이 제시돼 있었다. 이와 같은 미래산업은 전문가와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된 우주항공청 설립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러한 우주항공청의 설립 예정지가 바로 사천시다.

우주항공청은 국가 차원에서 우주항공 분야의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대표기관으로 조성된다. 그동안 과학기술부, 산업부, 국토부, 방사청이 분산 진행했던 우주항공업무를 우주항공청이라는 전담기관에서 집중 진행한다. 쉽게 말해 미국의 우주항공정책 컨트롤타워인 나사(NASA)와 역할이 비슷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준비된 우주항공복합도시 ‘사천’

우주항공산업을 견인해온 사천시청 전경 | 사천시청 제공

우주항공산업을 견인해온 사천시는 이미 준비된 도시로써 우주항공청 설립을 맞이하고 있다. 사천시는 한국우주항공산업(KAI), 두원중공업 등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에 참여했던 핵심 기업들 중심으로 우주산업 생태계가 이미 구축돼 있다. 인접하여 한국산업기술원, 세라믹기술원, 국방기술품질원 등 우주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밀집돼 있는 것도 우주항공청 설립에 보탬이 된다.

또 항공노선과 고속도로, 항만을 모두 갖춰 우주항공산업을 견인하는 데 필요한 물류와 교통 인프라를 확실히 갖추고 있다. 여기에 사천시는 우주항공청 개청에 대비해 사천공항에 국제선 기능 추가, 활주로 확장, 화물터미널 신축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마련했다.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경쟁력 있는 인재들의 정주여건을 강화하기 위해 교통, 문화, 교육 기반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계획’도 수립 중이다.

‘2022 우주항공포럼 및 수출상담회’를 개최해 국내 우주항공기업의 수출 활로를 마련하고 우주항공청 유치를 대내외에 알린 것도 사천시의 활약 중에 하나다. 행사를 통해 약 1억 5,000만 달러의 수출 상담 실적을 올렸으며, 경제 침체기인데도 사천시의 우주항공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배경이 되어주었다.

이처럼 사천시는 항공산업의 역사와 인프라를 보유하고, 우주산업 생태계를 활발하게 조성한 도시다. 우주항공청이 사천시에 개청되는 건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망했을 때 매우 당연한 순서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우주시대의 기반 되고파

사천시는 우주항공청 설립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 추친단에게 미리 검토해 둔 임시청사 공간을 사전에 준비해 언제든 활용이 가능하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개청을 위해 지역 정치인들은 세미나를 열어 활발한 정보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개청의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우주항공법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한민국 우주시대의 막이 열린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동식 사천시장은 우주항공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우주항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기술 연구에 지원을 강화하고,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과 기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래형 비행체 산업을 육성해 후속 비즈니스를 도모하고 중소기업 성장 생태계를 조성해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한다. 수출 활성화를 위한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우주항공청의 설립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사천시는 여러 분야의 지원책을 완성했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천시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되고 대한민국 우주시대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