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우려 현실로…서방 국가들 ‘홍콩 인권법’ 속속 합류

리무양
2019년 12월 3일 업데이트: 2019년 12월 3일

홍콩 경찰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이공대 봉쇄를 해제했다. 13일만이다. 홍콩 경찰은 이공대 교정에서 철수하면서 1377명을 체포했으며, 이중 18세 이하가 318명이라고 밝혔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 송환법 반대시위 시작 이후 지금까지 체포된 사람은 총 5890명이다. 남자는 4368명, 여자는 1522명이고, 11세 아이부터 83세 노인까지 포함됐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셈이다. 사망자나 강간 피해자는 제외한 숫자다.

홍콩 정부의 시위대 강경진압은 국제사회에 심각한 우려를 일으켰다. 중국 공산당이 범죄조직을 동원해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했다는 강한 의혹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홍콩 시위대에 선물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했다. 홍콩에서 사람을 고문하거나 임의 구금하거나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자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서방국가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홍콩 인권법안’ 서명…자유진영 신호탄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인권법안’ 서명 소식이 전해지자 28일 오후 홍콩시민 10만명(주최측 주장)이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 모여 감사 집회를 가졌다. 시민들은 성조기를 흔들고 환호하고 박수쳤다. “시민 인권을 탄압한 홍콩 경찰과 관리들을 빨리 제재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콩 민주진영도 환영성명을 냈다. 범민주 진영인 공민단 앨빈 융(楊岳橋) 의원은 “트럼프의 법안 서명은 홍콩인의 항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공감을 나타낸 것”이라며 “홍콩은 외롭지 않다”고 했다.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트럼프의 법안 서명이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이 홍콩의 인권상황을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제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 차원에서도 조속한 제재 이행을 위해 힘쓰기로 했다.

이런 상황을 중국에서는 ‘설중송탄(雪中送炭)’이라고 부른다.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낸다는 말로 급히 필요할 때 필요한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홍콩 인권법’ 제정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어떻게 대하는 지 보여준 쾌거였다.

홍콩 인권법은 강제성은 약하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우선 미국이 이를 계기로 점차 강경한 조치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홍콩 인권법에는 눈길을 끄는 조항이 있다.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의 협력을 통해 홍콩의 민주와 인권을 추진한다”는 조항이다. 이들 동맹국은 미국의 호소에 응할 책임이 있다. 동맹국을 떠나 미국이 나서는 것 자체가 서방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EU 실장·영국 외무 “홍콩의 자치·법치 중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8일 홍콩을 방문 중이던 EU 대외관계청 군나 비간트(Gunnar Wiegand) 아시아태평양실장이 홍콩 정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홍콩의 일국양제하의 고도의 자주권, 법치사회와 기본적인 인권의 자유는 EU가 홍콩과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초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간트 실장은 “힘들 때 곁을 지키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로 홍콩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이미 홍콩의 일국양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왔다. 지난 10월 31일 영국 정부는 ‘홍콩문제 반년보고서’를 내고 “홍콩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의미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 역시 “영국이 홍콩의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랍 외무장관은 “고도의 자치와 법치는 홍콩의 미래 번영과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중·영 공동성명’을 옛날 문서 취급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인권법안’ 서명은 영국을 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효과가 있다. 홍콩 시위대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홍콩 가수 데니스 호(何韻詩)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디어 통과! 다음 단계는 영국!”이라는 글을 남겼다. 조슈아 웡 비서장 역시 “영국이 움직이면 홍콩 관리와 공직자들이 긴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수의 홍콩 공직자들은 영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남편과 아이 모두 영국 국적이다. 람 장관만 경선에 뛰어들면서 영국 국적을 포기했다. 홍콩 상류층 가정 자녀 상당수가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이 미국과 비슷한 제재에 나선다면 홍콩 관리들이 느낄 압박감은 강할 것이다. 자신의 가족이 영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영국에 있는 재산이 동결될 수 있다.

캐나다 의회 ‘마그니츠키 인권문책법’ 발동

지난 28일 영국 NGO단체 ‘홍콩워치(Hong Kong Watch)’는 트위터를 통해 ‘위급한 시기의 홍콩(Hong Kong at a Critical Time)’ 세미나에 캐나다 의원 및 관계자 60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에일린 칼버리 홍콩워치 공동설립자의 제안에 따라 ‘국제 마그니츠키 인권문책법’에 따라 홍콩 관리와 경찰에 대한 제재에 동의했으며, 제재 대상자 명단을 단체 측에 요청했다고 홍콩워치는 밝혔다.

국제 마그니츠키 인권문책법은 러시아 회계사인 세르게이 마그니츠키(Sergei Magnitsky)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는 2009년 러시아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적발한 뒤 감금과 고문을 당하고 옥고를 치렀다. 이 법은 인권침해자의 입국 금지, 재산 동결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28개국에 각각 자국 버전이 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의회 차원에서 홍콩 지지 움직임

조슈아 웡은 지난 28일 이탈리아 상원에서 진행된 외교·인권 청문회에 화상통화로 참석했다. 해당 청문회는 홍콩 시위대의 목소리를 의회 차원에서 들어보는 취지였다. 조슈아 웡은 이탈리아 기업들이 홍콩 경찰에 진압장비를 수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청문회 참석의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이탈리아 의원들은 조슈아 웡에게 “다음주 의회에 홍콩 직선제 선거를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에서도 홍콩 인권법안을 위한 서명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8일까지 11만명 이상이 서명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오사카, 시즈오카, 후쿠오카, 홋카이도 등 지방의원들은 이번 서명운동을 통해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홍콩 인권법안 마련 을 요청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하기 전인 지난 22일(현지시간) 홍콩 인권 관련 법안을 95:54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020년 1월 31일까지 네덜란드판 ‘마그니츠키 인권 문책법안’을 시행하고, 인권을 침해한 중국과 홍콩인들의 네덜란드 입국을 금지하고 그들의 자산을 동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 지식인  1만명, 폭력진압 비판 공개서한

홍콩 경찰의 폭력 진압을 비판하는 공개서한도 발표됐다. 홍콩워치에 따르면 이 서한에는 세계 각국 학자 3700명 등 만여명의 지식인들이 참여했다. 서한 참가자 중에는 여성주의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 실험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철학자 앤서니 그레일링,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 노엄 촘스키 등이 포함됐다.

홍콩워치의 의장이자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 부의장인 베네딕트 로저스는 “경찰이 수많은 시위자를 연행해 구타, 학대, 강간했다. 따라서 시위자들은 ‘일부 폭력 행위’로 경찰 폭력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본지 탕징위안(唐靖遠) 논설위원은 “서방 국가들이 자유세계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침투에 대응하기 시작했다”며 “서방 국가들은 미국을 참조하는데, 특히 중국 공산당에 대한 대응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했다.

탕 논설위원은 “자유세계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현재 반공 물결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중국 공산당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와 대응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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