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당국의 비열한 박해…인권변호사 10세 아들 입학거부

강우찬
2023년 10월 9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3년 10월 9일 오후 12:10

출소 후에도 인권변호사와 가족 괴롭힘 지속
“공산당, 아들 인질로 아버지 협박…비열한 행위”

경제대국 중국의 또 다른 호칭은 인권탄압 대국이다. 최근 중국의 한 저명한 인권변호사의 초등학생 아들이 교육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인권변호사 왕췐장(王全璋)의 10세 아들은 규정에 따라 입학시험을 치르고 입학 수속과 학비 납부까지 마쳤지만 초등학교 입학이 최종적으로 거부됐다.

왕씨는 소위 ‘709 인권변호사’ 중 한 명이다. 중국 공안당국은 2015년 7월 9일 전국 23개 성·시에서 수백 명의 변호사와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 인권활동가 및 그 가족을 급습해 320여 명을 체포했다. 이 사건은 ‘709 체포’ 혹은 ‘709 인권변호사 검거작전’으로 불린다.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변호사였으며 주로 ‘국가 정권 전복죄’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받았고 상당수는 변호사 면허가 취소됐다.

또한 일부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으나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여전히 복역 중인 사람들도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709 인권변호사들에게 정권 전복죄 혐의가 적용된 것은 정치범을 변호하거나, 중국 공산당에 의해 탄압을 받는 파룬궁 수련생들에게 법적 도움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베이징의 인권변호사 왕췐장씨의 가족 사진. | 왕췐장 제공

적잖은 이들은 출소한 이후에도 변호사 면허가 필요 없는 분야에서 여전히 법률 자문이 필요한 소외된 이들을 돕고 있으나, 오히려 현지 공안당국에 의해 본인은 물론 그 가족까지 삼엄한 감시와 각종 불이익 및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왕씨네 세 식구 역시 공안의 괴롭힘 때문에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열세 차례나 이사를 다녀야 했다. 미국 VOA 중문판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는 베이징 북부 창핑(昌平) 교외지역의 임대 아파트로 자리를 옮겼는데 정전이 잦아 생활이 매우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왕씨네 가족은 원래 살던 곳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간 탓에 어린 아들이 다니던 초등학교까지 왕복 몇 시간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어려운 나날을 지내왔다.

이에 왕씨는 아들을 현재 사는 곳 인근 학교로 전학시키려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쳤으나 끝내 입학 거부를 통지받아야 했다.

왕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내 아들이 또, 또, 또, 또 학교에서 쫓겨났다”며 “불법 세력(공안)이 조금은 이성을 되찾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망령처럼 우리 주변을 배회하다가 결국 내 아들까지 먹잇감으로 삼았다”고 한탄했다.

당국은 왕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차단하지만 소셜미디어 활동 등 일부 외부와의 소통은 허용하고 있다.

베이징 인권변호사 왕췐장의 아파트 전기시설 제어판에 자물쇠가 걸린 가운데 그 앞에 한 남성이 잠들어 있다. 당국이 파견한 ‘감시 알바’로 추정된다. | AP/연합뉴스

왕씨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또’라는 단어를 네 번 반복한 것은 아들의 입학 거부 또는 퇴학이 이번까지 네 차례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1986년 4월 제정한 ‘의무교육법’에 의해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9년간 의무교육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인 왕씨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지만 중국 공산당 당국은 자국법을 어겨가며 왕씨의 10살 아들의 학습권을 박탈했다.

왕씨가 중국 공안을 가리켜 ‘불법 세력’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소위 법을 집행한다는 기관이 법을 어겨가며, 중국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인권변호사들을 탄압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 표현이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중국 인권활동가들은 “중국 공산당은 아이마저 인질로 잡고 아버지 왕씨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여 복종시키려 한다”며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베이징의 20년 차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와 미국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는 라이젠핑(賴建平)은 “학령기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한 행위에 대해 매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며 “국제사회의 규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