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와 결전 임박? 시진핑, 사법·공안 대거 숙청…베이징 부근서 군사훈련도

왕요췬
2020년 5월 21일
업데이트: 2020년 5월 21일

중국의 정치는 흑막(黑幕) 정치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사건과 실제 일어난 사건의 차이가 크다.

그 한 사례가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몰락이다.

2012년 3월 9일, 보시라이 서기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의 연중 최대행사인 양회(전인대+정협)에 참석했다. 그는 충칭대표단과 함께 내외신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모든 게 정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15일 보시라이는 체포됐고 그대로 정치생명이 끝났다.

올해 양회는 오늘부터 내일까지 열린다. 그런데 그 열흘 전, 베이징 주둔군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지난 10일 북경일보에 따르면, 왕춘닝 베이징 주둔군 사령관이 베이징시 공산당 위원회 상임위에서 면직됐는 것이다.

공직은 그대로인데, 당직만 박탈된 셈이다. 즉, 겉으로 보면 왕춘닝은 여전히 베이징 주둔군 사령관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숙청자 명단인 살생부에 올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앞두고, 베이징 수비군의 사령관이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격렬한 암투의 예고로 읽힌다.

특히 올해 양회는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사태로 연기됐다가 이제야 열리게 됐다. 그사이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우한폐렴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청구소송이 40여 개국에서 제기됐거나 준비 중이다.

지난해에는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반중 민주화 운동으로 번졌고, 그 이전에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최근 중공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재점화됐다. 중국 안팎에서 시진핑 반대, 하야 목소리가 쏟아졌다.

반(反)시진핑 진영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 와중에 지난달 19일 쑨리쥔 공안부 부부장이 낙마했다. 쑨리쥔의 직책이 중요하다.

그는 공안부 내 2인자(차관)인 동시에 공안부 1국(국내안전보위국) 국장, 26국(610 판공실) 국장, 공안부 홍콩대만마카오판공실 주임을 겸한다.

국내안전보위국은 정치보위국으로 불리며 정보수집·민족문제·반정부 공작 등을 관할하며 공안부 내 최고 권력부서로 통했다. 610 판공실은 장쩌민 전 주석이 설치한 파룬궁 전담 탄압기구로 초법적 권력을 행사했다. 홍콩·대만 업무는 정권 안위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렇게 중대한 업무를 맡고 있던 쑨리쥔의 낙마는 시진핑 진영으로서는 당내 최대 라이벌인 장쩌민 계파를 비롯해 반시진핑 진영의 예봉을 꺾는 일이었다.

쑨리쥔 낙마 후, 중국 사법·공안 부문에서는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푸정화 사법부 부장(장관)이 공직과 당직에서 면직되고, 그 후임에는 시진핑의 심복인 랴오닝성 성장 탕이쥔(唐一軍)이 임명됐다.

호주로 망명해 중국 내부 소식을 폭로하고 있는 평론가 장왕정에 따르면, 푸정화는 탕이쥔 임명 전날인 28일 중앙경위국에 끌려가 가택 연금됐다.

중앙경위국은 공안부 소속이 아니라 중국공산당 인민해방군 산하 독립부대로 베이징에 거주하는 당 고위층과 그 가족 경호부대다.

푸정화 체포에 공안부가 아닌 중앙경위국이 동원됐다는 건, 시진핑 당국이 그만큼 공안부 내 반대 세력을 경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어 5월 3일에는 멍젠주 정치법률위원회 서기가 체포됐고, 그가 소유한 상하이의 부동산 여러 건이 압류됐다고 장왕정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멍젠주 역시 중앙경위국에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으며 5월 중으로 그의 신병에 대한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시진핑의 신뢰를 받고 있는 허룽 섬서성 부서기가 최고인민법원 부원장으로 임용됐으며, 그의 상관인 자오정용(趙正永) 서기가 1200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자오정용 서기는 안후이성에서 공안청장을 지낸 인물로 역시 사법·공안 부문 인물이다.

이상은 지난 4월 19일 쑨리쥔 체포 이후 한 달간 양회 전 중국 사법·공안 부문에서 이뤄진 ‘물갈이’ 숙청 작업이다.

공안 권력을 동원한 요인 체포, 그리고 사법부를 통한 유죄판결 및 선고는 중국 권력투쟁에서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시진핑 진영이 양회를 앞두고 급히 사법·공안 부문 물갈이를 시행한 것은 뭔가를 대비하거나 혹은 일으키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인다.

‘준비작업’은 군 부문에서도 포착됐다.

우선 앞서 소개한 왕춘닝 베이징 주둔군 사령관의 당직 면직이다. 공산주의 시스템에서 당직이 공직보다 우선한다.

왕춘닝은 올해 1월 베이징시 공산당 위원회 상임위에 진출했다. 넉 달 만에 다시 쫓겨났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쑨리쥔 사건과 관련성이 제기된다.

다른 하나는 지난 14일 시작된 군사훈련이다. 인민해방군은 매년 보하이(渤海·발해만)의 탕산항구에서 두 달 반가량의 군사훈련을 해왔다.

그런데 올해 군사훈련은 베이징 부근에서 진행돼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베이징 공안 권력을 장악했던 쑨리쥔, 베이징 주둔군 사령관 왕춘닝이 연이어 떨어져 나갔다는 점과 관련지어 시진핑 진영이 공안부를 억누르고 군 장악력을 과시해 반대 세력에 겁을 주는 동시에 베이징과 주변 지역을 안정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난달 26일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인민무장경찰법’, 일명 무경법 개정을 논의한 것도 마찬가지다.

무경법 개정의 핵심은 무장경찰은 현행 국무원 산하 공안부가 아닌 중앙군사위에 예속시킨다는 것이다. 공안부 세력을 축소시키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장쩌민 계파로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것도 공안부장을 겸직하며 무장경찰 부대를 수시로 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 정가에는 지난 2012년 3월 저우융캉이 무장경찰 부대를 동원해 시진핑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했다는 설이 있다.

이후 시진핑 진영이 무장경찰에 대한 숙청과 축소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달 15일 중국 군 관련 신문인 인민해방군보가 ‘핵심을 철통 보호하는 절대충성’이라는 사설을 싣고 핵심(시진핑)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는 점도 시진핑 진영의 군 고삐 죄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쑨리쥔의 체포에서부터 사법·공안 부문, 군 부문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단지 시진핑 진영이 반대 세력의 ‘사건’에 대비하는 차원이 더 위협적인, 예컨대 시진핑 암살 시도 수준의 강력한 공격을 받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