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지만 실제 중국서 발생한 사실입니다”

2015년 10월 14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6일

생체장기적출 다룬 美 다큐 ‘하드 투 빌리브’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쉐바 의료센터 심장이식 외과 전문의 자콥 랍비 박사는 병원 입원 환자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박사님, 2주 안에 날짜가 잡히는 대로 중국에서 심장이식을 받기로 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네요. 그 사람들(중국 의료진)은 무슨 수로 2주 남겨놓고 심장이식 날짜를 잡는답니까?”

의학적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의 심장은 장기이식용으로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먼저 기증자가 뇌사상태로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수혜자는 기증자와 혈액, 조직 적합성이 맞아야 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다.

이상은 자콥 랍비(Jacob Lavee) 박사가 다큐멘터리 ‘하드 투 빌리브’(Hard to Believe)에 출연해서 밝힌 2005년에 겪은 실화다. 이 다큐멘터리는 중국에서 공산정부가 양심수의 장기를 적출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세계 최초로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조사팀은 다큐멘터리에서 이 사건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량살인’이라고 부르면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이유에 대한 해답도 제시한다.

‘하드 투 빌리브’는 의료계 종사자, ‘파룬궁’(法輪功) 수련자, 미 의회의원과 다양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수록했다. 현재 미국 PBS 채널을 통해 미 전역에 방송 중이며 지난달 29일 DVD로도 출시됐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

랍비 박사는 이스라엘 환자들이 신장이식을 받으러 중국을 드나드는 상황을 알고는 있었지만, 기증자에 대해서는 중국의 가난한 사람들일 것으로만 짐작했다. 생계를 위해 장기를 판매한다는 것만으로도 윤리적 문제가 크지만, 어쨌든 사람은 신장 하나만으로 살 수는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쉐바 의료센터 심장이식 외과 전문의 자콥 랍비 박사. | ‘Hard to Believe’ 영상캡처

그러나 심장 기증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중국에서는 형이 집행된 사형수의 장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기이식 숫자와 사형집행 건수를 집계해 본 적은 없었다고 랍비 박사는 지적했다.

이에 의문을 품은 랍비 박사는 중국의 장기 출처와 기증자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됐고, 우연히 한 보고서를 발견했다. 이 보고서는 캐나다 인권변호사와 전직 국무장관이 작성했으며, 중국에서 양심수, 특히 1999년부터 탄압받고 있는 파룬궁 수련자들이 장기를 적출당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내용이 실려 있었다.

“매우 일리 있는 내용이었다”고 랍비 박사는 다큐멘터리에서 말했다. 그는 이 보고서를 읽은 후 이스라엘이 이 사건에 말려들지 않도록 노력했고, 중국의 장기 적출 관행을 밝혀내고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등 이 분야 주요 인물로 부각됐으며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게 됐다.

다큐멘터리 ‘하드 투 빌리브’는 중국 감옥에 갇힌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장기 적출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을 파헤친다. 그리고 미국 민주주의 진흥재단(NED) 루이자 그레브(Louisa Greve) 부총재의 말처럼 왜 그리 “믿기 힘든”(hard to believe)지, 그래서 왜 국제사회의 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지 의문을 갖고 해답을 찾는다.

피로 흥건한 자국을 뒤쫓다

가장 간단한 해답은 ‘정부가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장기를 약탈하고 이를 상품 목록으로 만들어 부유층과 원정 장기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야만적이고도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위구르족, 티베트인도 장기 적출의 희생양이 됐지만, 가장 심각한 피해자는 파룬궁 수련자다.

1999년 7월 20일 전 공산당 지도자 장쩌민(江澤民·강택민)은 진·선·인을 가르치는 중국의 심신수련법 파룬궁을 국가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일시에 7000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고문과 강제교화(노역)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파룬궁 측과 인권단체 집계에 따르면, 3900여 명의 수련자가 고문 받거나 구타로 사망했으며, 수백만 명이 감금됐다.

중국 정권이 파룬궁 수련자의 장기를 적출해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혐의가 제기된 것은 2006년 3월이었다. 장기 적출에 가담한 의사의 부인과 중국 언론인이 참혹한 사건의 실상을 세상에 처음 폭로했다.

캐나다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David Matas)와 전직 장관 데이비드 킬고어(David Kilgour)는 이런 혐의를 조사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려 했다. 두 사람은 먼저 잠재적인 증거자료 33가지를 추려냈다. 그 후 중국 관계기관·병·의원에 대한 익명 전화, 공식 발표된 장기이식 관련 통계자료 대조, 논리성 검사로 검증했다. 그리고 작성한 첫 번째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은 중국에서 장기약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혐의는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킬고어-메이터스 보고서에서는 장기약탈로 인해 사망한 파룬궁 수련자를 4만 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캐나다 전직 장관 데이비드 킬고어(David Kilgour, 왼쪽)와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David Matas)

작가 겸 저널리스트 에단 구트만(Ethan Gutmann)은 1999년 베이징에서 파룬궁의 탄압을 직접 목격하고 2006년에 스스로 장기매매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2014년 구트만은 자신의 책 ‘대학살’(The Slaughter)에서 1990년대 신장(新疆)자치구에서 실시한 생체실험에서, 살아있는 파룬궁 수련자를 ‘건강검진’이란 구실로 장기 적출한 오늘날까지 중국 정권이 저지른 잔인한 장기약탈의 역사를 추적했다. 구트만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장기 약탈당한 파룬궁 수련자를 약 6만5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또한, 지난해 방송계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바디 어워드’(Peabody Award)에서는 영화 ‘휴먼 하비스트’(Human Harvest)을 시상했다. 이 영화는 현재에도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장기 관련 범죄를 밀도 있게 조망했다.

대량 살인 사건을 추적

다큐멘터리 ‘하드 투 빌리브’ 제작진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택했다.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이 인권변호사와 이스라엘 의사에게 왜 그런 불편한 진실, 즉 지난 10여 년 이상 중국 정부가 이익을 위해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는 결론에 도달해야만 했는지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구트만은 이런 접근법이 정말 효과적일지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으나 나중에는 완전히 설득당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켄 스톤(Ken Stone) 감독과 이레네 실버(Irene Silber) 조감독에 대해 “두 사람은 내가 집필과정에서 대답할 수 없었던 질문을 던지는 데 진지했다”고 대기원과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구트만은 “‘하드 투 빌리브’는 제작진 자신들이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독립제작자이며, 순수한 의도로 임했음을 보여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인 최초의 다큐멘터리일 것이다”라며 “장기약탈에 관한 사유하는 사람의 영화”라고 설명했다.

작가 겸 저널리스트 에단 구트만(Ethan Gutmann). | Hard to Believe 영상캡처

“이슈 관련 인물에 집중했다”고 켄 스톤 감독은 말했다. 에미상 수상경력의 영화·드라마 제작자로 TV 리포터로 활동하기도 한 그가 전한 이번 다큐멘터리의 특징은 “단순화”였다고 대기원과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등장인물의 일상적 이야기, 흥밋거리를 전한다면, 이슈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스톤 감독이 뽑은 가장 인상적 장면은 실제 장기 적출에 참여했다는 의사 엔버 토티(Enver Tohti)와의 인터뷰였다. 토티는 중국 신장자치구 위구르족 출신으로 현재 영국 런던에서 버스 운전을 하고 있다. 토티는 1995년 직속상관의 명령에 따라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했다고 최근 고백했다.

전 의사 에버 토티(Enver Tohti)는 중국서 수감자의 장기를 적출했다. 현재 그는 런던에 살고 있다. | Hard to Believe 영상캡처

다큐멘터리 ‘하드 투 빌리브’에서는 저널리스트 구트만과 파룬궁 수련자, 의사 토티의 실화가 범죄 드라마를 보듯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진실을 좇는 예리한 언론인, 정의를 위해 나선 인권변호사와 무자비한 탄압의 희생자들 그리고 제작진이 찾아낸 의문의 외과 의사 ‘닥터 제로’까지.

스톤 감독은 제작진 인터뷰에서 “대기원, 구트만의 기록, 데이비드 메이터스, 자콥 랍비”도 등장한다고 전했다.

독립 언론에서 최초 보도해 이슈화

뉴욕에 본사를 둔 독립언론 대기원(大紀元)은 2006년 3월 장기 적출 사건이 공개됐을 때 이를 가장 빨리 전한 첫 번째 신문이었다. 이후 이 사건을 밀착 보도하며 지속적으로 이슈화해왔다.

‘하드 투 빌리브’ 배급사인 스웁 필름스(Swoop Films) 대표 케이 루바첵(Kay Rubacek). | Kay Rubacek 제공

‘하드 투 빌리브’에서는 대기원 영문판(Epoch Times)의 스테픈 그레고리(Stephen Gregory)와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아울러 2013년 장기 적출 관련 보도로 미국 전문기자협회가 매년 저널리즘에 이바지한 6명에게 주는 ‘시그마 델타 차이 어워드’(Sigma Delta Chi Award)를 수상한 대기원 중국 선임기자 매튜 로버트슨(Matthew Robertson)도 등장한다.

“이 사건을 철저하게 다뤄 전문기자협회로부터 인정받은 기자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고 스톤 감독은 제작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레고리 기자는 다큐멘터리에서 “장기 적출 사건은 파룬궁에 관련된 이야기”라며 “파룬궁은 중국 정권으로서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중국에 지사를 둔 주류 언론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원에 “우리는 장기 적출 의혹에 대해 최초 보도했고, 장기 적출 관련 이슈에서 뉴스 출처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의 조력자들

다른 많은 사람처럼, 2014년 초 스톤 감독은 중국에서 장기 적출이 실행되고 있다는 동료 실버의 이야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스톤 감독은 몇 가지를 알아보고 나서 이번 사건은 충분히 전달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고 단정했다. 2014년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이식회의’ 기간 그는 제작을 결정했다.

세계이식회의는 장기이식 분야 최대 국제행사다. 이 회의에 제작진이 참석하는 일은 주요 관계자를 만나고 인터뷰할 수 있어 다큐멘터리 제작에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하드 투 빌리브’ 배급사인 스웁 필름스(Swoop Films) 대표 케이 루바첵(Kay Rubacek)은 말했다.

다큐멘터리 ‘하드 투 빌리브’의 켄스톤 감독이 중국 신장에서 장기 이식 의사였던 에버 토티를 인터뷰하고 있다. | Kay Rubacek 제공

루바첵 대표는 조사를 지원하고 인터뷰 대상자를 섭외하거나 출연자들에게 연락하는 업무를 맡아 다큐멘터리 제작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몇 주간에 걸쳐 인터뷰대상자들과 제작진 사이에서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면서 특히 출연을 주저하는 증인들을 설득하는 데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가 다피드 쿨시(Dafydd Cooksey)는 배경음악을 맡아 피아노 주제음악을 비롯해 영상의 감동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번 작품에서 살인사건 부분 배경음악을 만드는 데 하루 12~14시간씩 꼬박 한 달을 작업했다는 쿨시는 “불길한 예감, 숨겨졌던 진실의 드러남, 뭔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느낌, 증거가 제시되는 순간 등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 녹음과 후반 작업을 진행한 그는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의사 에버 토티가 나오는 부분이라며 “그는 의사로서 생명을 살리겠다는 직업적 본능이 있었지만, 총상을 입고 아직 숨이 붙어있는 사람의 간과 심장을 떼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몇 년 후 토티가 그 일을 한 것을 뉘우치며 이슬람 사원이나 교회에서 기도하고, 절에서 초를 켜는 장면도 나온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하드 투 빌리브’의 켄스톤 감독이 중국 신장에서 장기 이식 의사였던 에버 토티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ay Rubace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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