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이유

테리 우(Terri Wu)
2023년 10월 23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3년 10월 23일 오후 12:36

수십 년 동안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다. 중국의 정치·비즈니스 환경이 바뀌어서다. 

지난달 JP 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2500억~3000억 달러(338조2500억~405조9000억 원) 규모의 외국인 채권 투자 중 절반이 철수했다. 미국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의 중국 투자는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비즈니스 협의회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3분의 1 이상의 미국 기업이 지난 한 해 동안 중국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기업들은 지정학적 긴장과 중국 당국의 국내 정책에 대해 가장 우려했다. 

에포크타임스 영문판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미국 기업 급습 

올해 3월 중국 당국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기습 단속했다. 4월에는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를 기습 조사했고, 5월에는 ‘민감한 국방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 컨설팅업체 갭비전 파트너의 중국 사무소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중국 당국에 미국 기업 압수수색 등 예측할 수 없는 조치가 계속되면 중국은 ‘투자할 수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갭비전 파트너는 지난 3일 이른바 ‘구조 조정’을 완료했으며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또 컨설팅 업계의 보안 마지노선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중국의 현대화 국가 건설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서방 기업 임원 출국 금지    

스페인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개인을 대상으로 15가지 출국 금지령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인 마이크 순(가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외국 투자자, 사업가의 자문역을 맡아 왔다. 순 씨는 에포크타임스 영문판에 “시진핑이 집권한 후 중국에서 한동안 출국 금지됐다”며 “정확한 출국 금지 기간은 모르겠지만, 변호사는 1년 이상이었을 거라고 추측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향진(鄉鎮·중국의 행정단위) 공안을 포함한 모든 공안 조직 구성원이 개인의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출국금지 대상자를 체포하지 않는 한 출국금지 조치의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출국금지 기간은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지속될 수 있으며 출국금지가 해제됐다는 공식 통지도 없다. 

출국이 금지된 사람은 개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출국이 금지된 이유를 알아볼 수밖에 없다. 출국금지 해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출국을 시도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내용이 모호한 ‘반간첩법’ 시행

올해 초 중국 당국은 지난 2014년 반간첩법의 규제 범위를 확대했다. 중국 당국은 해당 법안에 의거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모든 행위를 조사할 수 있다. 

순 씨는 “반간첩법은 표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해당 법에 대해 임의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의도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만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복종하는 것 외에는 위험을 피할 수 없도록 했다”며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손을 대지 못하도록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도 이런 분석을 내놨다. 해당 단체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일련의 새로운 법안과 규정을 통해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조건을 재설계하고 있다”며 “외국 기업이 중국 공산당의 우선순위에 맞춰 움직이는 동시에 해외 규제 기구를 무의미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서 사업하려면 존엄성 버려야”  

중국에서 연매출 1500만 달러(약 20억 원) 규모의 고무제품 사업을 했던 멍쥔(가명)은 지난해 4월 중 사업을 접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 영문판에 “중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며 존엄성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멍 씨는 새벽 2시에 한 지방 공산당 관리의 전화 때문에 잠에서 깬 적이 있다. 그 관리는 멍 씨에게 “도박 자금이 필요하다며 즉시 현금 수십만 위안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했다. 멍 씨는 또 한동안 중국 광시성에서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고급 호텔을 운영해야 했다. 

멍 씨는 “외국 기업가는 중국 당국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느낀 굴욕감은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우스꽝스러워지고 있다. ‘시진핑 사상’을 머리, 가습, 영혼에 새겨야 한다는 당국의 선전이 난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中, 시진핑에게 충성하는 외국 투자자 원해” 

그럼에도 순 씨는 “위험 요소는 있지만 많은 사업가가 기꺼이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배우려고 한다”며 “중국의 거대한 시장이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한 미국 자본가들은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민간조사업체 차이나 베이지북 인터내셔널(CB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데릭 시저스는 에포크타임스 영문판에 “전반적인 경제 성장은 중국 공산당 지도자 시진핑이 생각하는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세계 경제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의식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시진핑에게 충성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향매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