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제도 틈타 시장 교란” 美 의원들, 中 톄무·알리·셰인 직격

박숙자
2024년 02월 28일 오후 2:38 업데이트: 2024년 02월 28일 오후 2:38

“소비자 편의와 관세당국 위한 규정…中 기업들 악용”
美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 면세한도 대폭 축소 움직임

미국 상원의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면세로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산 소포의 수를 규제하는 행정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의원들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국가 보조금을 받고 강제 노동으로 만든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핀둬둬(拚多多) 산하 해외 브랜드 테무(Temu), 알리바바의 계열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중국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셰인(Shein) 등을 직접 거론했다.

미국 무역법에 따라 미국 소비자에게 우편으로 발송되는 소포의 가치가 일정 기준 이하인 경우 관세가 면제된다. 관세·통관 절차에서 면제되는 최소허용기준(de minimis·미소기준)은 800달러다.

한국은 150달러를 적용하고 있으나 미국에서 발송되는 소포에 한해서는 200달러로 상한을 높여 적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답게 800달러 이내 상품에 대해서는 자국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원산지 물품으로 인정해 면세 특혜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수입품은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소매 제품인데, 문제는 중국산 소포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미국 소매·유통시장에 급격한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소매 상품에 섞여 마약류 등 불법제품을 반입하려는 시도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업무가 과중되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미 의회에서도 급증하는 중국산 소포에 관한 우려스러운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 법안 마련 움직임이 활발하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의원들은 당파를 초월해 최소허용기준을 현행 800달러에서 대폭 낮추자는 법안을 발의했고, 공화당 릭 스콧 의원과 민주당 셰로드 브라운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면세 혜택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두 의원은 서한에서 “이 문제가 즉시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제조업과 소매업의 상당 부분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며 테무, 셰인,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기업들이 면세 특혜를 악용해 불공정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문제는 우리의 제조업뿐만 아니라 소매업을 중국에 아웃소싱함으로써 미국인의 안보와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중국은 노예 노동과 기타 비합리적인 관행을 체계적으로 이용해 우리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1938년부터 최소허용기준 200달러를 적용했으며 2016년 한도를 800달러로 대폭 높였다. 소비자 비용을 낮추고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업무 역량을 더 중요한 쪽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는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 플랫폼에 이 제도가 악용되기 전이었다. 2016년(이하 회계연도 기준) 약 2억2000만 개였던 면세 소포는 2022년에 6억8500만 개로 3배 늘었다.

지난해 6월 22일에 발표된 미 하원 보고서에서는 셰인과 테무 두 회사를 통해 매일 약 60만 개의 소포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최소허용기준 적용 화물의 30% 규모다.

통상적으로 소매업체는 해상운송을 통해 상품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항구에 도착하면 관세를 납부하고 창고로 옮긴 후 매장을 통해서나 온라인 주문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셰인과 테무는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배송해 관세와 세관 검사를 피하고 있다. 중국에서 멕시코나 캐나다의 보세창고로 대량 배송한 후 다시 미국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의회에 최소허용기준을 완전히 폐지하거나 50달러 또는 100달러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현행 800달러 기준을 지지하는 입장도 있다. 미국 주요 수출업체들을 대변하는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의 존 피켈 국제공급망 정책담당 수석이사는 최소허용기준을 낮추면 제품 배송 기간이 늘어나고 제품 원가도 더 높아질 것이라며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