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노쇼’, 계약 위반은 아냐” 中 1인 미디어, 과격 누리꾼에 뭇매

박숙자
2024년 02월 13일 오전 11:45 업데이트: 2024년 02월 13일 오후 3:53

“中 샤오펀훙, 제3자 관점을 메시 편들기로 비난”

리오넬 메시의 ‘홍콩 노쇼’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의 한 1인 미디어 운영자가 메시 사건의 핵심 문제를 지적했다가 중국의 극단적 애국주의 누리꾼 집단인 ‘샤오펀훙(小粉紅)’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난 9일,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 ‘장 회장의 거시분석’이라는 1인 미디어 운영자가 웨이보에 메시 관련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장 회장은 메시가 친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계약서에 메시가 반드시 출전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주최 측이 체결한 계약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첫 번째 문제는 (메시의 소속팀인) 인터 마이애미와 주최사 태틀러 아시아가 맺은 계약서에는 메시가 반드시 출전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주최사 태틀러 아시아의 회장 겸 CEO 미셸 라무니에르는 지난 5일 언론 브리핑에서 메시와 수아레스가 부상이 없는 한 경기에 출전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주최 측도 이를 근거로 일련의 홍보를 했다. 계약서에는 메시가 출전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에 비해 지난해 6월 15일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호주 대표팀의 친선전에는 메시가 ‘45분간 출전한다’는 확약이 있었고, 실제로 메시는 풀타임을 뛰었다”고 했다.

메시는 당시 부상을 입은 상태였으므로 홍콩전에 뛰지 않은 것은 계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장 회장은 “두 번째 문제는 주최 측과 홍콩 정부 간에 체결한 계약서에는 (주최 측과 인터 마이애미가 맺은 계약 내용과는 달리) 메시가 45분간 뛰기로 돼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주최 측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홍콩 정부와 계약을 맺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주최 측이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 것은 홍콩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함인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 대공보(大公報)에 따르면, 행사를 주최한 태틀러 아시아는 홍콩 정부와 맺은 계약서에 메시가 45분 이상 출전한다고 명시했고, 이에 따라 홍콩 정부에 1600만 홍콩달러의 보조금을 신청했다.

장 회장은 10일 게시한 영상에서 “지난번에 영상을 공개한 후 ‘벌집을 쑤신 듯’ 샤오펀훙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며 “그들은 공정한 관점에서 몇 마디 한 것을, 메시를 위해 대변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메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7일 기사에서 “메시가 홍콩전에 불참한 배경에는 ‘정치적 동기’가 있을 수 있다”며 “외세가 의도적으로 홍콩을 난처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잡지 ‘환구인물’은 8일 메시의 구단주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국 관영 언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항저우시 체육국과 베이징 축구협회는 9일과 10일 성명을 통해 3월에 중국에서 열기로 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축구 대표팀 간의 친선 경기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아르헨티나 축구협회(AFA)는 지난달 29일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3월 18일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나이지리아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가진 뒤 3월 26일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친선 경기를 갖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이 기사는 쉬이양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