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닥터 스트레인지2’ 영상 공개…“中 아킬레스건 또 건드렸다”

김정희
2022년 05월 1일 오전 5:09 업데이트: 2022년 05월 2일 오전 11:10

뉴욕 전투 장면에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가판대 보여
중국 공산당 실체 알려온 언론…중국어 버전에선 삭제

5월 4일 국내 개봉을 앞둔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최근 공개된 1분 미리보기 영상으로 전 세계 팬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모으고 있는 가운데 “중국 상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비난의 소리를 중국 언론으로부터 듣고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주인공(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이 끝없이 균열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가 열리며 오랜 동료들, 그리고 차원을 넘어 들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맞닥뜨리는 대혼돈 속에서 예상치 못한 극한의 적과 맞서 싸우는 슈퍼히어로 판타지 영화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날까지 오전 예매율 75.1%, 예매 관객 수 40만 9천여 명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사전 예매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날 닥터 스트레인지가 이번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문어 괴물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선공개한 클립 영상이 미국 영화 정보 모음 사이트 IMDb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여러 콘텐츠 소개 채널이 해당 영상을 따라 게시했고, 하루 만에 누적 100만 명이 영상을 조회했다.  

특히 2층 건물 높이의 문어 괴물이 버스 한 대를 와락 안아 올리는 위급한 순간,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법을 펼쳐 버스를 공중분해 시킨 후,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검으로 공중에 떠 있는 버스 안 승객을 해치려는 문어 발을 한 번에 잘라내는 장면이 네티즌들을 매료했다. (영상보기

미리보기 영상을 관람한 한국 네티즌들도 “역시 닥스는 마법 하나하나 침착하게 쓰는 모습이 압권이네요!”  “와 진짜 이것만 봐도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엔드게임 이후로 또 느껴보는 웅장함이다” “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벌써 설레네” 등의 댓글을 달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중화권 언론들은 해당 영상 25초 시점에서 화면 좌측 하단에 등장한 노란 신문 박스를 집중 조명했다. 

해당 신문 박스 정면에는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다지위안스바오)라는 한자가 비교적 또렷하게 보인다. 대기원시보는 본지 에포크타임스의 중국어 명칭이다. 측면에도 작은 글자들로 된 문구가 있다. 이 문구는 “역사의 큰 변화를 앞두고 바른길을 가리키는 진실은 대기원에 있다(歷史巨變在眼前, 指路真相大紀元)”라는 에포크타임스의 슬로건이다.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 신문 박스가 보이는 클립 영상 화면 | 영상 캡처

본지는 2000년 5월 재미 화교들이 미국에서 설립했다. 중국에서 인권 탄압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설립자들은 공산주의 체제 아래 중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어느 국가와 정치, 단체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언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렇게 탄생한 본지 에포크타임스(대기원시보)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인권 탄압과 범죄를 과감하게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이 금기시하는 내용들도 적극적으로 다뤘다. 여기에는 파룬궁 수련생들에 대한 탄압과 강제 장기적출이 포함됐다.

이런 이유로 대기원시보는 중국 인터넷에서 차단됐고, 신문사 명칭은 중국에서는 톈안먼에 버금가는 금지어가 됐다.

에포크타임스는 현재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뉴욕 거리에서는 영문판과 중문판 가판대를 흔히 볼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2’ 영화 제작진은 뉴욕 전투 장면을 촬영하면서 에포크타임스 가판대의 존재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 있다. 우연히 카메라 앵글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영화의 중국 개봉에 적잖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리보기 영상이 공개된 후 중국 온라인 매체 왕이(網易)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2’가 중국 관전총국(방송 규제 당국)에 심의를 신청했다는 소식은 오래됐지만, 지금까지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 마블이 공개한 1분 미리보기 영상에 매우 민감한 다섯 글자가 등장했다”라면서 “(촬영장 소품으로) 사적인 (정치) 의견을 표현하는 영화는 절대 심의에 통과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매체는 또 “비리비리(Bilibili, 중국 영상 플랫폼)에 해당 영상이 올라왔었는데 곧 삭제됐다. 이후 ‘민감한 단어’가 모자이크 처리된 후 다시 게시됐다”라고 보도하면서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 화면을 공개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의 ‘닥터 스트레인지2’ 영상 캡처. 원래 영상에선 표시됐던 에포크타임스 로고가 사라져 있다(좌측 하단). | 인터넷 사진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기사에 언급된 민감한 단어가 뭐냐?”,  “무슨 단어를 가렸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을 남겼지만, 매체는 답장을 내놓지 않았다. 

홍콩 명보는 이번 ‘대기원시보 가판대’ 이슈를 소개하면서 작년에 개봉한 마블의 영화 ‘샹치와 텐 링크의 전설’과 ‘이터널스’도 중국 공산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탓에 중국에서 상영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영화 ‘샹치와 텐 링크의 전설’에는 ‘톈안먼 유혈사태’를 연상시키는 ‘8964’ 번호가 찍힌 옷을 입은 버스 운전사가 출현했고, 영화 ‘이터널스’는 과거 인터뷰에서 “중국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나라다”라는 발언으로 중국에서 검열받는 클로이 자오가 감독을 맡았다.  

한편 2016년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 1편은 중국에서 개봉 15일 만에 9300만 달러(약 1170억원)을 벌어들이며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