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외교안보포럼, 강연회 개최…‘한미 핵협의그룹 방향성’ 논의

이윤정
2023년 12월 13일 오후 6:09 업데이트: 2023년 12월 13일 오후 11:33

최지영 “트럼프 재집권 염두에 두고 韓 선택폭 넓혀야”
“확장억제 유지하되 한국형 핵 잠수함 확보 필요”

동북아외교안보포럼(이사장 최지영)이 12월 13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연회장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본 전쟁 시나리오와 한미 핵협의그룹의 방향성’ 강연회를 개최했다.

‘한·중·일 관점에서 바라본 한미 핵협의그룹의 방향성’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한상대 제38대 검찰총장, 이정훈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 남주홍 한국자유총연맹 고문,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이 축사를 했다.

최지영 동북아외교안보포럼 이사장의 기조 강연에 이어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 기자, 이원엽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이정용 전 명지대학교 교수가 강연했다.

이번 강연회를 기획한 최 이사장은 “현재 국제 정세는 신냉전으로 회귀하는 양상이 뚜렷한 매우 엄중한 시기”라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외교력의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의 보유를 넘어 선제공격 의지를 반영하는 비대칭 확전 전략을 취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가 더는 대북정책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핵보유 외에 고려해야 할 새로운 외교 상수는 트럼프의 재집권”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최 이사장은 “트럼프는 외교에 있어 동맹의 가치보다는 거래적 접근을 우선시한다”면서 “과거 트럼프가 ‘한국이 북한이나 중국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보유하는 것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만큼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될 경우 오히려 대한민국은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급진적인 핵무장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최 이사장은 △원료 등 기초 여건의 부재 △확장억제 제공 명분의 약화로 인한 한국의 안보 리스크 증가 △NPT 탈퇴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에 소요되는 절대적 시간의 필요성 등,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영 이사장은 “현재의 확장억제를 유지하는 한편, 대한민국 역시 미국에 대해 거래적 접근 방식에 입각해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술의 한국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서태평양에 대한 미 해군의 작전 부담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사용후핵연료 습식 재처리 시설의 국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 기자는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의 수중전력 증강과 북한의 SLBM 및 전술핵공격 잠수함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확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반대 근거로 제시되는 소음과 비용 문제에 대해선 “신형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 수준으로 소음이 감소했으며, 비용 문제 역시 한미 조선업계 컨소시엄 구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 가능성에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핵무기 제조 금지 규정이나 NPT, 한미원자력협정 등에 대해서도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사용할 경우 제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원엽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는 ‘중국의 관점에서 바라 본 한미 핵협의그룹’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 교수는 임진왜란 시기의 명나라는 항왜원조(抗倭援朝)를 명분으로, 한국 전쟁때의 중공은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명분으로 참전했던 것과 같이 역사적으로 중국 대륙은 한반도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해왔음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은 중국은 아직도 중화제국 중심의 ‘화이질서’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은 한미 핵협의그룹을 미국이 한국에 준 ‘독약’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제 한국에게 중국은 ‘One of them’이지 The one이 아님을 강조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은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에서 근핵(近核)보유국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핵무장국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용 전 명지대 교수는 일본의 관점에서 한미 핵협의그룹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미 핵협의그룹으로 대북 억제력이 더욱 강력해졌음을 설명하고, 한미일 3각 공조가 안보의 새로운 구심점임을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이스라엘 사태’를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교훈’이라며 “하마스를 척결하는 이스라엘은 대한민국의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마지막까지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며 자주 국방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2월 13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연회장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본 전쟁 시나리오와 한미 핵협의그룹의 방향성’ 강연회가 개최됐다. | 동북아외교안보포럼 제공

최 이사장은 “북한의 핵공격 능력이 이제는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근접할 만큼 우리 안보가 절체절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며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미 핵협의그룹이 상징적 가치를 넘어 실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거대 담론에 대한 선택과 결정의 문제는 정부의 의지뿐 아니라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안보 의식을 환기하고자 이번 강연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