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맡길 때도 출처 요구…中 은행 ‘이상한 제도’ 눈길

박숙자
2024년 01월 12일 오후 10:2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2일 오후 10:28

중국 장시(江西)성의 한 여성이 은행에 10만 위안(약 1831만원)을 예금하러 갔다가 은행 직원으로부터 돈 출처를 밝히라는 요구를 받은 사실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일, 장시의 한 여성이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이 은행에서 겪은 사연을 올렸다. 그에 따르면, 10만 위안을 예치하러 은행에 갔을 때 창구 직원이 금액과 돈의 출처를 캐물었다.

이 여성이 은행 직원에게 “전에는 예금할 때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하자 그 직원은 현금 1만 위안(약 183만 원) 이상을 예금할 때는 돈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며 “은행 규정”이라고 했다. 이 여성은 돈 출처 문제는 프라이버시에 해당한다며 그런 규정을 고집한다면 맞은편 은행에 가겠다고 했다.

결국 은행 관계자가 나섰고 창구 직원은 예금을 수납했다. 하지만 그 직원은 은행 규정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글이 SNS에 올라오자 즉시 뜨거운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은행의 과도한 개입이다”, “훔치거나 빼앗은 것도 아닌데 뭔 출처? 사생활 침해다”, “규정이라면 따라야지, 힘없는 고객이 별수 있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객이 은행에 일정 금액 이상을 예치할 때 자금 출처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규정은 지난 2022년 3월 1일 시행 예고된 ‘금융기관의 고객실사 및 고객 신원정보·거래기록 보존 관리방법(이하 방법)’이 있다.

‘방법’ 제10조는 상업은행, 농촌합작은행, 농촌신용합작사, 촌진(村鎮)은행 등 금융기관은 자연인 고객을 위해 1회 예금이 5만 위안 이상 또는 미화 1만 달러 이상의 현금 입출금 업무를 수행할 때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자금의 출처나 사용처를 파악·기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실제로는 시행이 연기됐다. 2022년 2월 21일 중앙은행(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기술적인 이유로 시행을 잠정 연기하고 기존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2007년에 도입된 기존 규정에는 고객이 자금 출처 및 사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중국중앙방송(CCTV)의 온라인 뉴스 사이트인 앙시망(央視網)에 따르면, 새로운 ‘방법’의 시행은 유예됐지만, 현재 은행은 고객의 위험등급에 따라 고객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위험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중국 극목신문(極目新聞)에 따르면 이에 관한 규정은 은행마다 다르다. 초상은행은 20만 위안(약 3663만 원) 이상을 예금할 경우 출처를 묻는다. 하지만 관련 증빙서류를 곧바로 제출할 필요는 없다.

공상은행의 경우, 베이징 지역 지점에서는 10만 위안 이상을 예치하려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농업은행은 돈의 출처를 캐묻는다. 하지만 액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고 관련 증빙 자료도 제시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