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뉴스] ‘정오의 음악 산책’ 독일 음악의 성지, ‘라이프치히’

이연재
2022년 11월 24일 오후 1:43 업데이트: 2022년 11월 24일 오후 1:43

녹음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 음악은 철저히 연주 순간에만 존재하는 시간 예술이었다. 작곡가가 살아있을 때는 하나의 작품이 수 차례 재연되기도 하지만, 작곡가가 죽은 뒤에는 더 이상 연주되지 않고 청중의 뇌리에서 잊히는 경우가 많았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마태수난곡’도 비슷한 운명이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서양음악의 바탕인 교회음악 최고 걸작으로 추앙받는 작품이다.

바흐가 성토마스교회 합창단의 칸토르(합창대장·음악감독)로 재직할 때 작곡·초연했다. 그런데 이 위대한 작품은 바흐 생전에도 라이프치히 이외의 도시에서는 연주되지 않았다. 바흐 사후에는 연주가 뜸해지다가 점점 잊혀 갔다.

1829년 20살의 펠릭스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 Bartholy, 1809-1847)은 ‘마태수난곡’의 진가를 알아봤다. 이 곡의 가치를 재조명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에서 지휘해 대단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대중적 성공은 물론이고 연주자들과 학자들에게도 바흐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이는 바흐 작품 연주 및 연구 활성화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멘델스존이 아니었으면 ‘마태수난곡’이 현재와 같은 생명력을 갖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16일 독일의 라히프치히에서 활동했던 클래식 작곡가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공연이 용인문화예술원 마루홀에서 펼쳐졌다. 바로 ‘정오의 음악산책’ 5번째 시리즈 ‘독일 음악의 성지, 라이프치히’ 공연이다.

예술의 도시 라이프치히는 바흐, 멘델스존 등 여러 음악가가 많은 업적을 남긴 곳이다.

이날 공연에서 김이곤 예술감독은 바흐, 멘델스존, 슈만 등의 생애와 작품 탄생의 비화를 위트 있게 풀어냈다.

라이프치히 4곳의 교회 음악 감독으로 부임한 바흐와 깊이 잠들었던 바흐 작품을 백 년 만에 무대에 올린 멘델스존의 노력, ‘법학이냐, 음악이냐’를 놓고 진로를 고민하던 슈만이 음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졌다.

연주는 바이올리니스트 나은아·최은정, 비올리스트 공세정, 첼리스트 김인하, 피아니스트 이수빈으로 구성된 솔리스 앙상블이 맡았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중 39번 아리아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행진곡’, 슈만의 ‘마르테의 꽃’ 중 ‘헌정’등을 연주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라이프치히 구시가지 중심가에 위치한 성 토마스 교회는 바흐가 봉직한 곳이다.

독일 여러 곳을 떠돌던 바흐는 1723년, 이 교회에서 ‘칸토르’라는 직책으로 삶의 마지막 단락을 시작했다. 칸토르는 현재도 독일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직책으로 교회 안팎, 더 나아가 그 지방의 주요 음악 행사를 관장하는 자리다.

바흐는 이 직책을 맡는 동안 그의 인생을 총결산할 수 있는 다수의 명곡을 작곡했다. 요한수난곡, 마태수난곡, 성탄 오라토리오 등의 종교음악을 비롯해 농부 칸타타, 커피 칸타타 등을 작곡했으며 그의 대다수 종교음악은 여기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됐다.

바흐의 ‘마태수난곡’ 중 39번 아리아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는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의 통곡과 비탄을 담은 노래다.

Ergarme dich, mein Gott, (하나님이여, 제 눈물을 보시고)

Um meiner Zäwren Willen!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Schaue hire, Herz und Auge (당신 앞에서 아프게 통곡하는)

Weint vor dir bitterlich (내 이 심장과 이 눈을 보소서, 하나님)

Erbarme dich, erbarme dich! (불쌍히 여기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이 시기 그의 작풍은 독일 음악의 양식을 넘어 프랑스, 이탈리아 음악 양식을 결합했을 뿐만 아니라 200년 넘게 지속된 유럽 바로크 음악의 전통을 총결산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음악학자들은 긴 바로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후 고전 시대가 태동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고 말한다.

낭만시대 음악 천재, 멘델스존

“음악에 비해 언어는 너무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하여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다.”
(펠릭스 멘델스존)

멘델스존은 모차르트만큼이나 유럽을 떠들썩하게 한 유명한 신동이며, 천재 작곡가이자 연주가이고 지휘자다.

멘델스존은 명성 높은 상류사회의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름다운 외모과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인 그는 음악, 미술, 언어, 스포츠 등 모든 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그는 시인 괴테가 유일하게 인정했던 고전주의적 낭만파 음악의 대가다. 관현악곡 ‘스코틀랜드 교향곡’, ‘핑갈의 동굴’, 피아노곡 ‘무언가’,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오라토리오 ‘엘리야’, ‘사도 바울’ 등 유명한 작품들을 남겼다.

또한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같은 전 시대의 위대한 작곡가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그들의 음악을 세상에 전파한 천부적인 해석자이자 음악 기획자이기도 하다.

과거의 명곡이 현대에까지 전해지고 사랑받기까지는, 이렇듯 창작자 못지않게 발굴·연구·해석해 다시 무대에 올린 이들의 역할이 컸다.

정오의 음악산책 마지막 시리즈 ‘뉴욕

‘정오의 음악산책’은 매월 3주 차 수요일(12월은 2주 차)에 예술과 낭만이 가득한 도시들을 찾아 떠나는 인문학 클래식 콘서트이다.

오는 12월 7일에는 정오의 음악산책 마지막 시리즈인 ‘욕망과 고독의 자화상, 뉴욕’ 편이 펼쳐진다. 자본주의의 욕망과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배경으로 문화예술의 꽃을 피운 뉴욕이 소개될 예정이다.

뮤지컬, 영화 OST, 클래식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음악 연주와 해설을 통해 뉴욕이라는 도시를 이해해볼 수 있다.

이날 공연에는 쇤필드 ‘카페 뮤직 1악장’, 거쉬인 ‘랩소디 인블루’ 등이 무대에 오른다.  에델 앙상블의 피아노 장주연, 바이올린 박지애, 첼로 오유진, 더블 베이스 홍성수가 연주하고, 소프라노 김미주, 테너 이성민이 협연한다

공연은 초등학생부터 관람 가능하며, 티켓 가격은 전석 1만 5000원이다. 티켓은 용인문화재단 누리집(www.yicf.or.kr) 또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문의 용인문화재단 CS센터 031-260-3355/3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