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외국인 직접투자 82% 감소…30년 만에 최저

박숙자
2024년 02월 21일 오후 1:50 업데이트: 2024년 02월 21일 오후 1:50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액(FDI)이 지난해 대비 82% 줄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해 국제수지 잠정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FDI가 330억 달러(약 44조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FDI는 지난 2021년 3441억 달러(약 458조원)로 정점을 찍고, 2022년에 1802억 달러(약 240조원)로 전년 대비 52% 대폭 하락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전년(2022년) 대비 82% 급감해 1993년 이후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3분기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적자를 기록했고, 4분기에는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175억 달러 증가로 2022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치며 실망스러운 실적을 나타냈다.

이 수치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봉쇄 해제 이후 경제 회복 부진에 따른 영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자금 순유입을 측정하는 중국 외환관리국 데이터가 외국 기업의 이익 추세와 중국 내 사업 규모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외국계 기업의 이익은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신규 FDI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학자들은 이 수치가 외국 기업의 재투자 수익이 포함되지 않아 국가외환관리국의 수치보다 변동성이 작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데이터가 지정학적 긴장과 선진국의 고금리 영향으로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자금을 빼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선진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있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의 경우 중국보다는 해외에 현금을 보관하는 것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주중 일본상공회의소는 지난달 15일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이 지난해 중국 투자를 줄이거나 투자를 하지 않았고, 2024년 중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문조사에 참여한 일본 기업의 48%가 2023년에 중국에 투자를 하지 않거나 투자를 줄인 가장 큰 이유가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수요 약세에 대한 비관론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8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하락해 공산품 출하원가가 16개월 연속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이는 중국 경제가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신뢰 결손(confidence deficit)’, 즉 외국 투자자들의 중국에 대한 신뢰 부족과 국내 예금자들의 신뢰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도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게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반간첩법(방첩법)’을 개정해 기업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면서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중국 경찰 당국은 지난해 ‘반간첩법’을 근거로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베인 앤 컴퍼니, 민츠그룹, 캡비전 등 외국 실사업체와 컨설팅 기업들을 급습하고 사무실을 폐쇄하는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중국 당국의 이런 일련의 탄압과 중국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발을 빼는 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