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만나지 마라” 中 총영사관, 美 뉴욕시장에 압력 행사

한나 카이
2024년 04월 10일 오전 10:57 업데이트: 2024년 04월 10일 오전 10:57

미국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지난해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에게 서한을 보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날 경우 뉴욕과 중국의 우호 관계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 총통과 만나지 말라고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서한이 전달된 이후, 차이 총통의 뉴욕 방문을 기념하기 위한 만찬 행사에 애덤스 시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캐시 호컬(민주당) 뉴욕 주지사도 불참했다.

이런 사실은 미국 매체 ‘내셔널 리뷰’의 4월 3일 자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매체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입수한 뉴욕 시당국의 내부 문서에는, 중국공산당이 미국 관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수준과 범위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문서에 따르면 애덤스 시장의 선임 고문인 중국계 미국인 위니 그레코가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인 황핑과 긴밀하게 소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기 몇 주 전부터, 황핑은 “차이 총통과의 만남이 성사돼선 안 된다”며 뉴욕 시당국에 압력을 가했다.

중국 총영사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해 3월 15일 그레코에게 연락해 “이달 29일 황핑 총영사의 자택에서 열리는 만찬 행사에 애덤스 시장을 초대한다”고 전했다. 그날은 차이 총통이 뉴욕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다.

결국 애덤스 시장을 비롯한 뉴욕 시당국의 고위 관리들은 차이 총통과 만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뉴욕 시당국은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내셔널 리뷰는 “이메일, 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시당국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뉴욕 시당국이 중국 총영사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시위대 ‘알바’ 논란

당시 차이 총통이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에 도착했을 때, 300명이 넘는 친중 시위대가 그 앞에서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었다.

대만 국가안보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 시위대는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1인당 200달러를 주고 모집한 ‘알바’로 확인됐다.

시위 지도자 중 한 명인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미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체포된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 | Bing Guan/Reuters/연합뉴스

친중 시위대 관련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차이 총통이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과의 회담을 위해 캘리포니아주로 이동하는 중에도 중국공산당은 방해 공작을 멈추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1인당 400달러를 주고 1000명에 달하는 친중 시위대를 모집한 뒤,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도록 했다.

게다가 이날 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미국의 정치인, 정부 고위 관리들에게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내 “회담에 참석할 경우 중국에 대한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향력 작전

이런 일련의 사건은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광범위한 영향력 작전의 일환이다. 최근 미 연방정부는 미국 주재 중국 영사관과 다른 범죄 사건 간의 연관성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뉴잉글랜드 연합’의 설립자인 량리탕이 FBI에 체포돼 중국 측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중국 반체제 인사와 반중 단체의 명단, 활동 내역 등을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 측에 정기적으로 보고했다.

또한 FBI는 지난해 3월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당시, 중국 총영사관이 반대 시위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에포크타임스는 중국계 미국인 위니 그레코와 중국공산당의 관계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그녀는 2012년 중국농업과학원과 관련이 있는 회사를 뉴욕에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션윈예술단 본부 인근에 ‘식품 수출 회사’라고 주장하는 한 사무실을 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FBI는 지난 2월 뉴욕 브롱스에 있는 위니 그레코의 자택을 급습했다. 이번 수사는 ‘루젠왕 사건’을 포함해 중국공산당 관련 사건을 여러 차례 기소한 뉴욕 동부 연방지방검찰청이 지휘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